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40% 돌려주는데 밸류업서 왜 빠졌지?”…배당 끝판왕들 지금이 쇼핑타임

문일호 기자(ttr15@mk.co.kr)

입력 : 2024.10.12 00:00:45
배당강자 KB·하나금융
순익 늘며 배당성향 쑥
재무건전성도 뛰어나
저평가 해소 기대감 커

SKT·KT 주주환원율
AI 등 신사업에 달려
알짜 분기 배당 제공




시험에 떨어졌는데 여유만만한 학생들이 있다. 시험에 떨어진 학생보다 문제를 출제한 출제위원에게 화살이 가는 경우다. 더구나 시험 출제가 잘못됐다는 민원에 탈락한 학생들이 구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지수에 들어가지 못한 일부 종목들 얘기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는 사업 실력과 주주환원 의지를 선정 기준으로 삼아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우량주를 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종목을 기준으로 유동 자금을 끌어 들여 전체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고배당으로 유명한 금융과 통신업 대표주자들인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과 KT가 지수에서 탈락하는 일종의 ‘이변’이 일어났다. 이들 네 종목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에선 국내 평균을 뛰어 넘는 우등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지수 선정에 중요한 지표였던 자기자본이익률(ROE)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못받았다. ROE는 한정된 자본으로 얼마나 이익을 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독과점 형태로 성장이 정체된 금융과 통신업 종목들은 ROE가 다른 업종대비 상대적으로 낮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ROE가 높아지긴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배당 중심의 주주환원이라 ROE가 주주친화 정도를 대표하지 못한다. 초고령화 사회 속에서 꾸준한 배당금 지급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번 지수 선정은 이같은 투자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거래소도 부랴부랴 연내에 추가 종목을 지수에 편입시키겠다고 하면서 이들 네 종목이 유력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이 때문에 지수 탈락으로 인한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여의도에서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지수 선정에서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수 발표이후 외국인 매수세로 주가가 올라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배당주의 대표격인 통신업도 지수 종목에서 제외됐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요즘은 건물주 위에 배당주라는 말이 나올만큼 고령화 시대에 주주친화 성향의 주식이 노후 대비의 필요 자산으로 떠오른다”며 “국내 배당주를 고를 경우 금융과 통신업은 사업의 안정성과 배당 의지를 고려해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의 40% 돌려주는 KB금융, 배당수익률 5%대 하나금융

지수 발표이후 9거래일 동안 가장 많이 오른 은행주는 KB금융이다. 지수종목에 편입된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를 압도했다. 지수 탈락 이후 KB금융이 주주환원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포함돼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배당주를 고를때 가장 중요한 지표는 배당의 지속 가능 여부다. 아무리 배당수익률이 높더라도 해당 상장사가 갑자기 배당을 중단할 경우 투자자의 현금흐름이 갑자기 막힐 수 있다. 과거 국내 정유사들이 유가가 곤두박질칠때 배당부터 중단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KB금융은 이런 리스크가 낮은 편이다. 언제든지 배당 인상과 같은 행동주의 전략을 펼수 있는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다. 7일 현재 78.1%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는 배당 상한선이 정해지기도 하지만 외국인 등쌀에 배당 자체를 중단하긴 어려운 구조다. 자체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경우 배당이 축소될 수 있지만 KB금융은 미국 은행들과 비교해도 재무 건전성에 손색이 없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다. KB금융의 CET1은 지난 6월말 기준 13.59%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다. CET1은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글로벌 건전성 지표다. 은행들은 외화로 자금을 많이 조달하는데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이자 비용이 줄어들면서 손실 부담이 작아졌다. 자금에 여유가 생긴 만큼 KB금융이 주주환원을 확대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단기 실적 호재도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 3분기 예상 순이익은 1조4922억원이다. 작년 동기대비 순익 증가율은 11.2%다. 순익은 배당의 재원이 되기 때문에 KB금융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액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배당이 상승할 여력은 많은 편이다. 국내 금융주의 순익 대비 배당금을 뜻하는 배당성향은 20%대로 낮은 편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국내 은행주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관치금융으로 주주환원책까지 금융당국의 사실상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밸류업이 본격 가동되면서 배당성향도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업계 최초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 배당으로 미국 처럼 분기 배당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꾸준한 현금으로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겠다는 뜻이다. KB금융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4대 금융지주 중 최고의 총주주환원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총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까지 포함한 주주환원액을 당기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올해는 환원율이 40%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홍예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보여준 총액 기준 균등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같은 밸류업 중장기 계획은 주주환원율 확대와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의 자체 목표치를 감안해 올해 주주환원율을 추정해보면 37.1%로 나온다. 벌어들인 돈의 37%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뜻이다. 하나금융 역시 CET1 비율이 13%대로 KB금융과 톱을 다투고 있어 주주환원 여력은 충분하다. 올 3분기 예상 순익은 1조256억원으로, 1년새 6.5%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 역시 이같은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가 올랐지만 실적 대비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향후 12개월 예상 순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54배에 불과하다. KB금융(6.37배)과 신한지주(5.58배)에 비해 저평가됐지만 우리금융(3.84배) 보다는 높다. 하나금융의 배당수익률은 8일 기준 5.52%로 KB금융(3.51%) 보다 현 주가 수준으로 기대할 수 있는 배당 수익성이 높다.

