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한 돈, 여기다 갖다 바쳤네”…은행들 매년 수천억 들이는 ‘이 곳’, 뭐길래

김민주 매경닷컴 기자(kim.minjoo@mk.co.kr)

입력 : 2024.10.23 10:04:10
올해 ‘금고은행’ 유치 출연금 6487억 돌파
“늘어난 예대차익, 출혈경쟁에 낭비” 지적
재정 열세 지방은행, 지방서 설 자리 잃어
국회 “‘지역재투자 평가제도’ 재정비 시급”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들이 ‘금고은행’ 간판을 따내기 위해 매해 수천억원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이자장사로 지나친 잇속을 챙긴단 비판을 받아온 은행들이 이를 고객 혜택 강화가 아닌 또 다른 이익 창구 개설에 쏟아 붓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으로 선정된 국내 은행이 지자체에 협력사업비(출연금)로 현금 수천억원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고은행이 될 시 지자체의 예산과 현금을 관리하게 되므로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정책사업에 참여하기 용이해 물밑 유치 경쟁이 치열하단 게 업계의 전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에 자료요구를 통해 받은 ‘국내 은행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선정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지자체 금고은행으로 선정된 은행은 총 12개로, 이들이 지자체에 출연한 금액은 6487억1500만원에 달한다.

금고은행으로 선정된 지자체 수는 농협이 총 187개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 24개, KB은행 19개, 우리은행 15개, iM뱅크(전 대구은행) 11개가 뒤를 이었다.

지자체에 출연한 금액 규모는 신한은행이 2345억2000만원(36.2%) 으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 농협 1965억3200만원, 우리은행 606억7000만원, KB은행 592억원, 부산은행 303억원 등의 순이다.

은행에서 전국 지자체 금고은행 선정을 위해 출연한 현금 중 90.2%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5대 시중은행과 전국 단위의 특수은행인 농협에서 나왔단 점이 시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 국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은행들이 예금금리 하락와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늘어난 이자수익을 금융소비자 혜택 선순환이 아닌 출혈경쟁에 낭비하고 있단 지적이 잇따른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시금고 쟁탈전 과열에 따라 ‘협력사업비’가 주요 요소로 떠오르자 상대적으로 재정적 열세에 있는 지방은행들이 지방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단 우려도 나온다.

5대 은행의 최근 3년(2021년~2023년) 비수도권 지자체 금고 입찰건수는 156건이다. 이 중 낙찰건수는 147건으로 낙찰률은 94%다. 반면 지방은행은 비수도권 지역에만 입창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낙찰률은 약 47%에 그친다.

이에 향후 협력사업비 출혈경쟁 확대를 막기 위해 ‘지역재투자 평가 제도’를 재정비·강화해야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2~4년을 주기로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은행들이 제출한 제안서를 심사·평가해 금고은행을 선정하는데, 금고지정을 위한 입찰공고서에 자치단체금고지정 평가항목 중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계획 평가가 있고 여기에 출연금 평가 배점이 있다. 행정안전부 규정상 예년 협력사업비의 20% 이상을 써낼 수 없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권고 사항일 뿐이라 협력사업비가 지속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민국 의원은 “금융 당국은 은행의 지자체 금고은행에 선정되기 위한 과도한 출혈경쟁을 줄이고 막대한 재정을 지닌 시중 은행 등에 집중된 지자체 금고 선정을 지양하기 위해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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