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바이오 유산] [프레스티지바이오] HD201 개발 지연에 재무안전성 '흔들'

입력 : 2023.05.25 10:30:52
제목 : [한화의 바이오 유산] [프레스티지바이오] HD201 개발 지연에 재무안전성 '흔들'
수천억대 결손금에 자본잠식률↑…코로나 백신 사업도 효과 저조

한화그룹은 2000년대에서 2010년대 사이, 바이오 사업에 큰 뜻을 품었다. 삼성, LG그룹 등 대기업에서 바이오 열풍이 불자, 한화그룹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을 앞세워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뒀다. 하지만 핵심 개발 제품의 출시가 좌절되면서 한화그룹은 재빠르게 바이오 사업을 접었고, 현재 관련 자산들은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사업별로 넘겨받아 개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톱데일리>는 한화그룹의 옛 바이오 유산들이 각기 다른 주인을 만나 어떤 모습으로 변모했는지 살펴봤다.

[톱데일리]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주력 파이프라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HD201)' 의 개발지연으로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2021년 유상증자로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2022년 개발 지연 등으로 수천억원대 결손금을 반영하면서 자본잠식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수익 창출을 위해 추진한 코로나 백신 사업도 지지부진한 탓에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2021년 6월(연결 기준) 327억원에 불과했던 결손금 규모가 2022년 6월 2652억원으로 증가했다. 누적 적자에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6월 결산법인) 1년간 2326억원의 순손실이 더해진 영향이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수령한 품목허가에 대한 부정적 의견, 품목허가 재심사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HD201과 관련한 무형자산 전액 약 5794만달러(765억원)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지원 부담에 따른 손실도 컸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종속회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백신 위탁생산 사업 전개를 위해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총 1억1000만달러(1450억원)를 대여했다.

하지만 HD201 승인 지연에 백신 생산 사업마저 불확실해지면서 2022년 6월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잔여 대여금 1억850만달러(1429억원) 중 5101만달러(674억원)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포괄손익계산서상으로는 같은 기간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대여금과 선급금을 합쳐 기타대손상각비 5343만달러(706억원)을 반영해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냈다. 다만 2022년 12월 기준 일부 상환과 기타대손상각비 환입으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대여금 6100만달러(804억원) 중 손실충당금 규모는 1312만달러(173억원)으로 줄었다.

문제는 대규모 손실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개별 기준) 자본총계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2021년 기업공개(IPO)를 통한 유상증자로 자본금 규모를 약 1700억원에서 6900억원으로 늘렸지만, 결손금이 2021년 12월 544억원 수준에서 6개월 만인 2022년 6월, 220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자본총계는 같은 기간 6500억원에서 4870억원으로 감소했다. 2022년 12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5149억원에 달했다.

자본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자본잠식률도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바이오의약품 개발회사 특성상, 영업손실 발생에 따른 결손금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2020년 6월 개별 재무제표 기준 자본잠식률은 9.8%로 비율이 높지는 않았다. 2021년 6월에는 IPO에 따른 자본확충으로 자본잠식률은 2.9%로 낮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6월 기준 대규모 손실 반영으로 자본잠식률은 30%에 육박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자본잠식률은 25.7%을 기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영 정상화 를 위해 전개한 코로나 백신 사업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을 계기로 2021년 백신 생산에 뛰어들었다. 종속회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와 협력을 통해 러시아산 코로나 백신인 스푸트니크(Sputnik)를 위탁생산할 계획이었다. 이 일환으로 엔소 헬스케어 등과 스푸트니크(Sputnik)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생산능력(CAPA)을 공격적으로 증설하는 등 대량 백신 생산에 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매출액은 줄곧 '0원'을 유지했다. 사실상 지난해까지 자체 바이오시밀러 관련 수익 및 백신 생산(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수익 포함)에 따른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사업의 경우 잦은 변이 출현에 대응할 수 있는 mRNA(메신저RNA) 백신이 각광을 받으면서 기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감소하고 있다"며 "(코로나 백신 이외 다른 사업 전개를 위해) 다양한 업무 사례, 항체의약품 관련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자체 바이오시밀러 제품 승인을 통한 생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HD201의 품목 허가 승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 CMO 사업의 경우 고객사인 엔소 등이 스푸트니크 백신 인증에 실패하면서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 하고 있다"며 "우리의 잘못으로 생산을 못하는 게 아닌 만큼, 처음 약속대로 계약금을 달라고 해당 회사들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코로나에 대한 위기감이 줄어들면서 백신을 맞는 소비자들이 줄고 있어, 스푸트니크 백신 사업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호주 백신개발 기업 박신과 독감·코로나 백신을 결합한 제품 생산을 준비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HD201의 경우 감사인의 요구에 의해 2022년 6월 전액 무형자산 손상처리했는데, 품목허가 승인에 성공하면 일부 환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EMA가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던 동등성 분석을 마무리했으며, 일부 보완자료를 만들고 있다. 회사는 오는 7월 HD201의 유럽 품목허가를 재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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