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바이오 유산] [프레스티지바이오] 핵심 파이프라인 근황은
입력 : 2023.05.22 14:45:56
제목 : [한화의 바이오 유산] [프레스티지바이오] 핵심 파이프라인 근황은
뒷북 개발에 품목허가 획득 지연…시밀러 사업 '지지부진'한화그룹은 2000년대에서 2010년대 사이, 바이오 사업에 큰 뜻을 품었다. 삼성, LG그룹 등 대기업에서 바이오 열풍이 불자, 한화그룹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을 앞세워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뒀다. 하지만 핵심 개발 제품의 출시가 좌절되면서 한화그룹은 재빠르게 바이오 사업을 접었고, 현재 관련 자산들은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사업별로 넘겨받아 개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톱데일리는 한화그룹의 옛 바이오 유산들이 각기 다른 주인을 만나 어떤 모습으로 변모했는지 살펴봤다.
[톱데일리] 한화그룹이 접었던 바이오 사업 중,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넘겨받은 곳은 싱가포르 소재의 바이오 업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PBP)다. 한화가 보유하던 시밀러 파이프라인은 PBP의 핵심 개발 제품으로 떠올랐다. 다만 더딘 개발 속도에 품목허가 획득마저 고배를 마시면서, 시밀러 사업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PBP는 2015년 싱가포르 정부 출자 연구소인 프레스티지바이오리서치(PBR)에서 분사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업체다. 박소연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 회장과 김진우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 부회장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박소연 회장은 글로벌 바이오 회사 연구소 출신 경력에 한국 안정성평가연구소(KIT) 등에서 쌓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 경영에 직접적으로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소연 회장과 김진우 부회장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PBP 주식 52%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바이오시밀러 개발 품목을 들여온 것 역시 박소연 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PBP 설립 이전부터 한화그룹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한화그룹이 사업을 철수함과 동시에 해당 파이프라인을 회사로 들여 오기로 결정했다.
한화그룹의 바이오 유산이자, PBP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HD201(허셉틴 바이오시밀러)와 HD204(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파이프라인 인수 당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은 높았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의 임상 3상 단계까지 진행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셉틴은 스위스 로슈의 유방암 및 위암 치료제로, 2020년 기준 4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당시 전체 의약품 중에서 매출로만 26위를 기록했다. 허셉틴의 물질 특허는 2014년 유럽, 2019년 미국에서 만료됐다. 이 시기에 맞춰 PBP를 포함한 국내외 다수의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섰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을 비롯한 글로벌 바이오업체들이 속속 품목허가를 획득하는 데 반해, PBP의 속도는 더디게 진행됐다. 만료 시점에 맞춰 2018년 유럽, 아시아 등에서 임상 3상을 전개했으며, 2019년 HD201의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주력 활동 시장으로 예측했던 유럽 승인을 획득하지 못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의 인체의약품위원회(CHMP)가 지난해 5월 통계적 분석 방법 견해에 차이를 보이며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PBP는 지난 9월 품목 허가 신청을 최종 철회했다.
현재 PBP는 유럽 진출 재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8일 HD201의 EMA 품목허가 심사를 위한 사전 미팅 일정을 수행한 것이 대표적 예다. 해당 만남에서 PBP는 EMA와 견해 차이를 보인 쟁점 사안들을 다시 철저히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팅에서 나온 피드백을 토대로 유럽에서 정식 품목허가 신청을 다시 진행하겠다는 방침에서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시장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HD201 파이프라인에 대한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연이어 나왔고, 결국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기업가치 역시 상장 초기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21년 고점일 때 5만원대(2021년 2월15일 최고가 5만4000원)에서도 거래되던 PBP 주식은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9690원까지 떨어졌다. 약 65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약 1160억원으로 줄었다.
또 다른 스위스 로슈의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베바시주맙)' 바이오시밀러 개발제품인 HD204 역시 뒷북 개발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아바스틴의 오리지널 특허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만료됐다. 난소암 등 일부 적응증의 용도 특허들만 기한이 남아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2018년부터 2022년 1월까지 임상 3상을 전개했으며, 지난해부터 품목허가 신청 준비에 돌입했다.
다만 이미 아바스틴 역시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국내외 글로벌 업체들이 연이 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오시밀러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인 '타이밍'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화그룹의 옛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이 개발 지연 어려움을 겪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화그룹이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을 통해 바이오사업을 영위하던 시절, 개발 속도가 가장 앞섰던 파이프라인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HD203)다. 엔브렐은 미국 화이자의 류머티즘 항체의약품으로 세계적으로 연간 6조원어치가 팔리는 블록버스터 제품이었다. 한화케미칼은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3상 임상을 마치고 유럽 EMA,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HD203의 상업화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HD203이 투약 방법 등에서 환자 편의성이 떨어지는 등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케미칼은 최종적으로 품목허가 신청을 취소하고 이를 계기로 바이오 사업을 전면 철수했다. PBP가 이번 HD201 품목허가 재도전에 실패한다면, 결국 한화그룹의 부진했던 과거 바이오시밀러 사업 성과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셈이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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