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엄포에 글로벌 車업계 '전운'…시나리오 분석·대책 고심

FTA 체결 한국도 안심 못 해…현지 생산·파트너십 구축 전망독일·일본도 위기감 증폭…"자동차 업계에 큰 방해 요인"
홍규빈

입력 : 2025.02.16 13:39:09


자동차 관세 검토하는 미국, 한국 자동차 업계 충격 예상
(평택=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했다.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한국 철강, 자동차, 반도체 제품의 미국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은 11일 경기도 평택항 인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2025.2.11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께 수입차 관세를 내놓겠다고 예고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구체적인 부과 방식과 시점이 확정될 때까지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 등 대미 수출국과 제조사들은 자국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전체 수요가 침체하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트럼프 車관세(CG)
[연합뉴스TV 제공]

◇ FTA 방어막 흔들…현대차그룹 현지화 전략 대미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비상등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천900만달러로, 이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4천400만달러로 비중이 49.1%였다.

작년 현대차·기아와 한국GM의 미국 수출량은 각각 97만대, 41만대가량이다.

그동안 한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자동차를 수출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나 FTA 체결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자동차에 10%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약 4조3천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B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천억원, 2조4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한국산 제품에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기아의 EBITDA(세금·이자·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의 순이익)가 최대 19%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을 늘려 관세 타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현지 파트너십 구축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대까지 끌어올려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판매량(170만대가량)의 70%에 가까운 수치다.

독일 폭스바겐
[AFP=연합뉴스]

◇ 독일·일본도 위기의식 독일과 일본 완성차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토모티브뉴스가 인용한 글로벌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판매량 가운데 수입 물량 비중은 독일 폭스바겐그룹(80%)이 가장 컸다.

현대차·기아(65%)가 두 번째였고 메르세데스-벤츠(63%), 르노·닛산·미쓰비시(53%), BMW(52%), 도요타(51%), 혼다(35%) 순이었다.

특히 독일로서는 최근 유럽이 미국 상호관세의 첫 번째 표적으로 지목된 데에 이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EU는 정말 악랄(brutal)하다.

EU는 아주 고약하며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2.5%의 관세만 부과하지만, EU는 미국의 4배인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백악관은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도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만을 대상으로 한 관세가 언급되지 않아 한시름 덜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점점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5%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서 비껴가지 못했고, 상호관세와 관련해선 백악관 고위당국자가 "일본은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지만, 구조적 장벽이 높다"고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도요타
[로이터=연합뉴스]

◇ 글로벌 악재…美서도 볼멘소리 대미 수출국들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체에 악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의 관세 부담이 차량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체 시장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게다가 GM의 미국 내 판매량 가운데 수입 비중도 46%였고 스텔란티스는 45%, 포드는 21%로 집계됐다.

미국 완성차업체도 트럼프 정부 관세 충격파에서 자유롭진 못한 셈이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하며 "기업들은 짧게는 몇주, 길게는 몇 년 안에 발생 가능한 무역과 관세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관세 가능성은 자동차 업계에 큰 부담이자 방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강하게 만들고 미국의 자동차 생산을 늘리겠다고 말해왔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큰 비용과 많은 혼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포괄적 관세는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북미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어떤 제조업체나 공급업체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짐 팔리 포드 CEO
[AFP=연합뉴스]

bing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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