◆AI 투자 SK텔레콤 부동산 수익 증가한 KT 주주환원 늘릴까

SK텔레콤과 KT의 올해 주주환원율은 각각 79%, 49.4%로 추정된다. SK텔레콤의 경우 2023년도 회계기준으로 주주환원율이 90%를 넘었다. SK텔레콤이 이처럼 높은 주주환원율을 기록한 것은 복잡한 사정이 있다. 올해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이 사업에 진출한 지 40주년인데다 밸류업 지수 발표, 지배구조 개편 과정 등이 맞물려 있어서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화력을 집중했고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2021년 2660원이었던 연간 주당 배당금을 2023년 3540원, 올해 3551원으로 인상할 전망이다. 배당성향의 경우 국내 최정상 수준이다. 2022년과 2023년 모두 70%대를 기록하며 경쟁사가 없을 정도다.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려면 향후 신사업의 성과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특히 그 중심에는 ‘에이닷’ 서비스가 자리하고 있다. 에이닷은 거대언어모델(LLM)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개인 AI 비서 서비스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최근 에이닷 개편을 통해 일일활성사용자수(DAU)가 42% 급증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에이닷을 유료화해 통신사업 이외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외에도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각종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AI에 대한 투자로 인해 이미 한계에 달한 주주환원율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결국 구독경제를 강화하려는 SK텔레콤이 추가 유료화에 성공해야 주주환원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3분기 실적 전망은 좋다. 분기 순익이 3376억원으로 추정돼 1년 순익 증가율은 9.5%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의 예상 PER은 9.82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의 경우 이미 1배를 넘어서면서 저평가 주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KT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주환원액을 늘릴 여지가 있다. SK텔레콤에 비해선 AI 투자 비용 부담이 덜한 만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 역시 AI 등 신사업 전략을 내놨지만 이는 전체 매출의 2% 수준”이라며 “꾸준한 배당은 지속하면서 자사주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설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올해 KT의 주주환원율은 49.4%로 예상된다. KT는 올 1분기 부터 분기 배당에 나서면서 매분기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KT는 비용절감과 부동산 사업 등에서 이익 증가로 향후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올 3분기 순익은 311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KT의 PER와 PBR은 각각 7.89배, 0.62배다. SK텔레콤 보다 저평가 상태다. KT는 알짜 부동산 자회사가 있다는 점에서 내년 전망이 더 밝은 편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자회사에서 대규모 분양 수익이 발생해 내년엔 실적이 더 증가해 배당 등 주주환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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