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포기' 배수진 친 MBK…몸값 확 줄인 홈플러스 누가 살까
구주 전량 소각해 매물 경량화 총력…'인수 가격 1조원 하회' 전망도네이버·GS·한화 등 후보 거론…'저평가 쇄신' 의지 따라 인수자 가려질 듯
김태균
입력 : 2025.06.15 06:20:00
입력 : 2025.06.15 06:20:00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소유주 MBK파트너스가 회사 매각을 위해 지분 2조5천억원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새 주인을 찾아 재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는 2015년 바이아웃(Buyout·재매각 목적 기업인수)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에 인수했지만 유통업계 불황 등 악재가 겹치며 10년째 기업 매각에 실패했고, 홈플러스는 계속된 경영난에 최근 청산이 더 타당하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이 때문에 MBK는 마지막 돌파구로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택했고 종전 지분을 무상 소각하고 매각가를 최대한 낮춰 M&A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로 했다.
수조원으로 추정됐던 홈플러스의 몸값이 이번 M&A에선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와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회생법원에 인가 전 M&A 승인을 요청했고, 이르면 다음주께 결과를 통보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홈플러스는 국내 2위 대형마트 운영사로 임직원이 1만9천여명에 달해 폐업 시 경제적 파장이 크고 대한통운과 팬오션[028670] 등 인가 전 M&A로 회생한 선례가 많은 만큼, 법원의 승인이 확실시된다는 것이 업계 다수의 관측이다.
인가 전 M&A는 종전 지분(구주)을 매각하지 않고 신주를 발행해 이를 인수자가 사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MBK는 자사가 보유한 홈플러스 보통주 2조5천억원어치를 전량 무상으로 소각하기로 했다.
MBK가 홈플러스 지분을 포기하면 매물이 대폭 '경량화'되고, 이에 따라 새 인수자와 협상에 따라 매각가가 1조원 밑으로 내려갈 여지가 생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로서는 2조5천억원을 전액 손실 처리하는 것이라 펀드 출자자(LP)들을 설득하기가 매우 까다로웠을 것"이라며 "홈플러스가 올해 3월 회생절차를 시작할 때 MBK가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촉구가 많았는데 이보다 더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관심을 가질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는 네이버[035420], GS그룹, 한화그룹 등 유통 관련 대기업들이 주로 거론된다.
인수 기업 입장에선 몸값이 '저평가' 수준으로 가벼워진 데다, 대형마트 126곳, 기업형슈퍼마켓(SSM) 308곳에 달하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춘 홈플러스가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력 강화에 요긴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강자인 쿠팡과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도 홈플러스 M&A에 참여할 공산이 있는 곳으로 예측된다.
홈플러스가 진행한 임대료 협상도 M&A에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임대료를 줄이면 고정 지출이 낮아져 그만큼 보유 부담을 덜기 때문이다.
회생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최근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임차료 조정 결과 11개 점포의 연간 임차료가 614억원에서 455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건물주별로 10∼50% 인하에 합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광일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2025.3.18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우려도 만만찮다.
오프라인 유통업이 이커머스의 약진 여파로 부진이 장기화하는 만큼 M&A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4월 집계를 보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석 달 연속 감소했고,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도 부실 점포를 대거 줄이고 있다.
MBK는 대형마트 업황 부진이 깊어지자 작년 6월 SSM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올해 3월 법정관리 사태로 계획을 취소했다.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현재 부채는 2조9천억원이며, 부동산 등을 포함한 자산은 6조8천억원에 달한다.
반면 최근 10년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잉여현금의 현 가치인 '계속기업가치'는 사업 부진 탓에 2조5천억원에 그쳐, 청산가치(3조7천억원)를 밑돌았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면 원칙적으로 회생을 진행할 수 없고, 이에 따라 MBK는 상황을 타개할 카드로 인가 전 M&A를 택했다.
구주는 소각하고 신주를 발행해 회사를 매각하면, 인수 자금이 곧바로 회사로 유입되면서 기업회생 자금으로 쓰이게 돼 활로가 뚫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금투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전반적 상황을 종합하면 저평가 기업을 유리한 가격에 살 여건은 마련됐다"며 "유통업 혁신과 회생을 어떻게 할지 계획과 의지에 따라 인수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ta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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