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폈다. 향후 3개월 내 금리 수준을 전망하는 한국판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기준금리를 현행 3.25%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올해 11월 금통위에선 금리 동결이 예상되며 추가 금리 인하는 내년 상반기에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면서도 "금융 안정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인하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유지를 전망한) 5명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1명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필요시 정부가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향후 금융 안정에 있어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당분간은 이번 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등 시장 영향을 지켜보고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장기전략리서치부장은 "이 총재가 필요성을 언급한 중립금리 수준 도달은 정책 기조 시사 이후 최소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기간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부채 부담 등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 두 차례 정도에 걸쳐 2.75%까지 내리는 사이클을 달성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금리 인하 속도를 참고할 때 내년까지 (중립금리로 추산되는) 2.5% 정도까지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 결정에 핵심 변수가 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도 주목된다. 연준은 지난달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이어 다음달에도 기준금리 인하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인하폭은 스몰컷(0.25%포인트 인하)이 유력하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고용시장이 견조하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84.4%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