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운지구 공원화 실행 착수…'문화도심 재도약' 시동

삼풍상가 일대 보상계획 공고…상부 공원·지하 뮤지컬공연장종묘∼퇴계로 일대 문화 인프라 확충해 재부흥 주도
윤보람

입력 : 2024.11.25 06:05:00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도심공원 투시도
[서울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서울시가 낙후된 도심 지역인 세운상가 일대를 대규모 공원으로 재탄생시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후속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앞으로 7∼8년 뒤 세운상가 일대는 대규모 녹지 공원과 문화시설을 갖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기반 시설 이탈로 침체기에 있는 종묘∼퇴계로 일대가 문화산업 재부흥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도심공원 조성사업'에 편입되는 토지 등에 대한 보상계획을 확정해 최근 공고했다.

보상 대상 토지는 삼풍상가가 있는 중구 을지로4가 310-68번지 일대다.

이달 29일까지 열람 기간을 두고 이의 신청을 접수한다.

개인별 보상 대상 토지 및 물건 내역, 보상액, 보상 절차, 협의 기간 등의 구체적 사항은 추후 보상 시기에 개별 통지할 예정이다.

이번 보상계획은 세운상가 일대를 공원화하겠다는 서울시의 개발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67년 문을 연 국내 최초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인 세운상가는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를 포함한 7개 상가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는 2006년 세운상가와 주변 지역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개발을 추진했지만,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시 정책이 재생과 보존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변화의 기회와 동력을 잃었다.

그러다 2021년 오세훈 시장이 다시 취임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삼풍상가 부지 도심공원 기본구상안
[서울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시는 올해 3월 도시 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을 확정했다.

세운상가 일대를 광화문광장의 3배가 넘는 대규모 공원(13만6천㎡)을 갖춘 '녹지생태도심'으로 만드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다.

1단계 우선 추진 사업으로 가운데에 있는 삼풍상가와 PJ호텔을 서울시가 직접 사들이거나 수용해 2031년 12월까지 공원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어 중장기 추진 사업으로 2030년부터 나머지 상가들을 주변 지역과 함께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공원화한다.

이를 위해 시는 삼풍상가와 PJ호텔을 도시계획시설 공원으로 결정했으며 이번에 삼풍상가 부지에 대한 협의 매수 절차에 들어갔다.

시는 삼풍상가와 PJ호텔 부지를 '문화'란 큰 테마 아래 개발하기로 했다.

상부에는 서울광장의 85% 수준인 1만1천㎡ 규모의 공원을 조성하고, 지하에는 1천5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 공연장을 만들 예정이다.

기본구상안에 따르면 상부 공원은 미디어월을 갖춘 선큰(지상에 노출된 지하공간) 정원, 조망 데크, 미러폰드(거울연못), 빛의 광장 등으로 꾸민다.

지하 문화시설은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지어 뮤지컬 공연장을 포함해 전시, 판매 공간을 넣는다.

구체적인 시설 계획은 내년에 설계공모 등을 통해 확정된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삼풍상가 부지 지하 뮤지컬 공연장 기본구상안
[서울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세운상가 개발 계획에 문화 기능을 접목한 것은 종묘∼퇴계로 일대를 '고품격 문화도심'으로 재도약시킨다는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종묘∼퇴계로 일대는 각종 영화관과 공연장이 들어섰지만, 도심 상권이 침체하고 영화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면서 현재 침체기에 있다.

한국 영화산업의 상징적 공간인 만큼 다시 한번 도심 문화거점으로 활성화한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특히 시는 추후 충무로 일대 민간 재개발 시 공연장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문화시설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대신 용적률 인센티브, 높이 제한 완화 등의 혜택을 준다.

이런 방식으로 충무로변에 문화시설 3개소를 지어 삼풍상가 지하에 들어서는 대규모 뮤지컬 공연장을 중심으로 문화거점으로서의 개발 시너지를 높인다는 목표다.

오 시장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인기인 K-드라마·K-영화의 기반은 대학로 예술가들이 닦았다"며 "세운지구를 재개발하면서 지속 가능한 뮤지컬 클러스터를 만들고 대학로와 연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 원도심은 과거 많은 문화시설이 밀집해 있었으나 산업 여건 등의 변화로 관련 인프라가 사라지거나 쇠퇴하는 실정"이라며 "세운재정비촉진사업으로 K-뮤지컬 등 공연이 가능한 다양한 인프라를 확충해 문화산업이 다시 살아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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