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월세보다 짭짤" 요즘 강남부자들은 고배당ETF에 꽂혔다

문일호 기자(ttr15@mk.co.kr)

입력 : 2025.07.18 17:06:04 I 수정 : 2025.07.18 19:27:39
대통령 코스피 투자 장려에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추진
자산가들 선호 투자상품은
1.4조 운용 'PLUS고배당주'
총수익률 50% 웃도는 수준
강남 오피스 투자 5배 달해
'은행고배당플러스'도 뭉칫돈
국내 은행주 10곳 집중투자
총수익률 따지면 60% 넘어






"고액자산가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15~17일 자산가들을 겨냥해 점포를 따로 낸 서울 강남권 프라이빗뱅킹(PB)센터 4곳을 방문해 물어보니 이처럼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IBK기업은행과 삼성·NH투자증권 PB들은 "그동안 국내 ETF를 추천해도 따라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먼저 은행 중심의 고배당 ETF를 골라놓고 동의를 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자산가들이 달라졌다. 40대 중심의 자산가들이 적극적으로 ETF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앞장서자 은행 예·적금 통장을 깨서 ETF 매수 대열에 동참한 것.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의 코스피200 추종 ETF를 '직구(직접 매수)'했다고 밝혔다. 코스피200 ETF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200곳에 골고루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 국내 ETF 순자산총액(AUM)은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었다. AUM은 투자자들이 넣은 자금 규모로, 머니무브의 척도다.

강남 고액자산가들은 지수 ETF에 만족하지 않는다. 코스피200은 그 자체로 시장 평균인 데다 배당수익률도 1%대에 그치고 있어서다. 부자들이 고배당 ETF로 더 높은 총수익률(배당+주가 상승)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투자업계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것이 고배당 ETF로의 머니무브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법이 개정되면 고배당주나 관련 ETF를 사도 세 부담이 확 준다. 또 이번 정부가 강력하게 부동산 규제를 하면서 수익률과 비용 측면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강남권 PB들은 자산가들이 배당 '투톱'을 주로 선호한다고 귀띔한다. 'PLUS 고배당주 ETF'(PLUS 고배당주)와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은행고배당플러스)이다. 배당 주제(테마) ETF에선 두 곳에 돈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가장 큰 수혜를 볼 업종이 은행인 데다 여전히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이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경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부지점장은 "고액자산가들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앞두고 배당 ETF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며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데다 대출 규제까지 받는 부동산보다는 ETF와 같은 금융자산 비중을 늘려 자산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앞두고 은행 ETF 인기

현행 소득세법은 연 2000만원까지 금융소득(배당·이자)에 15.4% 세율로 원천징수한다.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고액자산가(배당소득 3억원 초과)를 기준으로 세 부담이 최고 49.5%에서 27.5%로 낮아진다.

또 다른 강남권 PB는 "이전 정권에선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부자 감세'라며 반대가 심했다"면서 "분리과세가 이뤄지면 배당 자산이 많은 고액자산가들이 결국 수혜를 본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최대 수혜주로 은행주와 관련 ETF를 꼽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발의된 법안상 투자자들이 분리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배당성향이 35%를 넘는 상장사를 매수해야 한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이를 충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금융지주는 총주주환원율이 이미 35%를 넘어섰다. 총주주환원율이란 순이익 중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이다. 단순히 은행들이 자사주 소각을 멈추고 모두 배당으로 풀면 35% 기준을 맞출 수 있다는 논리다. 고배당 ETF 투톱은 절세계좌로 투자할 수 있는 데다 월 배당 상품이란 공통점이 있다. 예금 금리보다 높은 3%대 후반의 배당수익률에 주가 상승은 '덤'이라는 것.



PLUS 고배당주 ETF 수익률 부동산의 5배

한국부동산원과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강남권 오피스 임대수익률은 연 4.3%에 그쳤다. 사무실을 매매해서 받을 수 있는 자본수익률까지 합치면 간신히 연 10% 수준이다. 그러나 PLUS 고배당주 ETF의 경우 최근 1년 기준 배당수익률 3.7%에 올해 주가가 7월 15일까지 47.6% 올랐다.

ETF의 배당수익률과 주가 상승률을 각각 부동산 임대·자본수익률로 비교할 수 있다. 총수익률로 보면 PLUS 고배당주 수익률(51.3%)이 강남 오피스(10%)의 5배 수준이다. 유수정 IBK기업은행 역삼WM센터 PB팀장은 "자산가들은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지수형 ETF의 '짝꿍'으로 고배당 ETF를 선택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ETF에는 극적으로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코스피200 ETF는 주식시장으로 평균 투자 유입을 보여준다. 이 국내 시장 대표 ETF의 AUM은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5.7% 늘었는데 PLUS 고배당주는 같은 기간 35.3% 급증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AUM 1조39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2021년 말 이후 3년6개월 만에 약 14배 불어난 수치다.

한화자산운용이 2012년 8월 출시해 배당 테마 ETF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고배당주 30곳을 담고 있으며 매월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최근 1년 기준 배당수익률은 3.66%다.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하며 배당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 배당수익률이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자들이 투자하는 이유는 높은 배당성장률 때문이다. 최근 5년 기준 연평균복합성장률로 10.55%다. 배당금 성장은 ETF가 보유하고 있는 우량 회사 덕분이다. 분리과세 직접 수혜가 가능한 은행주들인 기업은행(5.5%)과 우리금융지주(5.07%), 하나금융지주(4.34%) 등이 주요 종목이다. 여기에 기아와 현대차처럼 제조업 기반 회사들도 4%대 비중으로 담고 있다.

30개 종목에 골고루 투자하는 성격으로 분산 효과는 '배당 넘버2' 은행고배당플러스(10종목)보다 크다. 총보수 등 모든 비용을 포함한 투자자 실비용부담률은 연 0.32%다.



1조클럽 낙관…은행 집중 기회이자 리스크

은행고배당플러스의 AUM은 15일 현재 6200억원이다. 지난 6월 23일 이후 7월 15일까지 1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런 추세라면 PLUS 고배당주와 함께 1조클럽은 '따 놓은 당상'이다. 분리과세 수혜 업종인 국내 은행주 10곳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3.91%)을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57% 급등하면서 총수익률이 60%가 넘으니 가진 자산에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PB센터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금융지주들을 골고루 갖고 있었는데 그럴 바에 차라리 은행주에 집중된 ETF 한 종목으로 매수해 자산을 관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유 1위 종목은 PLUS 고배당주처럼 정부(기획재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15.66%)이다. 또 4대 금융지주를 13~15% 수준으로 골고루 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앞으로도 주주들에게 풀 돈이 많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 2분기(4~6월) 예상 합산 순익은 5조원이다. 상반기 기준 최대 기록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나친 은행 쏠림 현상은 투자 리스크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로 예금 금리도 따라 내려가면서 은행에선 자산가들의 돈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현 정부의 '빚 탕감 정책'으로 은행 부실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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