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 지적 나올 만했네…주담대 24조 늘 때 자영업자 대출은 뒷걸음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입력 : 2025.07.30 05:53:20
[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장사’를 비판하고, 기업 여신 공급과 같은 ‘투자확대’를 주문했지만, 올 들어 최근까지 주담대는 계속 폭증하고 있고, 반대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은 제자리걸음이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은행의 대대적인 사업 방향 수정 등이 불가피한데, 일부 은행에선 상반기 당기순이익의 일부를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금융 지원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03조953억원으로 올해 들어 약 7개월간 24조6319억원이 불었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10조8787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이 보유한 잔액 자체는 기업대출이 주담대보다 230조원가량 많은데, 증가폭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증가율로 보면 올 들어 주담대가 4.1%, 기업대출은 1.3%였다.



기업여신 중 자영업자 대출은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 말 325조6218억원이던 자영업자(소호) 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324조원까지 줄었고, 7월 들어 새 정부의 소상공인 보호 기조에 소폭 늘어 324조6503억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작년 말과 비교하면 역성장을 했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다. 재작년부터 시동을 건 정부 주도의 기업가치 제고, 이른바 ‘밸류업’과 중소기업·자영업자 여신 확대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밸류업의 핵심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높이려면 위험가중자산(RWA) 비중을 줄여야 하는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대출은 RWA를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반면 부동산을 담보로 잡는 주담대 등 가계대출의 경우 RWA 가중치가 낮다.

경기악화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연체율 관리에 나선 은행들이 가장 리스크가 큰 중기·자영업자 대출부터 줄였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CET1을 일정 수준 유지해 주주환원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연체율 문제까지 나오면서 기업 여신 부문이 예전만큼 성장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직접 은행 등 금융권을 겨냥해 ‘투자확대’를 주문한 만큼 하반기 사업 방향 수정은 불가피하다.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대출 한도가 6억원 이하로 확 꺾여 현실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정부가 장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자산을 키울 필요가 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중 일부를 중소기업 지원과 생산적 금융 지원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당초 하반기에만 12조원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금리 감면을 위해 쓰기로 했지만, 이를 2조원 더 늘려 14조원까지 한도를 늘린 것이다.

또 지난 17일 기술보증기금과 총 1300억원 규모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28일에는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2250억원을 투입해 신성장동력 산업 종사 기업과 유망창업기업, 수출기업, 고용창출 기업, 벤처기업 등에 보증비율 100% 부여 및 보증료 0.2%포인트 감면, 2년간 보증료 0.5% 감면 등 혜택을 준다는 계획이다.

재작년까지 기업여신에 집중했지만, CET1 비율 관리 기조하에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기업대출 자산 증대를 보수적으로 했던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월 1조원씩 기업대출 잔액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최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서울시 소상공인 안심통장’도 8월 말 내놓는다.

우리은행 역시 동양·ABL생명 인수 이슈로 소극적이던 기업영업 기조를 180도 전환해 하반기 기업 금리감면 프로그램을 확 늘린다. 3분기에만 4조6000억원 한도를 부여하고, 지방이전 기업 등 비수도권 기업을 대상으로 특화상품도 출시한다. 농협은행은 기업여신을 유치하는 직원에게 핵심성과지표(KPI)를 과거 대비 가중치를 둬 부여하고, 기업여신 인력을 키워내기 위해 하반기에만 160명을 대상으로 2주간의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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