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에 사르르'…KIST, 물에 녹는 고성능 메모리소자 개발

조승한

입력 : 2025.06.15 12:00:01


녹색 잎 위에 위치한 소자가 72시간 내 물속에 완전히 녹아 없어지는 모습
[KIST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고성능 메모리 기능을 갖추면서도 사흘이면 물에 녹아 전자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재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극한물성소재연구센터 조상호 선임연구원과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주용호 선임연구원 공동연구팀이 고성능 정보 저장 기능을 갖추면서도 물에 담그면 수일 내 완전히 분해되는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전자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꼽히는 물에 녹는 전자소자는 기존에도 개발돼 왔지만, 정보 저장기능이 없거나 성능이 낮고, 반복적 물리 변형에도 취약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보 저장이 가능한 기능성 분자인 유기화합물(TEMPO)을 기반으로 생분해성 고분자인 폴리카프로락톤(PCL)과 결합한 새 분자 구조를 설계했다.

이 구조는 하나의 분자로 전기적 신호 저장과 자연적 분해 기능을 동시 구현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소재로 만든 메모리 소자는 트랜지스터 성능 지표인 켜짐(On)/꺼짐(Off) 전류 비율이 100만 배 이상으로 높아 우수한 신호 구분 성능을 보였고, 데이터를 최소 1만초 이상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었다.

또 250회 이상 구동하거나 3천회 이상 반복적으로 구부려도 성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보호층의 두께를 조정하면 분해가 시작되는 시점을 조절할 수 있게 해 보호층이 사라지면 3일 후 물속에서 잔류물 없이 자연 분해되도록 하는 기능도 갖췄다.

완벽히 물속에서 사라지는 생체적합형 고성능 메모리 소자
[KIST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소재가 체내 삽입 후 제거 수술 없이 소멸할 수 있는 생체 삽입형 의료기기 외에도 일회용 헬스케어 모니터링 기기, 친환경 정보 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이번 성과가 고성능 유기 메모리 소자에 물리적 소멸 기능을 통합한 첫 번째 사례"라며 "자가 치유 기능, 광반응 기능 등을 결합한 '지능형 소멸 전자소자'로 발전시켜 차세대 생체 전자기기와 친환경 디바이스의 실용화를 앞당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4월 28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 에디션'에 실렸다.

shj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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