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사답게 말로 합니다”...행동주의펀드 가고 ‘주주관여펀드’ 온다는데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5.06.12 19:34:54
[사진 = 연합뉴스]


주주 행동주의(activism·액티비즘) 펀드 시대가 저물고, 그 자리를 주주 관여(engagement·인게이지먼트) 펀드가 채우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 보호 기류가 확대되면서 국내에서도 주주관여펀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장기업 경영진은 외부 펀드라는 이유로 마냥 경계하기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 동반자 관점에서 해당 펀드와 소통 채널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일본 자본시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기업과 주주관여펀드 간 협력이 보편화됐다.

12일 영국 거버넌스 리서치 기업 딜리전트에 따르면 올 1분기 행동주의펀드 표적이 된 아시아 기업은 60곳으로 전년 동기(90곳)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해당 수치는 △2021년 35곳 △2022년 64곳 △2023년 93곳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이 된 기업 수도 52곳에서 22곳으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펀드들이 주주서한 발송, 위임장 대결과 같은 공격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관투자자들이 물밑에서 경영진과 원만한 대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주주행동주의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홍콩계 펀드 오아시스매니지먼트가 지난해 4월부터 일본 소비재 기업 ‘가오’를 상대로 진행한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오아시스 측은 가오의 매출총이익률과 투하자본수익률(ROIC)이 꾸준히 악화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외 성장을 가속화할 마케팅·공급망 관리 전략 개선 등을 제안했다. 이 전략에 힘을 실을 사외이사 후보 5인 영입을 지난해 11월 비공개로 요청하기도 했다.

기존 행동주의펀드가 적대적 공격자로 비친 것과 달리 이런 주주관여펀드는 장기적 성장을 추구하는 조력자 역할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가쿠 이치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아시아태평양·일본 PIPE(Principal Investors·Private Equity) 총괄은 “경영진을 무작정 공격하기보다 대화를 원하는 주주관여펀드가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조만간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며 “공개 활동 개시 전 경영진이 펀드와 협의를 해나갈 경우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주주관여펀드

경영진과 대립하며 단기 주가 부양이나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던 기존 행동주의펀드와 달리 경영진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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