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으로 중복상장도 주주 공평대우 문제 삼을 수 있다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7.29 18:40:24 I 수정 : 2025.07.29 21:11:58
29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백주년기념관에서 진행된 서울대 금융법센터의 ‘이사 충실의무 도입에 따른 실무상 쟁점’ 현안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이 1차 상법 개정안의 주주 간 공평 대우 조항으로 문제시 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번 상법 개정 드라이브의 바탕이 된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도 물적분할과 상장을 분리해 분석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전 과정의 의도를 살피는 통합적 시각에서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이익에 손을 들어줬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29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백주년기념관에서 진행된 서울대 금융법센터의 ‘이사 충실의무 도입에 따른 실무상 쟁점’ 현안 세미나에서 노혁준 서울대 로스쿨 교수(금융법센터장)은 “전통적 법학 분석은 물적분할과 상장을 별개로 보고 적법성을 바라보기에 법적 문제가 없었다”며 “이제는 일련의 행위를 포괄해 본다면 지배주주가 이득을 보는 주주 간 형평에 어긋난 규율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 상법은 회사에 그치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넓혔다. 이에 더해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도 추가됐다.

노 교수는 총주주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가 신설된 부분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변화 지점이라고 꼽았다. 위 조항들로 전통적인 회사법상 거래 분석론인 미시적 분석론이 이제는 거시적 분석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시적 분석론은 기업의 개별 행위를 분리해 판단하는 반면 거시적 분석론은 이익 배분의 관점에서 기업 결정의 의도까지 살펴보는 방식이다.

예컨대 기업의 대주주 겸 이사가 고액 보수를 받는 경우 미시적 분석론에서는 대주주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이사자격으로서 과도한 보수인지를 검토한다.

상법 개정 이후로는 대주주가 이사인 경우 이를 우회적인 이익배당으로 바라보면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 위반이라는 시각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개정법의 입법 취지상 일련의 행위를 포괄해 볼 때 주주 간 형평에 어긋나면 규율 대상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며 “물적 분할과 자회사 상장이 별도로 결정된 게 아니라 하나의 의도로 이뤄진 경우 대주주의 사적이익이 증가된 측면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 결정으로 주가가 급락할 경우 총주주의 이익 하락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가능하다는 언급도 있었다.

시장에서 특정 사건으로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변동한다면 총주주의 이익 보호 시선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거시적 관점에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다면 총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것으로 구성될 수 있다”면서도 “분할 회사의 주가 급락을 회사의 손해로 보면 상법 개정 이전에도 다투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상법 개정에도 이사를 주주의 사무처리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배임죄의 소지가 적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임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이사와 주주가 위임관계로 인정되어야 하는데, 개정 상법에서는 이사의 충실 의무와 이익 보호 의무의 내용이 추가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노 교수는 “개인적으로 개정 상법으로 이사가 주주에 대해 직접적인 법률적 의무를 갖게 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다만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는 이사가 회사와 동등하게 주주에 대한 의무를 갖게 됐다고 주장할 여지는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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