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핵심광물 공급망 불안…"아프리카와 협력 확대해야"

中,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대규모 투자…한국은 정권 따라 전략 달라져무협 "배터리 기술 경쟁력·공급망 탄탄한 한국, 아프리카의 매력적 파트너"
이슬기

입력 : 2025.06.24 06:00:05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김영채 한·아프리카재단 이사장(왼쪽 네 번째)과 샤픽 하샤디 주한아프리카외교단장(왼쪽 첫 번째) 등 참석자들이 지난 21일 '연결을 넘어, 새로운 기회로'라는 주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2025.5.22 raphael@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미중 갈등이 지속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국들이 아프리카 공급망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기술력과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와의 광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4일 '아프리카 광물 확보 경쟁 속 주요국 전략과 한국의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백금족, 희토류뿐 아니라 리튬, 코발트, 흑연, 망간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광물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

미탐사 지역이 많아 잠재성이 높은 데다, 세계에서 가장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 구조를 가진 대륙인 만큼 핵심광물 채굴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이에 주요국 간 아프리카 진출 경쟁도 최근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특히 중국은 2000년대 이전부터 외교부장의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전통을 이어오는 등 오랜 외교 관계를 기반으로 경제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를 활용해 대규모 광물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는 중동에 이어 중국의 일대일로 협력 2위 권역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아프리카 외교와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민간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도 활발하다.

화유코발트, CATL, 블랙록마이닝 등 중국의 주요 전기차·배터리·광물 기업들은 현지 광산 지분을 사들이거나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다자 협력체를 통해 우방국과의 아프리카 공동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성을 내세워 광물 수송 인프라인 '로비토 회랑'에 투자를 단행했다.

일본은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중심으로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종합상사를 통한 현지 지분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한·중·미 아프리카 교역 및 FDI 규모 비교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갈무리.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한국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대아프리카 투자 규모와 교역 수준이 현저히 낮아 아프리카 내 존재감이 약한 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아프리카 교역 규모는 24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중국과 미국은 각각 2천950억달러, 730억달러에 달했다.

해외직접투자(FDI) 통계에서도 2023년 기준 한국은 3억4천만달러로 집계된 데 비해 중국과 미국은 각각 39억6천만달러, 77억9천만달러로 나타났다.

한국은 정권에 따라 인도주의, 자원외교, 공적개발원조(ODA) 등으로 대아프리카 협력 전략이 변화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이 EU, 미국에 비해 배터리 다운스트림 공급망이 탄탄하며 배터리 산업의 첨단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경 파괴, 불법 채굴 등 논란이 있는 중국에 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해 광물안보파트너십 의장국으로서 아프리카 내 13개 프로젝트를 지원했으며, 지속가능성과 현지 경제발전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 준수를 천명한 바 있다.



한-아프리카 핵심광물대화
(서울=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제1차 한-아프리카 핵심광물대화가 열리고 있다.2025.2.5 [외교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나아가 보고서는 한국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향후 한·아프리카 광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자원 부국 중심의 고위급 순방을 확대하고, 가봉·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자원 부국과 협의 중인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장관급 인사들의 아프리카 순방은 모두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이 주요 목적이었다.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동반성장 협력 모델을 추진하고, 정부 차원의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광물 개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소영 무협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중국의 공급망 통제와 미국의 탈중국 정책 강화의 이중 리스크에 직면한 가운데 아프리카가 공급망 다변화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주요국과의 경쟁 심화 속에서 우리나라도 아프리카 광물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접근 및 정부 차원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wis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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