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누가 사나…경영권 위협에 기업 키울 시도 안 할 것"특별배임죄 폐지 등 보완 논의에도 "이전 개정 때 논의했어야"
조성흠
입력 : 2025.07.22 16:55:48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김보경 강태우 기자 = 여당이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상법을 개정한 데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추가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당이 이런 우려를 반영해 보완 입법을 병행하고 있지만, 관련 논의 없이 이미 상법이 개정되고 후속 논의까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는다.
토론회 인사말하는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 2022.6.21 [국회사진기자단] srbaek@yna.co.kr
22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이날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즉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김 의원은 자사주 소각 기한을 '3년 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개인 투자자의 거센 항의에 더욱 강해진 이번 개정안을 내놨다.
이외에도 여당에서는 김남근, 차규근, 민병덕 의원 등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 속 기업들은 외부 세력에 의한 경영권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국과 달리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는 우리 현실에서 자사주는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여겨지는 만큼 위기감이 더욱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논의되는 집중투표제 도입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이 도입될 경우를 시뮬레이션 해보면 대기업 집단 평균 이사 7.5명 중 4명 정도가 대주주가 아닌 세력에 의해 장악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방어 수단이 자사주인데 그것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에게 손발을 묶고 싸우라는 것이고,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를 누가 취득하겠나"고 강조했다.
경영권 위협이 현실화하는 상황은 우리 경제 성장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는 경영권을 지키는 노력이 더욱 커질 것이고, 할 수 있으면 대기업 기준인 자산 2조원을 넘기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돈 들여서 키우면 남이 가져갈 텐데 누가 애써서 회사를 키우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작은 기업만 많아질 것"이라며 "사이즈가 문제인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상법 개정안' 처리(PG) [김토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 이익 보호와 주가 상승이라는 취지에서 비슷한 상법 개정안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세계적 추세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법안을 강화해 기업에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업 하기 좋지 못한 환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엔비디아나 테슬라, 아마존 등은 배당을 약간만 하거나 거의 하지 않고, 대신 주가 상승으로 주주들에게 수익을 돌려준다"며 "미국보다 높은 법인세를 낮추거나, 소각이든 배당이든 기업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사주도 기업의 자산 중 하나로,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거나 적대적 방어수단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 이를 강제적으로 제거하게 되면 기업들에 굉장한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해야 한다는 것은 좋은 것만 취하려는 '체리피킹'으로, 전체적인 구조나 시스템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속된 상법 개정안 강화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여당이 기업 특별배임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과 경영 판단 원칙 도입을 명문화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일방적 입법 드라이브 속에서 시기를 놓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 논의는 이사 충실 의무를 확대할 때 같이 논의됐어야 할 내용"이라며 "이사 충실 의무는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지금 추가 규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배임죄 폐지 등을 다루는 건 순서도, 맥락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