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러운 파리처럼 생겼는데 대박이다”...잔반 처리하고 죽어선 사료로 쓰이는 ‘이 곤충’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입력 : 2024.10.27 07:50:38
농진청서 기술 이전받은 제주 BSF금악
파리처럼 생긴 동애등에 애벌레 키운뒤
건조후 분쇄하면 훌륭한 물고기 사료
착유한 뒤 나오는 오일은 면역력 코팅제
애벌레 분변토는 친환경 비료로 활용


박덕주 BSF금악 전무가 다 자란 뒤 건조된 동애등에 애벌레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애벌레를 분쇄하면 프리미엄급 사료가 된다.


길이 2cm 남짓한 애벌레가 조용히 꿈틀거린다. 그 위로 분쇄된 음식물을 부어주자 수많은 애벌레들이 동시에 부산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애벌레들이 음식물을 다 먹어 치웠다. 그렇게 보름 정도 키운 뒤에 건조기로 말린 애벌레를 분쇄하자 분말이 만들어졌다. 이 분말은 광어와 도다리, 도미 등 물고기 양식장에서 훌륭한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동애등에라는 곤충이 양어·양식장, 양돈장, 양계장에서 프리미엄급 사료로 쓰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제주 한림읍 금악리의 농업회사법인 BSF금악에 도착했다.

BSF금악은 제주친환경에너지타운이라는 이름의 축산분뇨처리장 옆 180평 건물에서 직원 6명이 동애등에를 키우고 있었다. 동애등에는 매우 낯선 이름이지만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날개달린 곤충이다. 길이가 파리의 2배 정도 되다 보니 날씬한 파리처럼 생겼다. 생물학적으로도 파리목 동애등에과에 속한다.

동애등에 성충을 키우는 사육장 모습. 동애등에는 파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알을 낳은 뒤 바로 죽는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동애등에를 본 적이 없는 걸까. 그 이유는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된 뒤에 3개월 정도 사는 파리와 달리 동애등에는 열흘 정도를 살면서 교미 후 산란하면 즉시 죽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동애등에 사료화 기술을 직접 이전받아 10여 년째 사업화에 나서고 있는 박덕주 BSF금악 전무는 “동애등에 성충이 사는 목적은 산란을 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사람의 눈에 발견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애초에 농촌진흥청이 동애등에라는 곤충에 주목한 이유는 애벌레로 살아가는 기간이 무려 15~20일에 달할 정도로 길기 때문이다. 박관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는 “동애등에 애벌레는 생존 기간이 사나흘에 불과한 파리와 달리 길기 때문에 그만큼 애벌레가 충실하게 크고 영양을 많이 축적한다”며 “동애등에의 상품화 성공 가능성은 이 애벌레를 얼마나 잘 키우고 유용하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BSF금악 공장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공간은 외부로부터 음식물을 반입하는 공간이다. 동애등에 애벌레의 먹이는 잔반(남은 음식물)이다.

BSF금악의 한 직원이 자동사육기에서 자라고 있는 애벌레를 돌보고 있다.


BSF금악은 한림읍 일대 식당 사업장에서 하루 1t 정도의 잔반을 들여온다. 제주도에서는 잔반을 수거한 뒤 과거에는 해양 투기 방식으로 처리했지만 국제법상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현재 육지로 내보내 처리한다. 제주도에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 부족한 탓이다. BSF금악은 들여온 잔반을 동애등에 애벌레의 먹이로 활용하기 위해 반입 후 곧바로 강력 분쇄기로 갈아 바로 저장탱크에 저장시킨다.

이어 양육실로 들어서자 자동사육기의 100개에 달하는 선반에서 동애등에 애벌레가 자라고 있다. 동애등에 애벌레는 자신의 몸무게의 10배에 달하는 먹이를 먹어 치우는 습성이 있어 환경 정화 곤충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최장 15일간 잔반을 먹인 뒤에 분변토와 유충을 선별한 후 마이크로 건조기로 보내 말린다. 애벌레를 건조하게 되면 함수율이 85%에서 5% 이하로 떨어지면서 바삭해진다.

자동사육기 선반에서 자라고 있는 동애등에 애벌레 모습.


이 건조된 애벌레는 두 가지 방식으로 가공되고 있다. 첫째는 그대로 분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입자 크기가 2mm에 달하는 거친 분말이다. 이 분말은 양어·양식장이나 양계장에서 사료첨가제로 사용할 수 있다. 둘째는 기름을 짜낸 뒤 분쇄해 고운 분말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 분말은 양어·양식장과 양돈장, 양계장, 펫사료 등 에서 고단백 사료 원료로 활용한다. 그리고 착유 후 나오는 기름은 항균 물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양어·양식장, 펫사료 제조업체 에서 훌륭한 면역력 향상 사료 코팅제로 사용된다.

지금까지는 이처럼 건조된 애벌레만 사료로 활용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애벌레가 배출한 분변토를 비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박 전무는 “동애등에 애벌레가 먹는 음식물쓰레기의 40%는 분변토로 배설되기 때문에 이를 잘 발효시키면 유기질이 풍부해 훌륭한 친환경 비료가 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며 “이 분변토에는 살균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병해충을 막는 역할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제주에서 골칫덩이가 되고 있는 감귤 부산물이나 부패 감귤을 처리하는 데 동애등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현재 시험적으로 먹이원으로 쓰고 있다. BSF금악 대표를 겸하고 있는 안관홍 금악리 이장은 “폐감귤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면서도 동애등에 양육으로 제주 농어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제주 농가들이 동애등에 사육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이장은 “BSF금악의 사업모델은 지역의 잔반 처리부터 사료 확보, 지역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환경공단과 농진청, 제주도, 제주시 등의 적극적인 관심 속에서 기술과 행정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덕주 BSF금악 전무가 자동사육기에서 동애등에 애벌레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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