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돋보기] AI가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이유

AI가 '데이터'와 '패턴'으로 개인 취향 분석선호 정보만 접하고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심재훈

입력 : 2025.07.12 06:55:00


인공지능(AI)
[바이두 화면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넷플릭스를 켜면 내 취향에 꼭 맞는 드라마가 추천돼 있고, 멜론에서는 내 기분에 딱 맞는 플레이리스트가 떠 있다.

순간 놀라며 이런 생각이 든다.

"AI가 어떻게 이렇게 나를 잘 알지?" AI 추천 알고리즘은 어떻게 우리의 콘텐츠 소비를 바꿔놓았을까.

◇ 친구보다 AI가 취향을 더 잘 아는 이유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친구가 "이 영화 꼭 봐!"라며 추천해줬지만, 막상 틀자마자 졸음이 쏟아진 적 말이다.

반면 넷플릭스 홈 화면의 '회원님을 위한 콘텐츠' 코너에 있던 낯선 드라마는 첫 화부터 푹 빠져들게 만든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초기 화면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왜 친구는 내 취향을 몰랐는데, AI는 이토록 정확할까.

유튜브의 자동 재생 영상, 쿠팡의 "이 상품도 좋아할 것 같아요" 추천, 멜론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까지.

현재 우리는 AI의 추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AI는 클릭, 검색, 재생 기록을 분석해 마치 개인 비서처럼 취향을 예측한다.

그런데 이 똑똑한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할까.

◇ '데이터'와 '패턴'으로 개인 취향 분석 AI 추천 알고리즘은 두 가지 핵심 기술에 기반한다.

바로 협업 필터링과 콘텐츠 기반 필터링이다.

협업 필터링은 당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내가 '범죄도시' 시리즈를 즐겨봤다면, 같은 영화를 본 이들이 선택한 다른 작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영화나 음악의 특징(장르, 배우, 주제, 비트 등)을 분석해 비슷한 콘텐츠를 찾아내는 기법이다.



멜론
[멜론 홈페이지 화면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이 두 방식이 결합하면 AI는 마치 당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취향을 파악해낸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용자의 80% 이상이 이 추천 시스템을 통해 콘텐츠를 선택한다.

과거에는 친구 추천이나 잡지 리뷰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AI가 몇 초 만에 딱 맞는 콘텐츠를 찾아줄 수 있게 된 것이다.

◇ 필터 버블과 프라이버시 노출 부작용 존재 AI 추천 시스템은 편리하지만 부작용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필터 버블은 사용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만 접하고, 반대되거나 다양한 시각의 정보는 차단된 채 '거품' 속에 갇히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2011년 미국 인터넷 활동가 엘리 파리저(Eli Pariser)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기존 성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

일례로 공포 영화를 주로 보는 사람에게는 비슷한 영화만 계속 추천돼 다큐멘터리나 예술영화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AI 데이터 프라이버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신기술 분야 세계적 석학인 아누팜 챈더 미국 조지타운 법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AI와 데이터 프라이버시: 새로운 도전과 대응'이라는 주제의 국제 콘퍼런스에서 '하나의 인공지능, 많은 법칙(One AI, Many Laws: Privacy's Lessons for AI Globalization)'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2023.6.23 hwayoung7@yna.co.kr

유튜브의 정치나 시사 관련 영상도 마찬가지다.

특정 관점의 콘텐츠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다른 시각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다만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알고리즘이 생각보다 더 다양한 콘텐츠를 노출하기도 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프라이버시 침해다.

AI가 내 취향을 이토록 잘 안다는 건, 그만큼 내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봤는지 AI가 다 알고 있다는 건 두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2023년 일부 플랫폼에서 데이터 유출 사건이 터지며 AI 추천 시스템의 보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적도 있다.

◇ 감정까지 읽는 AI…'진짜 나'의 선택은 AI 추천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AI는 단순히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과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려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확인해 "오늘 피곤해 보이니 신나는 음악을 들어보세요"라고 제안하거나, 위치, 날씨, 시간을 고려해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은 AI가 위치, 날씨, 시간 등 사용자의 맥락까지 이해하도록 연구 중이다.

다만 이런 기술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고 상용화된 사례는 드물다.

구글의 대규모 언어모델 '제미나이'
[구글 제공]

미래의 AI는 단순히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취향까지 제안할 수 있다.

"이 장르는 싫어한다고 했지만 이 드라마는 좀 다를 거야"라며 낯선 세계로 이끄는 AI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AI가 나를 너무 잘 알게 되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이건 정말 내가 선택한 걸까, 아니면 AI가 이끄는 대로 선택한 걸까." 이 때문에 때로는 AI의 추천을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를 탐험하며 나 자신을 찾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유튜브의 경우 추천 영상이 비슷하다면 '관심 없음'을 클릭해 알고리즘을 리셋하거나 넷플릭스에서는 여러 프로필을 만들어 취향별로 추천을 다르게 받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AI 추천 시스템을 "편리한 도구로 활용하되 사용자가 주체성을 유지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president21@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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