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문가 “10년후 일본선 쌀 부족 우려...초다수확 품종 개발에 매진”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입력 : 2024.12.21 12:46:11 I 수정 : 2024.12.21 12:58:42
입력 : 2024.12.21 12:46:11 I 수정 : 2024.12.21 12:58:42
벼 품종 개발하는 日민간업체 대표
“기후변화·농가감소에 쌀생산 줄 것...
F1·분자육종으로 다수확 품종 개발중”
‘민간 벼 품종 활성화’ 국제세미나에
한·중·일 벼 육종 전문가들 대거 참여
‘벼 품종으로 대통령상’ 시드피아 주최
“기후변화·농가감소에 쌀생산 줄 것...
F1·분자육종으로 다수확 품종 개발중”
‘민간 벼 품종 활성화’ 국제세미나에
한·중·일 벼 육종 전문가들 대거 참여
‘벼 품종으로 대통령상’ 시드피아 주최
“향후 10년 뒤 일본에서는 쌀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초(超)다수확 벼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누시 겐지 일본 스이도우(水稻)생산기술연구소 대표는 20일 매경 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된 ‘벼 민간육종 활성화를 위한 한·중·일 국제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지누시 대표는 “올해 일본에서는 한때 마트에서 쌀이 동이 날 정도로 일시적인 쌀 공급 부족 현상을 겪었다”며 “향후 기후변화와 고령화, 농가 인구 감소 등 여파로 쌀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해질 수 있어 생산성을 극대화한 초다수확 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만성적인 쌀 공급 과잉에 따라 정부 주도로 벼 재배 면적 축소 정책을 꾸준히 펴오고 있다는 점에서 스이도우연구소의 이 같은 전략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의 농업·농촌 상황이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향후 쌀 정책이나 벼 품종 개발 전략 수립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한·중·일 국제세미나는 한국의 민간 벼 품종 개발업체인 시드피아와 일본 스이도우생산기술연구소가 공동 주최했고, 매일경제 애그테크혁신센터와 한국벤처농업대학이 공동 주관했다.
시드피아는 자체 개발한 벼 품종 ‘골든퀸3호’로 지난 10월 ‘제20회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민간 종자업체가 벼 품종을 개발해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역대 처음이어서 큰 화제가 됐다. 식량작물인 쌀은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원 등 정부와 지자체가 품종 개발과 보급을 도맡아온 분야다. 시드피아에서 개발한 골든퀸3호 품종은 ‘수향미’나 ‘백세미’, ‘향미나라’ 같은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골든퀸3호 품종 개발의 주역인 조유현 시드피아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 중국 3국에서 민간 종자회사가 벼 품종을 어떻게 육종하고, 관련 사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그리고 서로 어떻게 교류해 나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유익한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오야마 히로코 니이가타식료농업대학 교수는 격려사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이 민간 차원의 벼 품종 개발 노하우를 교류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세 나라 모두 쌀이 주식인 데다 한국과 일본은 쌀 시장의 유사성이 많은 만큼 이번 세미나가 세 나라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이석영 시드피아 본부장과 지누시 겐지 스이도우생산기술연구소 대표, 박종택 전 중국상하이농업과학원 박사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민승규 교수는 ‘한국쌀 비상(非常)이다 비상(飛上)하자; 새로운 경쟁력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먼저 우리나라 쌀 시장의 엄중한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정부 농업 예산은 1995년 8조8000억원에서 올해 18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농가당 농업소득은 같은 기간 1047만원에서 1114만원(작년)으로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며 “우리나라 전체 농민의 절반 가량이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쌀 시장이 제 역할을 못한 탓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만성적인 공급 과잉에 시달리면서 가격 하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벼농사 재배 면적을 줄이는 공급 축소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농민들이 마음껏 벼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쌀에 대한 시장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능성 쌀음료나 쌀 화장품, 쌀국수, 쌀파스타 같은 가공식품과 함께 쌀을 원료로 하는 증류주나 쌀 위스키 같은 주류 시장을 키우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민 교수는 “특히 쌀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지식 축적이 미흡해 기초체력이 약하고, 지식 순환과 인적 교류도 미흡해 동맥경화에 빠져 있는 데다 총체적 지식관리 부재로 마치 신경계 질환에 걸려 있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쌀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춘 다양한 품종 연구를 활성화하고, 폐쇄적인 R&D문화를 혁신해 산업계와 연구계, 대학 등이 서로 협력해 공동 연구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며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R&D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석영 시드피아 본부장이 ‘한국의 벼 종자산업과 시드피아의 품종 육성 및 사업화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시드피아는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쌀 공급 과잉에 빠져 있는 상황을 반영해 일반 쌀과 차별화된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는 경영 목표를 세웠다”며 “그에 따라 차별화된 향미 특성을 가진 재래종 유전자원을 이용한 중간모본을 작성한 뒤 밀키퀸 품종에서 유래한 중간찰 특성과 일본에서 주로 육성되어온 식미관련 특성에 더해 국가 장려 품종을 활용해 수량 안정성까지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대통령상을 받은 골든퀸3호를 개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일본 고시히까리와 같은 외래 품종이 병충해와 도복(쓰러짐)에 취약한 것을 해결하고, 기존에 국내에서 개발된 품종에 비해 식미성을 높임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1997년부터 품종 개발에 착수해 2014년 개발 완료했으니 1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골든퀸3호는 고시히까리와 비교해 벼 줄기의 키 높이를 30%가까이 줄여 내도복성을 향상시켰고, 아밀로스 함량도 18.3%에서 12.5%로 줄여 식감이 우수하고 윤기와 찰기가 오래 유지된다“며 ”밥을 지을 때 은은한 팝콘향을 냄으로써 기존 향미에 비해 기호성도 높였다“고 말했다.
