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미국 중소 은행의 주가가 줄줄이 폭락하면서 4일(현지 시각) 은행위기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 2위 은행인 토론토도미니언은행이 미국의 퍼스트호라이즌 인수를 전격 철회한 데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파산 여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염려감에 올해 총 190개에 달하는 은행이 파산할지 모른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이날 뉴욕 증시에 따르면, 팩웨스트 뱅코프 주가는 50.6%,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는 38.45%, 퍼스트 호라이즌은 33.16%, 자이온 뱅코프는 12.05% 각각 하락했다.

먼저 충격을 받은 것은 퍼스트호라이즌이었다. 캐나다의 토론토도미니언은행은 작년 2월부터 추진한 퍼스트호라이즌 인수를 철회한다고 선언했다. 시장에서는 토론토도미니언은행이 134억달러를 투자해 퍼스트호라이즌을 인수할 경우 미국 내 6위 은행으로 등극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잇따른 미국 은행의 파산에 캐나다 은행이 극도로 몸을 사린 것이다. 토론토도미니언은행과 퍼스트호라이즌은 “합병 작업을 종료하기로 상호 합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번 취소로 토론토도미니언은행은 총 2억2500만달러를 수수료와 페널티를 퍼스트호라이즌에 지급할 예정이다. 막대한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악화하자 계획을 접은 것이다. 퍼스트호라이즌 주가는 33.16% 급락한 10.06달러를 기록했다.

막대한 부동산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보유한 팩웨스트 뱅코프 역시 폭락했다. 팩웨스트는 올 1분기 실적발표에서 11억9542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년 전 4950만 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또 예금액은 같은 기간 339억3633만달러에서 281억8756만달러로 약 18% 감소했다. 팩웨스트 주가는 이날 50.62% 폭락한 3.17달러를 기록했다. 이를 놓고 앞서 파산한 은행의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염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토노머스 리서치의 데이비드 스미스 투자분석가는 “시장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다음 목표물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팩웨스트 주식 거래물량중 18.6%가 공매도 물량이다.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는 자산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타격을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웨스턴 얼라이언스가 매각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명백한 오보”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섰다. 이날 웨스턴 얼라이언스 주가는 38.4% 급락한 18.20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UBS는 “중소 은행의 파산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은행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의 경제정책연구소(SIEPR)는 올 3월 190개 은행이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들 은행은 예금 보장이 안 되는 무보험 예금 비율이 50% 이상인 곳이다. 예금 유치자 가운데 절반만 예금을 찾아도 뱅크런에 시달려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USA투데이는 “지역 은행들은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지금껏 투자한 국채와 부동산담보증권의 가치 하락을 맞고 있다”면서 “특히 무보험 예금 정책에 대한 미국 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갤럽은 “미국 성인 가운데 48%가 은행 예금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 저학력자, 저소득자일수록 은행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행주가 동반 폭락하자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로이터는 “미국 연방정부와 주 당국이 은행 주가가 널뛰는데 주가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