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원 넣으면 매달 200만원 줄게”…활개치는 ‘옵션 사기’ 주의보

문일호 기자(ttr15@mk.co.kr)

입력 : 2023.05.21 19:38:13 I 수정 : 2023.05.21 20:28:31
월 10~20% 보장한다며 유혹
몇개월 이자 주다 잠적하기도
“키코 DLF 데자뷔” 우려 나와


[사진=연합뉴스]
“3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피해를 줬던 2008년 키코사태를 연상케 합니다. 사기 업체의 말만 믿고 돈을 맡긴 후 몇개월의 수익금에 만족했다간 나도 모르게 일당이 원금을 갖고 사라질 수 있어요”.

21일 B자산운용사 김모 대표는 이처럼 밝히면서 “과거에 옵션 전문 투자자에게 돈을 맡겨서 6개월 동안 수익금을 받아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며 “그러다 갑자기 코스피가 급락했고 옵션 양매도에서 손실이 크게 나면서 원금이 전부 날라갔고 그 투자자 역시 잠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금융사기 업체들이 주식에서 선물옵션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전문성과 옵션 양매도 전략의 안정성을 홍보하고 있는데 시장 상황 마저 양매도 기법이 잘 통해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SG발 주가 조작 사태를 계기로 개별 주식에 대한 감시를 삼엄하게 진행하는 가운데 옵션은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여서 사기 피해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옵션 양매도는 콜옵션(살 권리)과 풋옵션(팔 권리)을 동시에 매도해 돈을 버는 전략이다. 주식 지수 등 기초자산이 예상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수익을 내지만, 그 밖으로 벗어나면 손실이 무한대다. 과거 환율 파생상품인 키코에 투자한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던 것처럼 위험이 큰 파생상품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옵션은 주식 보다 낮은 확률로 큰 수익을 노리고 하는 것인데 옵션 양매도는 정반대”라며 “위험이 낮더라도 원금을 다 잃는데 이같은 리스크는 알리지 않는 것이 최근 금융사기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이 최근 통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것은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의 변동성이 작년 보다 확연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스피200의 일별 등락률은 올 들어 지난 16일 까지 일 평균 0.78%에 그치고 있다.

작년 같은기간에는 0.93%였다. 하루 코스피200이 전일대비 1% 이상 상승 혹은 하락한 거래일은 작년 37일에서 올해 27일로 줄었다.

특히 올해 5월 들어서는 단 하루도 1% 이상 출렁 거린 적이 없었다.

양매도를 활용한 사기 행각이 최근 박스피(코스피200 주가가 박스권에서 움직임)를 만나 횡행하고 있는 셈이다.

주식·옵션 등 증권 사기의 유형과 형태는 변화하고 있지만 본질은 하나다. 높은 수익률과 수익 확률을 강조하면서 리스크는 전혀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주가 조작 사건의 경우 그럴싸한 소문을 낸 후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 올리는 일이 많았다.

광물 등 원자재를 대량 확보했다는 얘기를 띄우는 식이다. 아프리카 등 투자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구속력없고, 실체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것도 흔한 수법이었다.

최근 터진 SG증권발 주가조작은 2~3년간 주식을 꾸준히 띄워서 거래량이 폭발했을 때 모두 팔고 나오는 수법이었다.

분산된 프로토콜(IP)로 당국의 감시를 피해 ‘완전범죄’를 노렸으나, 미리 주식을 파는 투자자들이 생기면서 그간 행적이 적발됐다.

주식이나 옵션 등을 활용한 증권 사기는 일반 투자자가 검증하기 어려운 개념에 편승한다.

옵션 양매도 역시 내용 자체가 어려우니 사기 일당이 좋은 먹잇감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기법이 고난도여서 돈을 맡겨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증권 사기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은 해당 회사가 투자 자문업을 받은 업체인지, 투자일임계약서를 통한 투자 권유가 이뤄지는 지를 체크해야 한다.

또 ‘매월 두자릿수가 넘는 수익률을 보장한다’ ‘지인을 소개해주면 인센티브를 주겠다’ 등도 전형적인 증권 사기 유형이므로 걸러야 한다.

옵션 사기 집단은 100% 원금 보장은 물론 매월 10~20%의 안정적 수익을 내준다며 ‘피라미드’ 사업구조를 만들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안전마진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안전마진”이라며 “추가 투자를 유치해야 매매에서 손실이 나도 당분간은 버틸 수 있고, 그러다 자신들의 몫만 챙기고 도주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기업형 피라미드로 갈수록 피해 규모는 커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국은 사태 파악도 못하고 있다.

투자 자문업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들이 투자일임계약(투자자 돈을 직접 맡아서 운용) 없이 돈을 끌어 모은 탓에 손실이 발생해도 투자자들은 구제 받을 길이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별 주식이 아닌 선물옵션 거래의 경우 사실상 감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이같은 신종 주식사기는 감시 대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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