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장 잠재력 충분 … 베트남·인도 진출 돕겠다"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입력 : 2023.04.04 16:48:57 I 수정 : 2023.04.04 22:58:29
금융산업 변화 시동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국내 금융사 IB부문 역량 강화
아시아 톱3 금융투자사 노려야
혁신벤처 투자 마중물 중요
기업성장기구 펀드 도입 박차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에 최선




◆ 매경이 만난 사람 ◆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올해 1월 취임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시선은 해외 무대로 향해 있다. 그는 "10년 내 아시아 톱3 금융투자회사가 나와야 한다"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선진화, 국제화,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 육성 △은행 중심의 금융 인프라스트럭처 탈피 △사적연금 운용 규제 완화 △공모펀드 활성화 △사모펀드 신뢰 회복 등 5대 추진 목표를 제시했다. 서 회장은 "IB 부문 수익성이 확대됐고 해외 사업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외형적 성장을 거뒀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금융투자회사들이 베트남·인도 등 아시아 시장에 더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펀드의 일종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을 촉구하는 등 금융투자협회가 투자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사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우선 IB 부문에서 역량을 갖춰야 한다. 첫 번째로 자본금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 경험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령 KDB산업은행, 국민연금 등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국내 증권사가 파트너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IB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진출을 고려하는 지역이 있다면.

▷자본주의 선진국인 유럽, 영국, 미국 같은 지역은 우리가 경쟁력을 갖기가 다소 힘든 것이 현실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잠재력은 충분하면서 우리가 우위에 설 수 있는 곳이다. 미·중 갈등 등으로 중국이 고립되는 분위기지만 베트남·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인도 같은 지역은 반대로 좋은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국내 금융회사들의 진출 여력이 충분히 있다.

―BDC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데.

▷펀드를 통해 투자자 자금을 모집해 벤처기업과 혁신기업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해주는 새로운 투자 수단이다. 국내 벤처 투자 생태계를 보면 중기와 후기 자금 수요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벤처 투자가 초기와 중기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BDC는 초기 단계는 물론 기업 성장에 따라 자금을 조달하는 식이다. 방식은 대출이 될 수도 있고 주식 매입 등도 가능할 것이다.

―현재까지 진행 상황은.

▷2018년부터 미국 BDC를 벤치마킹해 준비해왔다. 2021년 하반기부터 정부와 입법 절차를 시작해 지난해 5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현재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되어 계류돼 있는 상태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BDC를 통해 벤처 투자 생태계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토큰증권(STO)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다.

▷금융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추진력을 갖게 됐다. 향후 어떤 자산이 STO 투자 대상이 될 것인지 판별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회원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발행은 독립적으로 하더라도 유통은 단일 유통망으로 구축됐으면 한다는 바람이 많다. 업계와 공동으로 STO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디지털 이슈를 담당할 디지털금융팀을 만들었다. STO 시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해당 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그뿐만이 아니라 회원사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이슈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STO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나.

▷STO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음원, 미술품 투자는 일부분이고 개념을 확장하면서 주변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투자 대상이 나올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증권사를 통해 STO를 발행해서 상품화할 수 있는 그야말로 새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기존 증권 제도 아래에서 거래가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가 증권화됨으로써 새로운 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투자자들은 증권 거래에 관한 투자자 보호 제도를 모두 적용받게 돼 안심하고 증권사를 통해 STO 거래가 가능하다. 또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계약 등으로 거래를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다. 기업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기존 증권 발행에 비해 제반 비용이 절감되면서 편의성이 커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규모가 충분히 커지겠냐는 시선도 있지만 이제 시작 단계다.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은.

▷앞으로 금융산업 발전 중심은 은행이 아니라 금융투자업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나친 은행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은 정부와 같은 생각이다. 금융산업이 은행 중심으로 발전해온 것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 국내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고 있다. 배당 제도를 개선하고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를 선진화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적극 노력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금융투자협회도 정부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좋은 제도를 만들고 규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조언할 것이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불거졌다. 금융투자업계가 공동으로 중소형 증권사 지원을 위한 1조8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증권사들 역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고 나름 자금 조달을 많이 했다. 일부 회사들은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고 알짜 매물을 팔면서 자구 노력을 했다. 지금은 안정 국면에 들어간 모습이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긴 했지만 시장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계속 모니터링하고 대출 연장 등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유석 회장

△1962년 충남 논산 △배재고 △고려대 경제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1988년 하나증권(전 대한투신) 입사 △2006년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사장 △2010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2016~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2023년~현재 금융투자협회 6대 회장

[김정범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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