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앉아있는 2030…대출 잔액이 무려 500조라는데

김정환 기자(flame@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입력 : 2024.10.08 05:53:47
[사진=연합뉴스]


20대 취업준비생 김모씨. 생활비 부족으로 최근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을 받았다. 몇 달 후 이것만으로 부족해 두 군데 인터넷은행에서 각각 200~300만원씩 더 빌렸다. 김씨와 같은 처지가 한둘이 아니다. 생활비가 급해진 2030세대가 금융권 대출 큰손이 됐다.

영세 자영업자 빚은 400조원에 육박했다. 엄연한 빚이지만 정부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 ‘그림자 부채’로 불리는 전세보증금은 1000조원에 달했다.

7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연령별 가계대출 잔액’ 자료에 따르면 30대 이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2분기 49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새 98조9000억원(24.9%) 급증한 수치다. 60대 이상(29.5%)에 이어 전 연령층 가운데 증가율이 두번째로 높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팬데믹 사태를 거치며 취업난에 빠진 2030세대가 생활고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대출 연체율이 늘어나면서 누적된 대출 압박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국제결제은행(BIS) 데이터 분석 결과 영세 자영업자(소규모 개인사업자) 부채는 고금리 국면에도 불구하고 1분기말 기준 365조4000억원으로 5년간 158조원(76.2%)이 늘어났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인협회가 KB부동산의 월간 주택유형별 평균 전세가와 국토교통부·통계청의 전월세 실거래데이터를 추산한 결과 지난해 전세보증금은 1006조7000억원으로 5년 새 37.7% 뛰었다.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돈을 받고 계약이 끝나면 돌려줘야 하는 빚이지만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거래하는 사적금융이라 가계부채 공식 통계에는 빠져있다. 늘어난 전세보증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세임대주택 보증금 미반환 금액은 1762억원에 달했다.

전세보증금을 감안하면 지난 해 가계 빚은 2891조10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 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가계의 빚 부담은 더욱 커지며 한계 차주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서민금융 안전판을 확대하면서 가계부채 산정 방식을 재점검해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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