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앞둔 두 정상 확실한 '브로맨스'로 마음을 얻어라

입력 : 2025.06.11 16:11:11 I 수정 : 2025.06.11 20:34:33
취임 직후 난제 직면한 李대통령 … 성공적 한미관계 위한 제안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제 양국 관계의 향방은 이 대통령이 단기적으로 국내외의 여러 중대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한국이 미국과의 성공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포괄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 대통령은 성공적인 한미 관계를 위해 다면적이고 적극적인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유대감 강화를 위한 개인적 외교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의도된 메시지를 통해 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바꿔놓아야 한다.

특히 미국 내 한국의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여를 부각하고, 조선·원전 등 핵심 산업 분야의 양자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 같은 포괄적 접근법은 한미동맹을 한국의 국력과 글로벌 영향력의 원천으로 규정하게 함으로써 한국의 국익을 보장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같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국부와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대통령 앞에 놓인 두 가지 과제

이 대통령이 직면한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무역 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만약 한미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7월 8일부터 파괴적인 관세가 다시 부과될 것이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재협상에 나서려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가 실질적으로 훨씬 더 부담스러운 이유는 미국 정부 개편 이후 워싱턴에서 한국 외교 당국자들이 소통할 상대가 줄었고, 이 대통령의 새 정부 구성 작업에도 몇 주가 더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재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에는 한국 담당 국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백악관과 대통령실 간 직접적 대화와 조율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한국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로 에너지 협력이 양국 관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에너지 외교 및 정책을 담당하던 미국팀은 해체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한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접근법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친구, 경제적 파트너이며 또한 K콘텐츠, 문화, 관광의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전략을 위해 이 대통령은 두 가지 다른 접근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우선 개인적인 차원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두 사람 모두 겪었던 '법적인 박해'를 받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각자 겪었던 정치적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골프 라운드를 제안하는 등 좋은 출발을 보였다. 두 정상이 개인적 연결 고리가 형성되면 이 대통령은 한국과 자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국가'가 아니라,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미국의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에 핵심적인 기여를 하는 소중한 파트너'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의 개인 외교 외에도 삼성·SK·현대·한화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서울과 워싱턴 간 유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들은 이미 워싱턴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일가와 직접적인 접점을 만들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게 한국 기업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많이 기여하고 있는지 확실히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한미 간 유대감을 발전시키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대가성 외교(pay-to-play diplomacy)가 더 중요해진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한국 대기업들은 가상화폐를 비롯해 트럼프 일가가 관여하는 사업에 투자하거나 협력함으로써 핵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략적 메시지로 트럼프 인식 전환 필요

이 대통령은 전략적 메시지와 미국의 인식 전환에 대한 포괄적이고 일관된 전략을 지시해야 한다. 메시지 측면에서 한국과의 무역 또는 무역적자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이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미국 내 한국의 투자 사례를 강조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미국을 '이용'하는 국가 목록의 상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존 인식을 한국의 투자로 인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협상에서 한국의 요구 사항만을 강조하거나 한국의 경제 관행에 대한 비판에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어떤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부각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 안에서 진행하는 모든 투자는 중국 기업이 핵심 산업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는 틀로 설명해야 한다. 또한 많은 한국의 투자에는 투자자든 공동사업자든 미국의 파트너와 함께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합작투자와 파트너십에 대한 양자적 접근을 강조하는 것이 이 대통령 메시지의 핵심이 돼야 한다.

이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미국의 핵심 파트너이자 중국과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국가로 보고 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인 이상 중국을 완전히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중 간 균형을 맞추는 것과 중국과 덜 대립적인 양자 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중국이 한국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또한 어떤 한국 정부라도 미국과 확고한 동맹 관계에 있는 한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중국과 덜 대립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국 관점에서 한국의 대중(對中) 접근 방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중국과의 직접적인 충돌 없이도 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태평양 도서국 개발,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강화 그리고 국제개발금융공사(DFC)나 블루닷네트워크와 같은 미국 주도 기관과의 협력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도 한국이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동참하는 역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사업에 '올인'해 연구·탐사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맡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는 워싱턴의 핵심 정책 결정자들에게 한국이 미국의 에너지 우위 강화 정책에 전면적으로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현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수천만 달러를 투자해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일본 등 다른 국가보다 앞서 프로젝트를 적극 지지함으로써 미국 내에서 한국의 입지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파이프라인이 가동될 때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한다면 한국은 그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이 계획이 경제성이 있는지는 수년간 평가될 부분이다.





미국 경제에 한국 역할 수시로 강조

한국은 지난 몇 년간 미국에 매년 수백억 달러의 투자를 쏟아부었다. 향후에도 이를 반복하는 것은 재정적 측면에서나 기반시설 및 연구개발(R&D)에 필요한 한국 내 투자 수요 측면에서나 어려워 보인다. 한국이 철강,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려면 자국 내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역동성과 성장을 촉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계속 고려하더라도 새 정부 초기 고액의 해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이미 실질적으로 미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미국 내 투자도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SPC는 미국에서 파리바게뜨 매장을 수백 개 열고, 매장에 공급할 제품 생산을 위해 텍사스에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솔루엠은 미국 기술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고 전자식 가격표(ESL)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인들과 함께 한국 기업이 매년 미국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그 영향력이 단순한 투자를 넘어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무역에 대한 통상적인 국가 간 대화와는 다를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게는 한국의 기여를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한국의 정치·경제적 참여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강력한 내러티브로 작용할 것이다.

조선·원전 양자 협력, 한미동맹의 원천

이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함께 구축할 수 있도록 양자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과 원자력발전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강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으로, 미국 상선과 미군 함대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노후화된 미국 군함 MRO 시장은 가장 확실한 기회이며 이미 한국 기업들은 이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선박을 직접 건조하는 것은 존스법으로 막혀 있지만 한미 양국은 '이케아 방식'의 파트너십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는 한국 기업이 '선박 키트'를 제작해 미국으로 보내고, 미국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 같은 협력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 협력해 미국의 핵심 산업을 되살리고, 미국의 군사력을 제고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한다.

원전의 경우 한국은 러시아나 중국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대규모로 예산과 일정을 맞춰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나라다. 이는 미국에 전력을 공급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한국 기업에 큰 기회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은 양자 협력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현재 SMR 선도 기업인 테라파워와 뉴스케일파워는 모두 미국 기업이지만 한국과의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사례들은 모두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강조할 만한 것들이다. 자본과 기술은 미국에서 나오고 상당한 수익도 미국으로 돌아가겠지만, 한국의 제조 역량이 미국 SMR 산업을 확장 및 수출 가능한 산업으로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양국 모두에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다.





헨리 해거드

미국 외교관, 한미관계 전문가

·전 주한미국대사관 정무공사

·전 美 국가안보회의(NSC) 국장

·전 美 국무부 에너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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