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재해보험 사각지대 '수해 보상' 농민에게는 '그림의 떡'
보험 대상 농작물 수 적고 보상금 지급 후 할증까지물에 잠긴 농기계 보상제도 전무…"실정 반영 못 해"
정다움
입력 : 2025.07.24 12:53:51
입력 : 2025.07.24 12:53:51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2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유계동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2025.7.24 daum@yna.co.kr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농작물 재해보험이요? 농민들한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는걸요." 곳곳에 생채기를 남긴 폭우가 쏟아진 지 일주일이 지난 2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유계동 한 부추·작약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농부 이갑성(62) 씨는 수해 피해로 군데군데 곰팡이가 슬어가는 부추를 바라보고선 착잡함을 감추지 못한 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뒤늦은 수해 복구 작업을 연이틀 이어가고 있지만, 이미 빗물을 잔뜩 머금어 맥없이 고꾸라지거나 잎 사이사이 진흙이 묻은 부추는 상품성을 잃었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곳에 터를 잡아 2천200평 규모 비닐하우스 6개 동을 36년째 운영하는데, 속수무책으로 수해 피해를 보고 대책까지 마련하지 못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당황스러워했다.
폭우 당시 허리춤까지 차올랐던 비닐하우스 안 빗물 배수 작업을 얼추 마무리한 그는 어디서 떠내려왔는지 모를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을 한데 모았다.
곧바로 시작된 폭염으로 초록빛을 서서히 잃어가는 부추잎도 뜯어냈고, 한데 쌓인 부추잎에서는 흙탕물이 배어 나와 비닐하우스 안 메마른 토지를 또 한 번 적셨다.
500㎖ 생수를 한 번에 들이킨 이씨는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수해"라며 "기후는 짧은 기간 많은 비가 오는 것으로 양상이 바뀌고 있으나 보험 정책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농민들의 소득 안정을 지원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이 운영되고 있는데, 정작 보상받을 수 있는 농작물의 수는 한없이 부족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재해보험을 들 수 있는 곳도 국내에서는 농협 손해보험사 1곳으로 유일해 선택지도 부족하고, 지역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농작물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2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유계동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2025.7.24 daum@yna.co.kr
현 농산물 재해보험 대상 농작물은 시설작물(23개)·채소(14개)·과수(13개)·식량(11개)·임산물(8개)·특작(4개)·버섯 작물(3개) 등 76개로, 이씨가 경작 중인 작약이나 샤인머스캣은 대상이 아니어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다.
이씨는 "비닐하우스 1개 동이 물에 잠기면 그 안에서 키우는 모든 농작물이 사실상 피해를 본 셈"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산정하는지 몰라도 현행 보험에서는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거나 농산물이 뿌리째 뽑혀 나가야 피해 현황으로 집계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기계 같은 각종 부속 자재도 물에 잠기지만, 보험 대상이 아니라 고장 난 부속 자재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도 전무하다"며 "자연재해라는 것이 농민들의 과실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데, 보상금을 지급받으면 내년 보험 갱신할 때 할증이 붙는 것도 불만이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민원을 통해 수해 피해를 본 농민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고, 현행 보험 제도의 개선 방법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보험 적용 농산물의 수가 부족하다고 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3개의 농작물을 추가했다"며 "재해보험이 농민들의 피해 구제 수단이 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전남 지역에는 지난 17∼19일 유례없는 폭우가 내리면서 주택·농경지·도로 등 곳곳이 물이 잠겨 합산 450여억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dau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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