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계엄 선포 사태’를 단초로 은행주에서 대거 이탈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부터 대대적인 복귀에 나섰다. 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이끌렸다가 발걸음을 되돌렸던 외국인투자자들이 ‘부스트업’에 다시금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은 KB금융을 1280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74%까지 떨어졌던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78%선을 되찾았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 연초 72%였다가 ‘계엄 선포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12월 3일 무렵에는 78%를 넘었다. 이후 약 반년여 만에 외국인이 보유 지분을 되돌린 셈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신한지주를 11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당장 지난달에도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올해 들어 5월까지 6000억원어치 신한지주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들이 ‘사자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57%까지 떨어졌던 외국인 지분율도 59%에 근접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에 대해서도 외국인은 각각 1050억원과 1500억원어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지난 4월 66%까지 떨어졌던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17일 계엄 선포 직전(68.17%) 수치에 근접한 67.64%까지 회복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46.13%까지 오르면서 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의 45.87%를 넘어섰다.

새 정부가 은행권의 공적 부담을 강화하는 금융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외국인 수급을 바탕으로 은행주는 선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자영업자의 채무를 탕감하고 은행법 개정으로 가산금리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부 정책 부담에도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 은행 대장주인 KB금융은 7.1% 상승했다. 신한지주(8.06%)와 하나금융지주(13.57%), 우리금융지주(10.64%)도 줄줄이 주가가 올랐다.

이때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내놓은 4대 금융지주사 매도 물량을 외국인이 모두 소화하면서 코스피 상승률(9.2%)과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성적표를 받아낸 것이다.

외국인은 단편적인 정책적 부담보다는 금융지주사들의 저평가 해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장기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이 ‘이자 장사’를 한다는 정치권의 비판적인 시선 속에서 이미 횡재세를 비롯한 이자수익을 향한 견제책이 예견돼 있었기 때문에 은행법 개정 정도는 예정된 리스크라는 것이다.

오히려 외국인은 정부의 증시 부양책으로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인 은행주의 밸류에이션 정상화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배드뱅크와 가산금리 인하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외국인은 시장 전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저평가 해소는 물론이고 우호적인 환율로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개선되며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의 수혜 업종으로 꼽히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증권주로부터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오는 중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증권대장주 미래에셋증권을 23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시가총액 상위권인 한국금융지주도 330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고, NH투자증권(-290억원)과 삼성증권(-370억원)도 대거 매도했다.

이달 증권주의 우상향을 이끈 건 기관의 자금이었다. 개인과 외국인 모두 4개 주요 증권주에 대해 매도 우위일 때 기관은 강한 매수세를 드러냈다. 기관은 미래에셋증권(450억원)과 한국금융지주(610억원), NH투자증권(220억원), 삼성증권(330억원)을 모두 2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