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물탱크에 이런 비밀이…업체끼리 짜고 친 입찰, 낙찰자·들러리 사전 배정했다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입력 : 2025.06.17 13:41:32 I 수정 : 2025.06.17 13:57:09
38개사 공모, 가격 담합 적발
2016년부터 8년간 비밀 합의
내부총무 지시로 메신저까지 동원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발주한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물탱크 제조·판매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17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성지기공·세진에스엠씨 등 38개 물탱크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0억74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6~2023년 국내 18개 건설사가 발주한 총 290건의 건물 물탱크 납품공사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업체와 들러리 업체, 투찰가격 등을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물탱크 업체들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을 시공하는 민간 건설사들이 미리 등록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최저가 지명경쟁입찰을 하자, 저가 투찰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들은 또 의견을 조율하는 총무 역할을 담당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유선·팩스·휴대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합의를 벌이고 입찰 시 실행에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담합이 가능하도록 입찰 구조를 만든 건설사에 대한 책임은 배제한 채 공정위가 영세업체들을 대상으로 보여주기식 단속을 벌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들은 자신이 시공하는 현장에 필요한 물탱크를 구매해야 하는 경우 내부적 판단에 따라 특정 협력업체들에게만 입찰 참가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자가 줄어드니 낙찰 예측이 쉬워지고 투찰가 조율도 간편해지는 구조다.

건설사로부터 입찰참가를 요청받은 업체는 향후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이나 등록 취소 등의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해 관련 물탱크를 제조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사실상 무조건 입찰에 참가했다. 이들 중 상당수 업체는 매출 수억원대의 소규모 사업자였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주거 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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