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업체 성장통] [SK C&C] ② '옥상옥' 해소하고 최태원 지배력 강화

입력 : 2023.06.13 14:41:12
제목 : [SI 업체 성장통] [SK C&C] ② '옥상옥' 해소하고 최태원 지배력 강화
SK㈜ 지분율 0→23% 최대주주 '우뚝'…역합병 과정서 회계기준 오류 지적받기도

[톱데일리] 시스템통합(SI) 기업 SK C&C가 그룹 지주사 SK㈜를 흡수합병한 배경에는 IT 서비스 사업 확장보다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이 SK㈜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SK C&C가 그룹의 안정적 지배구조 마련을 위한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1998년 부친 고(故)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면서 갑작스럽게 SK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았지만, 한동안 낮은 그룹 지배력으로 여러 고초를 겪었다. 당시 최 태원 회장은 안정적인 승계를 위한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미미한 SK㈜ 지분율을 갖고 있었기에 그룹 총수로서 역할을 수행하기에도 어려움이 컸다.

취약한 지배력으로 경영권이 해외로 넘어갈 뻔하기도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은 2003년 SK㈜ 지분을 15% 가까이 확보해 최 회장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사회적으로 소버린 비판 여론이 커지고 최 회장 우호 지분이 늘어나면서, SK그룹은 2005년 3월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최종 승리하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최 회장은 2007년 SK㈜에서 SK에너지를 분리해 순수 지주사로 전환했지만 2015년이 오기 전까지 SK그룹의 지배력은 불안정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 후에도 SK㈜ 최대주주는 지분율 31.8%를 가진 SK C&C였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SK C&C 지분 32.9%를 갖고 있었지만 SK㈜ 보유 지분은 0.02%에 불과했다.

쉽게 말해 최 회장이 SK C&C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옥상옥'의 불완전한 형태였다. 지배구조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최 회장이 꺼낸 방안이 SK C&C의 지주사 흡수합병이었다. 지주사가 사업 회사를 흡수하는 통상적 방식이 아닌 거꾸로 사업 회사가 지주사를 품는 방식이다. SK C&C가 존속법인으로 남고 SK㈜는 소멸했다.

SK C&C가 지주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다른 대주주 지분율도 정리했다. 한때 SK C&C에 SK텔레콤 30%, SK네트웍스 15% 등 지분이 있었지만 차근차근 처분해 합병 당시엔 국민연금 일부 지분 등을 제외하곤 최 회장과 오너일가 지분만 남았다. SK C&C도 2014년 엔카닷컴(옛 SK엔카닷컴) 등을 물적분할해 몸집을 줄였다.

그럼에도 합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SK C&C와 SK㈜ 합병비율은 1대 0.74로 정해졌는데,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43.45%나 되는 SK C&C에 유리한 비율이란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SK㈜의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해 양사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우여곡절끝에 합병은 성사됐고 0% 지분율에 불과했던 SK㈜ 내 최태원 회장 지분은 그해 말 단번에 23.40%(1646만5472주)까지 오르며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게 됐다. 최 회장의 지주사 지분 확대라는 숙제를 SK C&C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해결해,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인 '최태원 회장→SK㈜→계열사' 체제를 완성한 것이다.

해당 합병으로 SK㈜는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SK㈜의 지분법 적용 등 회계감리에 나선 후, 합병 과정에서 SK㈜가 잘못된 평가 방법을 적용해 SK C&C에 1797억원가량 무형자산을 과대 계상했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SK㈜는 소명 과정을 거쳐 2019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기준 오류 경고를 받았다.

현재 SK㈜를 통한 최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체계화 되고 있다. SK㈜가 SK텔레콤(30.01%), SK스퀘어(30.01%), SK이노베이션(34.90%), SK 네트웍스(39.14%), SKC(40.6%), SK E&S(90.0%), SK에코플랜트(42.86%) 등 각 사업 부문별 중간지주사격 회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자사주 덕분에 실제 지분율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SK C&C가 보유한 SK㈜ 지분에 대해서도 합병신주(1101만816주)가 교부됐는데 이는 그대로 자사주로 남았다. SK㈜는 2015년 8월에도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지분율 약 5% 추가 취득에 나섰다.

올해 1분기 기준 SK㈜의 자기주식수는 1894만9173주로 자사주 비율은 총주식수의 25.4%에 달한다. 자사주는 잠재적 소각 예정 물량이므로 현재 유통주식수 5576만6291주 대비 최태원 회장(1297만5472주)의 보유량을 비교하면, 그의 실질적 SK㈜ 지배력은 지분율 17.50%가 아닌 23.3%라는 계산이 나온다.

최 회장은 지주사 합병 후 덤으로 막대한 배당금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2014년 SK C&C 주당 배당금은 2000원에서 합병해인 2015년 3400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받는 배당금도 같은 기간 329억원에서 56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4년 기준 최 회장이 기존 지주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25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 2021년에는 역대급 규모의 배당액을 챙겼다. 2021년 SK㈜는 주당 보통주 배당금으로 역대 최대 금액인 8000원을 책정했다. 이 해에만 최태원 회장이 취득한 배당액은 103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SK㈜의 주당 배당금은 5000원으로 전년보다 줄어들었지만 최 회장은 649억원 상당을 취득했다.

최 회장의 지배력 확보라는 제 역할을 다한 SK C&C가 향후 다시 SI 사업 회사로 분사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SK C&C가 자사의 ICT 경쟁력과 SK㈜가 보유한 지주사 지위 역량을 결합해 신규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목표를 구상한 만큼 당장의 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SK C&C 관계자는 "SK C&C가 지주사 안에 있다고 활동하는 데 있어서 어떤 제약이 있는 건 아니고 CIC(사내독립기업) 형태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업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며 "현재 진행하는 신사업에서도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분할에 대한 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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