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퐝규' 대신 '퐝타스틱 제주'로 불러주세요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입력 : 2024.11.26 16:53:26
공영홈쇼핑 쇼호스트로 변신한 개그맨 전환규
"퐝규예요" 등 유행어 제조기
아픈 첫째 아이 돌보기 위해
개그 그만두고 제2의 삶 도전
'퐝타스틱 제주'서 먹거리 판매
타고난 입담에 소비자도 호응
'라방' 매출 1년새 50% 껑충






지난 19일 서울 공영홈쇼핑 본사에서 진행한 '퐝타스틱 제주' 라이브방송 후 전환규 씨가 미소를 짓고 있다. 이호준 기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애 셋 키우는 다둥이 아빠, 전환규입니다. 오늘은 제주에서 올라온 감귤 '귤로올레'를 만나보시겠습니다. '퐝타스틱 제주'에서만 누릴 수 있고요, 4.5㎏에 9900원 무료 배송입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영홈쇼핑 본사 18층 라이브방송(라방) 스튜디오. 개그맨 전환규 씨(44)가 제주 감귤을 판매하는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전씨가 진행하는 '퐝타스틱 제주'는 올해 1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공영쇼핑 앱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아 ○○○님, '귤 먹고 싶어 주문해야겠어욤' 아주 좋습니다. 지금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날 감귤 빛깔의 샛노란 의상을 입고 나온 전씨는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전씨의 기운을 받은 제주 감귤은 생방송 1시간 동안 무려 300세트 이상 판매됐다.

"제 이름은, 퐝규예요!"

2000년대 중반 MBC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야'의 코너 '고독한 킬러'를 주름잡았던 전씨 유행어다. 그는 2004년 MBC 14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2007년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상 최우수상과 MBC 방송연예대상 최우수상을 휩쓴 최고 개그맨이었다.

개그맨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전씨는 태어난 첫째 아이가 몸이 안 좋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코미디를 그만뒀다. 우울감으로 힘들어하던 와중에 절친의 소개로 한 홈쇼핑에서 쇼호스트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전씨는 "쇼호스트는 스스로 스케줄 관리가 가능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최적의 직업"이라고 말했다.

많고 많은 홈쇼핑 중 왜 공영홈쇼핑을 택했을까. 전씨는 "가격이 비싸거나 고급 제품 중심으로 판매하는 홈쇼핑은 작은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물건을 소개할 자리가 없다"며 "공영홈쇼핑은 물건 판매보다는 판로 지원이 목표기 때문에 소상공인, 특히 내가 홍보하는 제주도 농가의 성장을 이끌고 상생을 이루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쇼호스트로서 잘나가던 전씨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그는 "쇼호스트로 좀 잘나가니 '어깨뽕'이 들어갔다. 시장 상황이나 데이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물건 소개만 하다 보니 판매량이 줄었다"며 "쇼호스트로서 사명감도 사라져 엄청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방황하던 그를 구해준 건 현재 공영홈쇼핑 라방의 강일구 PD였다. 강 PD는 "공영홈쇼핑 라이브방송에서 제주도 물건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직접 와서 옛날 열정을 불태워보지 않겠냐"며 전씨를 설득했다. 이렇게 전씨와 공영홈쇼핑의 인연이 맺어졌다.

라방에서도 개그맨 전씨의 끼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전씨는 라방으로 물건을 소개할 때 단순히 물건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타고난 순발력과 센스로 다양한 스토리와 인생 경험까지 '맛있게' 풀어내는 게 강점이다.

전씨의 활약에 힘입은 덕분일까. 공영홈쇼핑 라방 매출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16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30억원으로 50% 가까이 성장했다. 전씨는 "제주도민과 '퐝타스틱 제주'를 통해 상생하는 게 꿈"이라며 "제주도민이 언제든지 노크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나가고 싶고, 진정한 '제주 서포터'가 되는 그날까지 이 한 몸 불사르겠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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