골든퀸3호는 소비자 선호도가 확인되면서 재배 면적이 2016년 154ha에서 작년 기준으로 7100ha까지 확대됐다. 생산량도 같은 기간 1155t에서 5만3000t으로 증가했다. 이 본부장은 ”농가 입장에서는 수매가가 일반 쌀에 비해 훨씬 높아 소득을 높일 수 있고, 종합미곡처리장(RPC) 입장에서도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재배 농가가 아니라 유통업체가 부담하도록 구조를 짰기 때문에 농민들이 새로운 품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의 문턱을 낮출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골든퀸3호가 미국 김씨마켓에 입점하고 뉴욕의 유명 한식 레스토랑에서도 사용되는 등 이미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골든퀸3호 이외에 진상, 진상2호, 전혜진선향, 천지향5세 등 고품질의 다양한 품종과 가공적성이 좋은 품종 보급을 확대함으로써 향후 10년 이내에 국내 전체 쌀 생산량의 10%를 넘어서는 40만t 생산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누시 겐지 스이도우생산기술연구소 대표는 ‘일본 민간기업의 벼 품종 개발 도전’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스이도우는 종합상사와 파트너십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으로 품종 개발과 종자 생산, 벼 생산, 유통 등 4개 단계로 이뤄지는 사업에서 개발과 종자, 벼 재배 지도는 연구소가 맡고, 그 이후 농가와의 재배 계약이나 집하, 정산, 마케팅, 영업, 판매 등은 종합상사가 진행하는 협업체제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벼 품종 개량의 방향은 식미성의 유지와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초다수확성의 실현, 그리고 다양한 현장 수요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누시 대표는 “육종 방법으로는 DNA 마커 육종법과 1대잡종(F1) 육종법을 사용한다”면서 “DNA 마커를 활용하면 내병성이나 출하시기, 다수확성, 내도복성 등 원하는 형질을 핀 포인트로 개량할 수 있고, 온실에서의 선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육종기간을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3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이브리드 육종이라고도 불리는 1대잡종 육종법은 잡종 강세 현상을 활용해 작물의 몸집을 키움으로써 초다수확 형질의 품종을 개발하는 데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지누시 대표는 “일반적으로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쌀이 공급 과잉 상태라고 하지만 올해 일본에서는 한때 마트에서 쌀이 동이 날 정도로 오히려 공급 부족 현상을 겪기도 했다”며 “앞으로는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고령화에 따른 농가 인구 감소 등 여파로 쌀이 공급 부족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초다수확이 가능한 품종 개발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는 지자체가 벼 품종 개발과 보급을 주도해왔기 때문에 민간 종자업체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 종자업체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대규모 생산자와의 계약 재배를 늘리고, 외식업체 같은 실수요자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한편 수출과 같은 새로운 시장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택 전 중국상하이농업과학원 박사는 ‘중국의 벼 생산 및 육종 현황’ 발표에서 “중국에서도 벼는 중요한 식량 작물로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며 “벼 재배 면적은 전체 작물 재배 면적의 25%를, 벼 총생산량은 전체 작물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중국에서 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은 북부의 헤이룽장성이며, 그 다음이 남쪽의 후난성과 장시성”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것과 같은 자포니카(단립종) 벼 재배 비중이 동남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인디카(장립종) 품종에 비해 적지만 재배 비중이 꾸준히 상승해 지금은 33%를 넘어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중국의 벼 생산 최근 트렌드를 보면 경작지의 규모화가 진전되면서 기계화 비율이 상승해 기계이양은 59.1%, 기계수확은 95.6%에 달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농업용 드론 활용이 늘어나고 있어 농약과 비료 살포는 물론 파종에서 드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재밌는 점은 농가 소득 제고를 위해 벼와 물고기 혼합 재배가 늘면서 전체 벼 재배 면적의 8.8%가 현재 혼합 재배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 경우 물고기 판매 수익이 벼 판매 수익보다 더 많은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이모작이 가능한 남쪽 지방을 중심으로 벼를 베어낸 뒤 다시 자라게 하는 이른바 재생벼 재배가 늘어나고 있다”며 “재생벼는 생산성이 첫모작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쌀 품질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소개했다.
중국에서는 벼 품종 개발의 대부분을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민간기업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박사는 “국가급 벼 품종 등록을 보면 민간 종자회사가 전체의 81.4%를 차지한다”며 “민간 회사의 벼 품종 개발이 활성화된 것은 생산의 규모화가 달성돼 있어 신품종 개발에 따른 수익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품질의 쌀에 대한 수요와 생산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쌀 품질을 판정하기 위해 세부적인 기준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씹을 때 질감과 냄새, 점성·탄성·경도 등 물성, 색이나 광택 등 외관 특성 뿐만 아니라 심지어 찬밥의 질감까지 기준으로 활용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박 박사는 “중국에서도 시드피아에서 개발한 골든퀸3호처럼 향미 계열의 중간찰벼에 대한 시장 수요가 커지고 있어 새로 개발된 중간찰 품종 보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생산성과 재배 편의성 제고를 위해 제초제 저항성 품종도 개발·보급이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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