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AI와 이야기꾼의 시대
이세영
입력 : 2025.07.18 09:17:23
입력 : 2025.07.18 09:17:23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준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본인 제공
한때 '연예인'이라는 존재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름 석 자만으로도 영화가 팔리고, 잡지 표지에 등장하면 브랜드가 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콘텐츠를 둘러싼 문화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대중은 더 이상 '유명인'이라는 이름만으로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대신, '누가 무엇을 말하는가?'보다는 '내가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이 경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이 변화는 취향의 이동만이 아니다.
소비자에서 사용자로, 사용자에서 창작 동반자로의 진화다.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가 말한 '참여 문화'(Participatory Culture)는 오늘날 SNS, 유튜브, 틱톡을 통해 일상적으로 구현된다.
팬은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재가공하고, 공유하며, 커뮤니티 속 정체성을 스스로 구성하는 주체가 됐다.
이러한 흐름은 이제 인공지능(AI) 캐릭터 수용의 문을 활짝 연다.
사람이 아니더라도, 감정적 공감과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가상 인플루언서, AI 유튜버, 아바타 BJ 등은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존재에 대한 애정과 감정 몰입은 실존 여부와 관계없이 작동한다.
핵심은 정서적 인터페이스, 즉 인간과 AI 사이에 형성되는 감정의 연결이다.
◇ AI 캐릭터는 어떻게 콘텐츠 생태계를 바꾸는가

AI 캐릭터 변화
이은준 교수 제작 이미지
AI 캐릭터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인간 배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으며, 피로감 없이 팬들과의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이는 제작비와 시간을 줄이며, 동시에 더 많은 콘텐츠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계약 문제, 윤리적 이슈, 사생활 침해 등 전통적인 연예 산업의 리스크로부터 벗어난다는 점도 크다.
무엇보다 팬덤 문화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스타의 삶과 신비성이 중요한 요소였다면, 이제는 '콘텐츠로 제공받는 경험'이 중심이다.
인플루언서에서 AI 캐릭터로의 전환은 팬의 정체성과 경험 중심 소비 구조를 더욱 가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간 배우가 가진 예측 불가능성, 진정성, 실제 삶의 단면은 AI가 아직 대체하기 어렵다.
나아가 가상 존재에 대한 몰입이 지나칠 경우, 정체성 혼란이나 현실 도피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체성의 진짜성', '감정의 진짜성'에 대한 윤리적 논의가 필요해지는 이유다.
'캐릭터 일관성'이 막는 AI 영화의 다음 단계도 생각해볼 문제다.
이러한 기술 기반 콘텐츠 전환의 핵심에는 영상 기술의 발전이 있다.
최근 Runway, Pika, Sora, Kling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AI 기반 영상 제작 기술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제 단일 이미지 생성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장면과 연속적인 스토리를 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고품질의 서사형 영상, 특히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는 여전히 큰 난관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기술적 한계는 바로 '캐릭터 일관성'(Character Consistency) 문제다.
캐릭터 일관성이란 같은 인물이 여러 장면에 등장할 때 외모, 표정, 의상, 분위기 등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을 뜻한다.
이는 관객이 몰입감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하지만 현재 AI 영상 생성 시스템은 시간 축 기반의 정체성 유지 기능이 부족해, 영상의 컷이 바뀔 때마다 인물의 눈동자 색이 달라지거나 옷의 세부가 변형되는 문제가 빈번하다.
이는 AI가 장면을 '예측 기반'으로 생성하기 때문이다.
AI는 '이전 장면'과의 연결보다는 매 장면을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캐릭터의 정체성이 흐트러지고, 관객은 쉽게 몰입에서 이탈하게 된다.
◇ 인간 창작자는 왜 여전히 중요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창작자들은 AI가 생성한 수많은 컷을 직접 검토하고 조정하는 방식으로 일관성을 유지한다.
'프롬프트 고정'이나 '시드값 유지', '모델 재학습' 등의 기술도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이는 기술 보완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 장면에서 왜 이 인물이 울어야 하는가?", "이 장면의 감정은 어떤 얼굴로 전달되는가?"

