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아프리카와 친구 되기…'위아더월드' 넘어서야
박기태 반크 단장
우분투추진단
입력 : 2025.06.19 07:00:04
입력 : 2025.06.19 07:00:04

[박기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지난해 한국은 아프리카 48개국 정상과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한국 대통령은 환영 만찬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고 가장 극적으로 경제발전과 번영의 길을 개척해 온 나라"라며 "아프리카의 '진실된 친구'가 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한국이 아프리카 대륙과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표현이었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공무원은 "한국은 아프리카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만, 한국인은 아프리카 하면 '빈곤', '분쟁'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들이 아프리카와 진실된 친구가 되길 원한다면 아프리카에 대한 긍정적이고 균형적인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공무원이 언급한 내용은 우리가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편협하고 왜곡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프리카는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 머릿속에는 여전히 '빈곤', '기아', '내전'이라는 화석화된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다.
◇ '선한 의도'가 만든 왜곡된 이미지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1985년 마이클 잭슨이 작곡하고 전 세계 유명 가수들이 참여했던 '위아더월드'(We Are the World) 뮤직비디오는 아프리카 난민을 돕기 위한 숭고한 취지로 제작했다.
이 영상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굶주림과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
수억 명의 시청자를 통해 대규모 모금과 후원 캠페인의 기폭제가 됐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수천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아프리카 빈곤 구호의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회자된다.
문제는 이러한 '선한 의도'의 영상들이 오히려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고착시켰다는 점이다.
우리는 국제구호단체들의 모금 광고에서 ▲ 앙상한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 ▲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 내전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구호품을 기다리는 난민들의 절박한 눈빛을 쉽게 접한다.
이러한 영상은 모금 활동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54개국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현실을 외면하고 '아프리카 = 절대 빈곤'이라는 단일한 이미지로 우리를 가둬 버린다.
이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국민들 스스로에게도 자신들이 항상 도움만을 바라는 존재라는 낙인을 찍는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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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곡된 시선을 비추는 거울: '노르웨이를 위한 아프리카' 노르웨이 국제지원펀드(SAIH)가 기획한 '노르웨이를 위한 아프리카' 뮤직비디오는 이러한 왜곡된 시각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We Are the World'를 패러디한 이 영상에서 아프리카 청년들은 살인적인 추위에 고통받는 노르웨이 국민들을 위해 난방기를 보내야 한다며 합창한다.
복지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노르웨이를 아프리카 청년들이 돕는다는 역설적인 설정이다.
이 영상은 우리가 얼마나 편협한 시선으로 아프리카를 바라보게 했는지 깨닫게 한다.
노르웨이가 추위에 고통받는 아이들만 있는 곳이 아니듯, 아프리카 또한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만 있는 곳이 아니라는 메시지다.
또 이 영상은 서구 사회의 원조 방식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본 아프리카에 대한 '도움'이 진정한 상호 이해를 방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 우리의 자화상: '한국을 위한 세계' 우리는 '노르웨이를 위한 아프리카' 영상을 보며 '한국을 위한 세계'라는 뮤직비디오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최근 유니세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 건강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건강 역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자 2억명의 한류 팬을 가진 문화 대국 대한민국.
그러나 정작 한국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청소년'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은 충격적인 사실이자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심지어 한국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만약 한국을 사랑하는 전 세계 한류 팬이 불쌍한 한국 청소년들을 돕겠다며 다음과 같은 노래를 만들고 모금 운동을 전개한다면 우리는 어떤 기분일까.
'한국의 청소년이 정신적으로 아파하고 있어요.
오늘도 많은 한국의 청소년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있어요.
한류를 통해 매일 행복한 세계인들이 월 2만원 후원금을 모아 한국에 병원을 짓고 간호사와 의사를 보내줍시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와 음악을 통해 행복해진 우리가 한국 청소년들을 도울 때입니다.
한국 청소년을 구합시다' 이런 영상이 전 세계 한류 드라마 상영 전에 광고로 등장하고, 그 결과 한국 청소년이 국제사회에서 외국인들을 만났을 때 첫인사로 "당신의 정신 건강은 괜찮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떨까.
자신을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으로 인식하는 외국인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처럼 미디어가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만을 강조해 아프리카를 '절대 빈곤 국가'로만 각인시킨다면, 우리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진실한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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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이미지 개선을 위한 법적 노력 필요성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한국에서 아프리카 후원 광고가 왜곡된 인식을 확산한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미디어 지침을 법적으로 제정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반크 관계자는 "후원금 모금을 위한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극단적 빈곤 사례를 일반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보다 현지 상황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아프리카 아이들의 인권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방식은 아프리카의 왜곡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편향된 미디어는 시청자에게 아프리카를 기아와 빈곤의 땅으로, 그곳 사람들을 도움만 기다리는 존재로 묘사한다.
이 같은 인식의 왜곡은 우리가 외면하지 않고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한국 정부는 2025년부터 매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공적개발원조(ODA)로 아프리카에 지원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지원 규모를 약 100억달러(약 13조6천880억 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를 돕는 데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미디어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는 일 또한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전 세계 2억명의 한류 팬을 보유한 문화 강국 한국.
이런 한국이 아프리카 편견을 막는 미디어 법안을 적극적으로 제정하는 일은 아프리카와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한 한국인이 실천해야 할 태도일 것이다.
우리는 아프리카를 동정과 문제의 대상이 아닌, 무한한 잠재력과 역동성을 가진 파트너이자 지구촌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동반자로 바라봐야 한다.
진정한 친구 관계는 일방적인 원조가 아닌,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박기태 단장 현 반크 단장, 재외동포청 정책자문위원, 재외동포정책실무위원, 직지 홍보대사 활동 중, 외교부·대검찰청 정책자문위원, 청와대 청년위원회 위원,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KOICA 홍보전문위원,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홍보대사, 서울시 홍보대사 등 역임.(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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