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갈수록 불리해지는 자금 조달 조건
입력 : 2023.05.26 17:05:26
제목 : SK온, 갈수록 불리해지는 자금 조달 조건
2026년 내 상장 못할 시, SK이노 지분 매각 '위기' 놓인다
투자자, 공모가 등 IPO 조건 설정에도 입김↑[톱데일리] SK온이 전기차 배터리 투자금 유치를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투자 유치에 나서긴 했으나 조달 조건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SK온이 총 4조4400억원에 달하는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성격의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 1차로 지난해 11월, 국내 투자회사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이하 한투PE),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최대 1조3200억원의 투자를 약속 받았다. 이 금액 가운데 약 1조2000억원의 투자는 실행됐다.
이달에는 이에 더해 MBK컨소시엄과 SNB캐피탈을 대상으로 1조2400억원의 추가 투자금을 유치했다. MBK컨소시엄에는 MBK파트너스와 블랙록, 카타르투자청 등의 글로벌 재무적투자자(FI)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SK온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를 포함, 총 4조4400억원의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
투자자 유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 단계에서 기대했던 것과 실제 성과가 많이 달랐다. 당초 SK온은 기업가치를 적게는 30조원에서 많게는 50조원까지 책정받기를 기대했다. 프리IPO로 이중 약 10%인 3조~5조원 사이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처음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자자들이 다양하게 관심을 보였다. 투자 유치를 논하던 초기 단계에서 잠재적 투자자들은 SK온의 기업가치를 30조~40조원 사이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금리 상승을 비롯해 각종 전 세계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관심을 보였던 해외 투자자들부터 SK온 투자에 발을 뺐다. SK온은 국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을 이어갔으나, 이들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당초 거론되던 기업가치의 절반 수준인 22조원의 기업가치를 요구했다.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SK온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조건을 받아들였고 1조3000억원의 1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처음 기대했던 3조~5조원 수준의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달성한 셈이다. 결국 잔여 조달 금액 약 2조원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자금을 투입해 채웠다.
SK온은 투자자들의 투자 참여 방식에서도 상당 부분을 양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에는 투자자가 고스란히 위험을 감당하는 '보통주'만을 허용했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의 최소 수익을 보장하는 전환우선주(CPS) 방식을 받아들였다. 한투PE 컨소시엄 등 투자자는 CPS를 보유하면서 우선주 주주로 SK온의 배당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상장 과정에서는 보통주로 전환해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신규 투자자를 추가 유치하면서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기업가치는 기존 투자자가 내건 수준인 22조원으로 동일하게 정해졌지만, IPO와 관련한 주주간 계약 조건은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1차 투자 유치 당시에도 IPO 관련 주주간 계약은 존재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온은 한투PE 등과 주주간계약을 맺고, 2026년 말 또는 거래종결일로부터 4년이 되는 날 중 늦은 날가지 SK온의 IPO를 추진하며 고의 또는 중과실로 IPO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뒀다.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SK온과 SK이노베이션은 투자자들이 요구한 보장수익률에 맞춰 해당 지분을 되사야 한다.
이달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주 간 계약 조건은 더욱 강화됐다. MBK컨소시엄, SNB캐피탈은 2026년까지 적격상장(Q-IPO)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드래그얼롱(Drag-Along, 동반매도청구권) 또는 풋옵션(Put Option,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주주 간 계약에 담았다. Q-IPO 요건은 재무적투자자(FI)가 향후 IPO로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기 위해 세부적인 IPO 요건을 미리 설정하는 안전장치다. 조건이 단순 IPO에서 Q-IPO로 강화된 만큼 공모가 책정 등 IPO 과정에서 신규 투자자들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3년 안에 상장하지 못하면 SK이노베이션이 SK온 지분을 파는 조건도 포함됐다. SK온이 적격상장에 실패할 시, 신규 투자자들이 드래그얼롱 행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드래그얼롱은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지분을 팔 때 최대주주의 지분까지 끌어와 제3자에게 매도할 권리를 의미한다.
부담스러운 조건 속에서도 SK온이 투자 유치를 이어간 건 대규모 설비투자금(CAPEX) 마련을 위해서다. SK온은 연간으로만 경상투자 3조원, 설비투자금 7조원 등 총 10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럽 헝가리, 미국 조지아 등에 전기차용 2차전지 배터리 생산 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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