인간배우와 AI 배우
이은준 교수 제작 이미지
이와 같은 질문은 AI가 아니라 인간 창작자만이 던질 수 있다.
결국 AI 영상 창작의 핵심은 이미지를 고르고, 감정을 읽고, 서사를 조직하는 사람의 상상력과 선택 능력에 달려 있다.
필자 역시 AI 영상 도구를 활용한 영화 제작 경험에서, AI가 제공하는 수많은 이미지 중 스토리에 맞는 컷을 직접 고르고 보정하며, 새로운 방식의 창작 구조를 체감한 바 있다.
이는 기존 영화 제작과는 다른 새로운 창작의 문법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AI는 도구일 뿐이며, 이야기의 주인은 여전히 사람이라 할 수 있다.
AI 영상 제작 기술은 향후 캐릭터 일관성 문제를 일정 수준 극복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연출은 결코 알고리즘이 대신할 수 없다.
앞으로는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창작'이 문화 콘텐츠의 주류가 될 것이다.
AI는 무한한 시각적 가능성과 생산성을 제공하고, 인간은 철학, 감정, 의미라는 본질을 설계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AI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인간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이야기꾼의 힘'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끝)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본인 제공
한때 '연예인'이라는 존재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름 석 자만으로도 영화가 팔리고, 잡지 표지에 등장하면 브랜드가 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콘텐츠를 둘러싼 문화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대중은 더 이상 '유명인'이라는 이름만으로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대신, '누가 무엇을 말하는가?'보다는 '내가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이 경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이 변화는 취향의 이동만이 아니다.
소비자에서 사용자로, 사용자에서 창작 동반자로의 진화다.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가 말한 '참여 문화'(Participatory Culture)는 오늘날 SNS, 유튜브, 틱톡을 통해 일상적으로 구현된다.
팬은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재가공하고, 공유하며, 커뮤니티 속 정체성을 스스로 구성하는 주체가 됐다.
이러한 흐름은 이제 인공지능(AI) 캐릭터 수용의 문을 활짝 연다.
사람이 아니더라도, 감정적 공감과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가상 인플루언서, AI 유튜버, 아바타 BJ 등은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존재에 대한 애정과 감정 몰입은 실존 여부와 관계없이 작동한다.
핵심은 정서적 인터페이스, 즉 인간과 AI 사이에 형성되는 감정의 연결이다.
◇ AI 캐릭터는 어떻게 콘텐츠 생태계를 바꾸는가

이은준 교수 제작 이미지
AI 캐릭터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인간 배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으며, 피로감 없이 팬들과의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이는 제작비와 시간을 줄이며, 동시에 더 많은 콘텐츠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계약 문제, 윤리적 이슈, 사생활 침해 등 전통적인 연예 산업의 리스크로부터 벗어난다는 점도 크다.
무엇보다 팬덤 문화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스타의 삶과 신비성이 중요한 요소였다면, 이제는 '콘텐츠로 제공받는 경험'이 중심이다.
인플루언서에서 AI 캐릭터로의 전환은 팬의 정체성과 경험 중심 소비 구조를 더욱 가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간 배우가 가진 예측 불가능성, 진정성, 실제 삶의 단면은 AI가 아직 대체하기 어렵다.
나아가 가상 존재에 대한 몰입이 지나칠 경우, 정체성 혼란이나 현실 도피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체성의 진짜성', '감정의 진짜성'에 대한 윤리적 논의가 필요해지는 이유다.
'캐릭터 일관성'이 막는 AI 영화의 다음 단계도 생각해볼 문제다.
이러한 기술 기반 콘텐츠 전환의 핵심에는 영상 기술의 발전이 있다.
최근 Runway, Pika, Sora, Kling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AI 기반 영상 제작 기술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제 단일 이미지 생성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장면과 연속적인 스토리를 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고품질의 서사형 영상, 특히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는 여전히 큰 난관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기술적 한계는 바로 '캐릭터 일관성'(Character Consistency) 문제다.
캐릭터 일관성이란 같은 인물이 여러 장면에 등장할 때 외모, 표정, 의상, 분위기 등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을 뜻한다.
이는 관객이 몰입감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하지만 현재 AI 영상 생성 시스템은 시간 축 기반의 정체성 유지 기능이 부족해, 영상의 컷이 바뀔 때마다 인물의 눈동자 색이 달라지거나 옷의 세부가 변형되는 문제가 빈번하다.
이는 AI가 장면을 '예측 기반'으로 생성하기 때문이다.
AI는 '이전 장면'과의 연결보다는 매 장면을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캐릭터의 정체성이 흐트러지고, 관객은 쉽게 몰입에서 이탈하게 된다.
◇ 인간 창작자는 왜 여전히 중요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창작자들은 AI가 생성한 수많은 컷을 직접 검토하고 조정하는 방식으로 일관성을 유지한다.
'프롬프트 고정'이나 '시드값 유지', '모델 재학습' 등의 기술도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이는 기술 보완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 장면에서 왜 이 인물이 울어야 하는가?", "이 장면의 감정은 어떤 얼굴로 전달되는가?"

이은준 교수 제작 이미지
이와 같은 질문은 AI가 아니라 인간 창작자만이 던질 수 있다.
결국 AI 영상 창작의 핵심은 이미지를 고르고, 감정을 읽고, 서사를 조직하는 사람의 상상력과 선택 능력에 달려 있다.
필자 역시 AI 영상 도구를 활용한 영화 제작 경험에서, AI가 제공하는 수많은 이미지 중 스토리에 맞는 컷을 직접 고르고 보정하며, 새로운 방식의 창작 구조를 체감한 바 있다.
이는 기존 영화 제작과는 다른 새로운 창작의 문법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AI는 도구일 뿐이며, 이야기의 주인은 여전히 사람이라 할 수 있다.
AI 영상 제작 기술은 향후 캐릭터 일관성 문제를 일정 수준 극복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연출은 결코 알고리즘이 대신할 수 없다.
앞으로는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창작'이 문화 콘텐츠의 주류가 될 것이다.
AI는 무한한 시각적 가능성과 생산성을 제공하고, 인간은 철학, 감정, 의미라는 본질을 설계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AI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인간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이야기꾼의 힘'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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