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KT·포스코로 만들겠다는 최윤범 회장의 ‘사즉생’ 전략 ··· 고려아연 경영권 지키나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4.10.30 16:05:44
입력 : 2024.10.30 16:05:44
고려아연 이끌던 최 회장 가문
지분율 감소 감수하고 대규모 유증
KT·포스코 같은 ‘국민기업’ 모델로
MBK·영풍 적대적 M&A 방어 차원
성공시 최 회장 경영권 유지 가능할듯
MBK·영풍측 “법정 공방 나선다” 반발
금감원·법원 판단이 성공여부에 영향
지분율 감소 감수하고 대규모 유증
KT·포스코 같은 ‘국민기업’ 모델로
MBK·영풍 적대적 M&A 방어 차원
성공시 최 회장 경영권 유지 가능할듯
MBK·영풍측 “법정 공방 나선다” 반발
금감원·법원 판단이 성공여부에 영향
‘사즉생(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발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는 ‘초대형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MBK·영풍 연합에 세계 1위 비철금속 업체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뺐기느니, 고려아연을 KT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게 최 회장측 계획이다. IB 업계 한 대표급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즉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이번 조치가 당국의 허가를 받을 경우, 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건의 개요는 아래와 같다.
최 회장과 고려아연, 그리고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지난 9월부터 각각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 확보 싸움을 하고 있다. MBK·영풍 연합이 공격자이고, 최 회장측이 방어자다.
현재 지분구도는 MBK·영풍 연합(38.47%), 최 회장 및 우호지분(35.45%), 국민연금(7.83%) 자사주(12.26%), 기타주주(5.99%)인 상황이다. 이 중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통해 얻은 자사주 9.85%를 소가한다는 방침이었다. 자사주 소각비용은 약 1조8000여억원에 달한다.
이대로만 흘러가면, 1대 주주인 MBK·영풍 연합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단일 주주로 최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 불참하기라도 한다면, MBK·영풍 연합 의결권은 절반을 넘게 된다. 최 회장 입장에선 국민연금이 유일한 동아줄이 되는 셈이다.
이 지점서 최 회장은 ‘국내 재벌가문’으로서는 역사상 최초로 ‘소유분산기업(국민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KT 포스코와 같이 ‘주인 없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한 것인데, 국내 재벌가문 중 이같이 말한 사람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그동안 재벌의 역사를 보면, 경제위기 등으로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모기업이 망할지언정,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를 위해 자신의 소유지분율을 억지로 낮춘 적은 없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30일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사주 소각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유상증자하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주식 수가 늘어나서 최 회장 및 MBK·영풍연합 지분이 모두 떨어지게 된다.
유상증자 2조5000억원 중 5000억원은 우리사주로, 나머지 2조원은 일반 공모로 자금을 모으게 된다. 청약일은 오는 12월 3~4일이다.
최 회장 및 일가는 고려아연 경영진이자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우리사주도 일반공모도 참여하지 못한다. 반대 측에 있는 MBK·영풍은 일반 공모에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모든 청약자는 공모주식 수의 3%(11만1979주·750억원)를 초과하여 청약할 수 없도록 청약 물량을 제한했기 때문에, MBK·영풍측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공모주식 수의 3%, 전체 주식 수 대비는 0.5%만 더 늘릴 수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 모집되는 약 373만주는 고려아연 전체 주식 수의 16.6%(자사주 소각 전제)에 달한다. 16.6% 중에 3.3%는 우리사주로, 나머지 13.3%는 일반공모로 모집되는 셈이다.
공격자인 MBK·영풍 연합은 청약물량 제한으로 일반공모분 13.3% 중에 0.5%밖에 모을 수 없게 된다. 최 회장측은 우리사주·일반공모 둘 다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런 지분율 변동이 없다. 결국 고려아연은 우리사주(3.3%)와 일반공모(13.3%)로 모은 대다수의 주주가 ‘기타주주’가 될 예정이다. 다만 우리사주 5000억원은 고려아연 직원들이 대상인데, 이를 채우려면 직원당 2억원 넘게 우리사주 주식분을 사들여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에, 우리사주는 5000억원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일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실현되면, MBK·영풍 연합 지분율은 35.56%, 최 회장측 및 우호지분은 32.77%, 국민연금은 7.24%, 기타주주(24.4%)가 된다. 압도적 과반이 없는 상황서, 최 회장측과 MBK·영풍 연합측은 무려 24%가 되는 기타주주를 설득해야, 이사회 표 대결서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번 유증에 참여하는 상당수 기관투자자들은 최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측이 시가 대비 저렴한 주당 67만원에 유증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하고도 유증 카드를 꺼낸 것이다. 만일 유증이 성공하면, 최 회장은 기타주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KT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이 되겠다는 것은 고려아연 최 회장측이 가문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뜻”이라며 “실제로 어떻게 될진 청약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국 기업사(史)에서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MBK·영풍은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MBK·영풍은 “최 회장의 유증 결정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자백하는 행위이기도 하다”라며 “차입금으로 인한 회사의 재무적 피해를 모면해보고자 유상증자를 하려고 하지만, 이 행위 자체가 바로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MBK·영풍은 “이번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최 회장과 이사진들에게 끝까지 그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더불어 무너져 있는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를 다시 바로 세우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당국과 법원의 판단이, 최 회장의 ‘유상증자 초강수 카드’ 성공 여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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