'韓최연소' 하버드대 함돈희교수 "양자기술 해외맹목 피해야" 일갈
"양자컴 공학적 어려움 간과돼…공학적 접근 한국에 기회""해외 손짓에 냉정한 판단 필요…삼성 SAIT도 외부 권위에 휘둘려" 쓴소리시스템 반도체 설계 투자하려면 '효과적 하나' 갖춰야…"칩렛 기술 주목"
조승한
입력 : 2025.06.11 06:01:02 I 수정 : 2025.06.11 08:24:31
입력 : 2025.06.11 06:01:02 I 수정 : 2025.06.11 08:24:31

[함돈희 교수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양자컴퓨터는 견고한 공학적 기반을 갖추는 데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데, 연구 홍보뿐 아니라 연구 자체에서마저 이런 어려움이 간과되고 있습니다.
해외도 거품과 과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해외 양자 기술이라고 맹목적으로 투자하지 말고 내실 있게 해야 합니다." 최근 방한한 함돈희 하버드대 응용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미국 한 연구자가 한국에 와서 '미국에서 하는 양자는 무조건 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본질을 바라보고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2002년 28세 나이로 하버드대에 임용돼 '한국인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로 알려져 있다.
2009년부터는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
지난해 삼성의 미래 신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부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하버드대 양자 전략을 주도하는 양자 이니셔티브 집행위원으로 5개 주요 양자 박사과정 강의 중 2개를 맡고 있다.
함 교수는 양자컴퓨터도 과학이 자본을 만나면 과장이 동반되는 사례 중 하나라며 양자컴퓨터에서 양자비트(큐비트)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양자 상태 회전을 조절하는 기술은 정확성을 기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자컴퓨팅 기술은 '원칙적으로 되는가'를 확인하는 문제에서 '제대로 되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공학적 문제로 전환했다"며 "양자컴퓨팅의 담론이 공학적 어려움이 간과되고 응용 분야에만 집중하는 등 거품과 과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향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한국의 IT 기업 등에도 해외 양자컴퓨팅 기술에 투자하라는 손짓이 많지만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이런 상황이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함 교수는 "한국이 양자컴퓨팅 기술에 뒤처져 있단 평가가 나오는 건 초기에 뛰어들지 못한 점이 크지만, 이제는 공학적 경쟁인 만큼 절대적 우위자가 없다"며 "실제 해법을 한국 자체적으로 개발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SAIT 부원장 재직 당시도 내부 연구자들이 뛰어난 능력을 갖췄음에도 외부 권위에 필요 이상 겸손함을 보이며 역효과를 낳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며 양자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국내 연구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내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함 교수는 "외부의 이른바 '전문가'들이 이런 성향을 이용해 기술 역량보다 배경과 지위를 앞세워 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기도 했다"며 "외부 권위가 업적에서 나온 실체가 있는 것인지, 한국에 없다는 희소성으로 느껴지는 겉모양인지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설계 석학으로 일본 교토에서 열린 3대 반도체 학회 '초고밀도직접회로학회(VLSI)' 방문차 한국을 찾은 그는 최근 위기론이 불거지는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함 교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투자하려면 정부가 총력전을 통해 '효과적 하나'를 구축해야 한다"며 칩렛과 같은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더 먼 미래에 지향점을 두고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긴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는 만큼 그 역할이 중요하다"며 팹리스를 중앙집중형으로 크게 만들어 국가가 통합 지원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해도 상보적 역할을 강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는 '칩렛' 분야를 주력으로 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칩렛은 여러 반도체를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칩처럼 동작하는 기술로 집적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함 교수는 "칩렛은 제법 오래된 제조 관련 개념이지만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AI와 같은 고대역폭 연산이 대두되면서 다시 시스템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며 "칩 간 고속 통신 인터페이스, 컴퓨터 아키텍처 재설계, 소프트웨어 스택 전환 등 다양한 측면 혁신이 필요한 만큼 여러 기술 과제가 기다리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칩렛이 한국의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술을 전략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만큼 도전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칩렛은 프로세서 설계 역량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한국에게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현실적 진입점"이라며 "하드웨어와 시스템 전체를 조망하며 통합하는 새 설계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국이 시스템 역량을 키우는 데 적합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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