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터파인더] [게임업] 전환배치인가 권고사직인가
입력 : 2023.07.28 16:24:40
제목 : [섹터파인더] [게임업] 전환배치인가 권고사직인가
'흑자전환' 시프트업·엑스엘게임즈, 잇따른 전환배치 논란
전환배치 대상자 사실상 구직활동 나서야 고용 유지할 수 있어
어려울 때 버틴 직원 내치는 것 아니냐는 '토사구팽' 의구심도[톱데일리] 최근 게임업계에서 전환배치 관련 논란이 연달아 일었습니다. 중소형게임사인 시프트업, 엑스엘게임즈의 게임 서비스 종료 및 서비스 권역 축소 과정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시프트업은 모바일 수집형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의 서비스 종료 발표와 동시에 관련 개발팀 전원에 대해 전환배치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엑스엘게임즈는 PC용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워'의 해외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종료할 계획입니다.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게임업계의 특성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업계의 전환배치는 실무상 종종 권고사직에 준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게임 개발회사의 개발조직은 크게 게임 프로젝트 단위의 팀 '스튜디오'로 구성됩니다. 게임이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있지만 각 게임 특성마다 요구되는 개발 역량은 제각각입니다. 대표적으로 게임 개발의 근간이 되는 '엔진'입니다. 비교적 저사양, 캐주얼한 게임의 경우 주로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반면 화려한 그래픽을 앞세운 게임들은 언리얼 엔진을 통상 토대로 삼습니다. 어떤 개발 역량을 갖췄는지에 따라 투입 가능한 프로젝트를 구별합니다.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업무역량을 갖췄다고 전환배치를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전환배치 통보를 받은 직원은 합류하고자 하는 팀 또는 스튜디오 면접을 보고 합격을 구하는 사실상의 구직활동에 나서야 합니다. 면접에서 탈락하면 퇴사 수순을 밟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미 개발이 상당 부분 진척이 된 프로젝트의 경우 전환배치 대상자의 합류 신청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기 쉽다고 합니다. 이미 완성된 팀에 프로젝트 이해도가 떨어지는 신규 인력 충원이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까 우려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프로젝트에 적합한 역량을 갖 췄다고 스튜디오에 인력충원계획(TO)이 없다면 전환배치는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전환배치 성사여부에는 일종의 사내정치도 일부 작용한다고 합니다. 게임사 내부에는 서비스 중인 게임과 개발 중인 게임을 합쳐 보통 수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굴러갑니다. 게임의 성과, 장래성, 조직장의 영향력 등이 작용해 스튜디오의 입지가 결정되겠죠. 사내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인 프로젝트라고 인식될 경우, 해당 팀원의 전환배치 성사 가능성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어떤 프로젝트가 회사 내에서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질까요. 수익성이 떨어지고, 서비스 기간이 장기화해 유행에 뒤처진 게임들이 서비스 종료의 최우선 타깃이 됩니다. 서비스를 지속해도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이른바 '밑 빠진 독'들이 살생부에 오르죠.
이번에 논란이 된 시프트업과 엑스엘게임즈의 전환배치 관련 잡음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서비스 기간이 7년, 아키에이지는 10년이 다 돼 가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제품생명주기(PLC)로 볼 때 이미 황혼기를 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 게임이 언젠가는 서비스를 종료하리란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국내 게임 평균 수명 이상 생존해 온 타이틀이기에 팀 해체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전환배치 통보 사실보다는 전환 배치가 이뤄지는 맥락에 있습니다. 말은 전환배치이지만 사실상 권고사직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프트업과 엑스엘게임즈가 마주한 상황은 여러 면모에서 닮아있습니다. 설립 이후 출시한 첫 게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오랜 기간 동안 신작 흥행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출시한 게임이 크게 성공하면서 오랜 적자의 터널에서 벗어나게 됐죠. 적자가 누적되는 와중에 첫 게임에서 나오는 매출은 그나마 회사를 지탱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됐습니다.
신작 흥행으로 회사의 숨통이 트인 시점, 두 회사는 첫 번째 게임의 개발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게임이 없어도 이제 회사는 굴러갈 수 있게 됐습니다. 시프트업은 신작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의 출시를 앞두고 있고,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 후속작 '아키에이지2'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두 게임 모두 첫 작품들과는 엔진, 게임장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미 두 게임 모두 상당히 개발이 진척돼 기존 인력들의 전환배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집니다.
더욱이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2 개발 관련 다양한 직무에 대해 채용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기존 직원보다 신규 인원으로 아키에이지2 개발진을 채우려 한다는 정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프트업은 이번 전환배치가 기업공개(IPO)의 전초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시프트업은 최근 상장 채비에 착수했습니다. 전환배치 시도가 상장 시 높은 몸값을 인정받기 위해서 실적 부진 부서를 정리하는 외형 가다듬기 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엔씨소프트, 넥슨,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 게임사의 경우 전환배치가 완료될 때까지 머무를 수 있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설령 전환배치 대상자가 스튜디오 면접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비용압박이 상대적으로 큰 중소 규모 개발사의 경우 이러한 조직을 운영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신규 프로젝트 참여 시 전환배치 성사확률이 가장 높다고 알려집니다. 기존 팀의 텃세가 없을뿐더러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어 상대적으로 스튜디오 '합격컷'이 낮다고 합니다. 규모가 큰 게임회사일수록 더 많은 신규 프로젝트가 출범합니다. 반대로 소수의 신규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는 중소형 개발사의 경우 고용불안정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전환배치 또는 권고사직이 진행된다는 사실만 가지고 비판의 대상으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가용 자원이 한정적인 중소규모 개발사의 경우 선택과 집중 전략의 필요성은 대형사 대비 더 클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이 끝나면 으레 회사를 떠나야 했던 과거 개발 환경과 비교하면 최근엔 고용 안정성이 더 강화된 측면도 분명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전환배치 논란이 게임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규직으로 입사하더라도 담당 게임의 성과에 따라 고용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은 공정성, 평등을 중시하는 요즘 세태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처우가 동일하다면 고용 안정을 보장 받기 어려운 게임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중 어떤 회사가 구직자 입장에서 매력적일지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도 묵묵히 업무를 수행했던 직원들이 전환배치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토사구팽'이라는 시선을 피해 나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건 연인관계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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