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탈취 논란' 화인세라텍, 매출 10배 급등 눈길
입력 : 2023.07.04 15:48:23
제목 : '기술 탈취 논란' 화인세라텍, 매출 10배 급등 눈길
매출 늘었어도 영업손실 여전, 설립 3년 만에 완전자본잠식 전환
"양산 초기단계, 매출 급등"…소송 상대방 '아이엠텍'은 실적 급감[톱데일리] 반도체 소재장비 전문업체 에프에스티(FST)의 자회사 '화인세라텍'이 경쟁사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매출 급성장을 이뤄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년 만에 매출은 크게 뛰었지만 무리한 적자 경영으로 에프에스티 재무에 상당 부분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화인세라텍은 에프에스티가 지분 57.17%를 보유한 회사다. 반도체 소재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난 2020년 7월 설립했다. 특히 반도체 테스트 장비에 필요한 '프로브카드'의 핵심 부품인 정밀 세라믹 MLC(Multi Layer Ceramic) 등 반도체 관련 세라믹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 경쟁사 기술 도난 의혹 속 매출 급등
화인세라텍은 지난해 경쟁사 아이엠텍으로부터 기술 도난 혐의로 고소당했다. 앞서 2022년 아이엠텍은 화인세라텍과 기술 유출의 핵심 인물로 추정되는 자사 전직 임원 등을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아이엠텍은 화인세라텍보다 20년 앞선 2000년에 설립된 반도체 부품업체로, 반도체 품질 공정에 필요한 세라믹 MLC 기판을 제조하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일본이 독점해오던 관련 기술을 국산화에 성공한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해왔다.
두 기업 간 분쟁은 화인세라텍 사업 초기 경쟁사 아이엠텍의 임원을 스카우트하면서 시작됐다. 아이엠텍은 화인세라텍이 아이엠텍 부사장 출신의 핵심 기술 인력을 데려오면서 아이엠텍이 보유한 MLC 핵심 기술을 빼냈다고 주장한 상태다. 기술 무단 유출로 아이엠텍이 제조하는 제품과 동일한 시제품을 만들어 판매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해당 제품은 원재료 선정과 까다로운 공정 과정이 있어 통상 핵심 부품을 만드는 데 통상 10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엠텍 출 신 임원 외에도 같은 회사 핵심 기술진 다수가 화인세라텍으로 옮긴 정황에서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졌고, 현재는 두 기업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최근 화인세라텍의 연간 실적을 담은 감사보고서가 처음 공개되면서 지난해 급성장을 이룬 배경과 함께 기술 탈취 논란이 재부각 되고 있다. 설립 3년차를 맞는 화인세라텍은 지난해 매출 58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1년 만에 전년 매출 5억원 대비 10배 이상 급등한 성적이다. 같은 기간 아이엠텍의 연매출이 184억원에서 122억원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 적자 경영 부담 고조…완전자본잠식 전환
다만 매출을 제외한 다른 지표들을 살펴보면, 지난해 화인세라텍의 경성과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해 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손실액(78억원)보다는 적자 규모를 줄였지만 여전히 연매출 수준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개된 지난 2년간 누적 손실만 130억원에 이른다.
수익성이 좋지 못한 데에는 일단 매출원가 비용 부담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매출원가로 매출액의 92% 수준인 54억원이 빠져나갔다. 매출에서 원가를 제외한 매출총이익은 5억원도 채 나지 않았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등 반도체 업황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 지출도 만만치 않았다. 매출원가보다 많은 57억원 상당이 지출됐다. 전년(80억원) 규모보다는 비용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사업 초기인 만큼 경상연구개발비로 판관비의 절반이 넘는 30억원 가까운 지출 비중이 가장 컸다.
지난해 순손실은 56억원을 기록하며 에프에스티 재무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에프에스티 자회사 중에선 지난해 제3자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 이후 종속기업에서 제외된 '이솔' 다음으로 화인세라텍의 순손실 규모가 컸다. 이솔은 지난해 순손실 69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결손금은 136억원에 달해 자본잠식이 심각한 상태다. 결손금은 자본잉여금 91억원을 넘어 회사 자본금(48억원)을 깎아 먹어 지난해 자본총계는 3억원까지 내려왔고, 올해로 넘어와서는 1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13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 운용에서도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이다. 사업 손실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8억원에 불과했다. 당장 만기가 임박한 단기차입금이 77억원인 상황에서 모회사 에프에스티 등에게 빌린 40억원 상당은 이미 올해 4월 기점으로 상환 시기가 지났다.
모회사 에프에스티도 화인세라텍을 지원할 자금 여력이 충분하진 않다. 에프에스티도 현재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162억원에 불과한데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 부담은 445억원에 이른다. 지난 4월 에프에스티는 공장 신축을 위해 지분 2.72%에 해당하는 1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도 했다.
에프에스티는 지난 1987년 설립해 2021년 3월 삼성전자로부터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7%(152만2975주)에 대한 430억원 투자를 받았다. 현재 최대주주는 지분율 15.75%를 보유한 장명식 회장이고 사실상 장 회장의 가족회사인 '시엠테크놀로지'가 2대주주로 지분 8.45%를 갖고 있다.
에프에스티 관계자는 "화인세라텍과 아이엠텍간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 언급할 사항이 아니어서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며 "화인세라텍은 양산 초기 단계로 거래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원가 절감과 거래선을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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