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Re:View] 한투리얼에셋운용, 벨기에 오피스 손실 가능성에 '골머리'
입력 : 2023.07.26 15:47:28
제목 : [해외투자 Re:View] 한투리얼에셋운용, 벨기에 오피스 손실 가능성에 '골머리'
신탁계약 만기 앞두고 자산 가치 하락…저조한 수익률까지 이중고
올해 하반기 자산 매각 계획…글로벌 부동산 악화에 성공 가능성은 '글쎄'[톱데일리]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하 한투리얼에셋)이 벨기에 오피스 가치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펀드 만기를 앞두고 오피스 자산 매각에 나서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 악화에 감정가마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투리얼에셋의 해외 부동산 펀드 '한국투자 벨기에 코어 오피스 부동산 투자신탁 2호(이하 벨기에펀드2호, 공모·폐쇄형)'가 투자한 해외 오피스 부동산 감정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 벨기에펀드2호의 감정가는 2019년 3월 1억4620만유로(2066억원)에서 2020년 12월 1억2660만유로(1789억원), 2021년 12월 1억2690만유로(1794억원)으로 낮아졌으며, 2022년 12월 기준으로는 1억1110만유로(1570억원)까지 하락했다.
최근 글로벌 오피스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전후로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자산가치가 하락했다.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 침체 우려로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이 가파르게 증가한 탓이다. 여기에 미국의 긴축기조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점 역시 부동산 가치를 빠른 속도로 끌어내렸다.
벨기에펀드2호는 한투리얼에셋(당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19년 6월 설정한 펀드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에 벨기에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건물(The Toison d'Or, 이하 TDO)의 99년 장기임차권(물권)에 투자해 자본 이득을 추구한다. 장기임차권이란 존속기간 동안 자산가치를 축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대, 담보제공, 용도변경, 증축 등 부동산 소유자와 같이 사용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한투리얼에셋이 물권 취득 당시 지불한 금액은 약 1억4600만유로(1898억원)다. 현재 TDO 임차인은 벨기에 정부기관인 정부 건물관리청(Regie Des Batiments, 이하 RDB)이다. RDB는 2001년 1월부터 2030년 12월31일까지 총 30년 임차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잔여 임차기간은 약 7년이다. 벨기에펀드2호는 한투리얼에셋이 운용을 맡고, 한국투자증권, 국민은행, 우리은행이 판매를 담당해 왔다.
우려되는 부분은 TDO 오피스 건물의 감정가 하락에 따른 여파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예상했던 분배금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투리얼에셋은 설정 초기, 투자자에게 6개월마다 분배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감정가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 12월 분배금을 기존 6~7%대에서 2%로 줄였으며, 올해부터는 분배금을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한투리얼에셋은 자산운용보고서에서 "감정 평가 가격 하락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준수 기준을 초과하면서 현재 대주가 자금을 통제하고 있다"며 "향후 매각 또는 리파이낸싱을 대비해 올해 6월 지급할 계획이었던 분배금을 전액 현지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기재했다.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문제다. 부동산 펀드의 경우 분배금과 부동산 매각차익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해당 오피스 건물이 매각으로 이익을 거두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투리얼에셋은 벨기에펀드2호 투자설명서를 통해 보유자산을 2043억원에 매각해야 매각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감정가가 1600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한투리얼에셋이 설정한 마지노선보다 낮은 가격에서 매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매각 시기를 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투리얼에셋은 펀드 설정일(2019년 6월14일)의 5년 뒤인 2024년 6월까지를 투자신탁 계약기간으로 잡았다. 더불어 자산매입을 위해 빌린 약 8760만유로(1139억원)의 대출도 같은 기간인 5년 내 상환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늦어도 올해 안에 TDO 자산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펀드 청산 작업에 돌입해야 하는 셈이다. 자산 매각부터 투자자간 매각대금 분배까지 최소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피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약속했던 시기에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오피스 건물이 헐값에 매각되고 있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은 2014년 1억2900만달러(1700억원)에 매입한 오피스 건물을 최근 36% 낮은 가격인 8600만달러(1082억원)에 매각했다.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의 경우 10년 전 매입가의 절반 수준에서도 샌프란시스코의 한 업무용 고층 빌딩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률도 연일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한투리얼에셋은 지난 4월 투자자산의 감정가 하락, 환율 상승에 따른 유로 평가손실 반영 등을 감안해 벨기에펀드2호(공모펀드) 보유자산을 재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당 펀드의 보유자산가치는 기존 6620만유로(936억원)에서 4530만유로(640억원)로 30% 가량 감소했다. 펀드의 기준가격 역시 1021.49원에서 677.71원으로 하락했다. 수익률은 설정일 대비 마이너스(-) 12%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TV 요건 불충족, 리파이낸싱 요구 등으로 대주가 투자자들에게 자본 확충을 요구할 수 있다"며 "만약 펀드가 자본 추가 투입 의지가 낮은, 일반 투자자 대상(리테일,소매)으로 판매된 경우, 자본 확충에 실패해 선순위인 대주단이 담보 실행으로 오피스 자산을 헐값에 매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펀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투리얼에셋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운용사다. 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실물대체운용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했다. 한투리얼에셋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설정원본 기준 7조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한투리얼에셋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펀드이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세한 정보를 외부에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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