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신송식품] ⑧ 조승현의 숙원, 믿었던 '타피오카'의 배신

입력 : 2023.09.07 11:22:12
제목 : [유통진단] [신송식품] ⑧ 조승현의 숙원, 믿었던 '타피오카'의 배신
잘못 꿴 첫 단추 '캄보디아'…신송홀딩스, 완전자본잠식 부담 떠안아

[톱데일리] 조승현 신송홀딩스 대표가 부진하던 신송그룹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야심차게 뛰어든 사업이 있다. 바로 캄보디아에서 생산하는 '타피오카 전분' 사업이다. 썩은 밀가루 파동 이후 신송산업 재건을 위해 내놓은 타개책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사업 착수 이래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리며 그룹 재무 전반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신송산업의 몰락, 결손금 '눈덩이'

신송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신송산업은 곡물, 육류 무역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신송홀딩스의 제조 및 임대 사업이 물적분할 하면서 설립된 후,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 판매 등을 맡는 신송식품과 함께 그룹 내 '쌍두마차'로 활동하고 있다.

햇수로 15년 업력을 보유한 곳이지만 수익성 개선엔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신송산업은 매출 277억원에 영업이익 37억원을 거뒀다. 1년 새 매출 70.9%, 영업이익 81.8% 성장했지만 과거만 못한 성적이다. 모회사가 상장하던 시점인 2013년엔 연매출 626억원, 영업이익 47억원을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확연하다.

현재 신송산업은 그룹에 매년 부담을 안기는 골칫거리 신세다. 8년 전부터 대규모 적자를 경험해 왔다. 2015년 순손실 10억원을 시작으로 140억원(2016년), 89억원(2017년), 173억원(2018년), 271억원(2019년), 18억원(2020년)까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근 2년 간은 잠시 적자를 탈출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여전히 수익성은 불안하다. 지난해 순이익 5억원 거두는 데 그쳤고, 올해 상반기에는 다시 11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사업 손실로 인해 발생한 결손금만 지난해 기준 511억원 규모다. 회사 자본금 41억원을 12배 상회하는 크기다.

◆ 부진의 근원 '캄보디아'…타피오카와의 잘못된 만남

사실 신송산업이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조승현 대표가 신송산업의 해외 신사업으로 밀었던 해외 타피오카 전분 사업의 적자 타격 때문이었다. 2013년부터 그룹 경영을 이끈 조승현 신송홀딩스 대표가 미래 먹거리로 타피오카 전분 사업을 낙점하고 공격적 투자를 강행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신송그룹은 약 3년여 공사 기간을 걸쳐 2017년 캄보디아에서 본격적인 타피오카 사업을 개시했다. 연간 5만7600톤의 타피오카 전분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업성은 초라했다. 공장 준공 이듬해인 2018년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기대와 달리 타피오카 사업은 매출 12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열악한 현지 환경과 병충해 문제로 타피오카 원료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태를 실감했을 때는 이미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뒤였다. 공장 가동 첫 해 순손실 52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각각 267억원, 72억원, 30억원, 50억원씩 손해를 봤다.

지금까지 캄보디아법인(SINGSONG INDUSTRIAL(CAMBODIA) CO.,LTD)이 낸 순손실만 500억원 규모다. 캄보디아법인은 이미 2016년부터 완전자본잠식으로 전환했고, 공장 가동 이후부턴 잠식 규모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4억원에 순손실 19억원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576억원 을 기록했다.



◆ 그룹 총수 조승현, 미래 신사업 '좌절'

해외 타피오카 전분 생산은 조승현 대표 등 오너일가의 숙원 사업이었기에 타격이 더욱 컸다. 신송그룹은 2007년부터 사업 추진을 검토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잠정 중단한 뒤, 2012년 캄보디아 현지 탐사와 사업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조승현 대표는 아예 2015년부터 신송산업 대표직까지 겸임하며 타피오카 전분 사업에 공을 들였다.

조승현 대표는 직접 캄보디아 공장 준공식에도 방문해 포부를 전했다. 조 대표는 "30년 이상 소맥전분을 생산한 노하우를 살려 국내 식량자원 확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사업 추진 목적"이라며 "타피오카 전분을 수출 및 국내 반입해 물가안정에 일조하고 세계 식품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피오카 전분은 열대 작물 카사바 뿌리를 원료로 해 빵, 면, 소시지 등 기존 신송식품과의 활용도가 높다. 조 대표는 타피오카 생산으로 한국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인도, 베트남,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등 지역으로 수출 계획까지 미리 세워뒀다. 현재 주력하는 해외 곡물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도 기대했지만 기회가 물 건너 간 셈이다.

향후 캄보디아 타피오카 전분 사업이 적자를 벗어나고 수익성을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22만8301㎡에 이르는 면적에 생산설비와 제반 시설을 갖춘 타피오카 전분 생산단지를 조성하느라 300억원 이상 들인 공사 매몰 비용과 현재의 손실 규모가 상당해 당장 사업 철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신송산업 살리기 '골머리'

주목해야 할 부분은 타피오카 사업 부진 여파가 고스란히 신송그룹에 부담으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캄보디아법인의 장부상 금액은 현재 0원이다. 그 영향으로 2016년부터는 모회사인 신송산업의 순자산 규모도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 신송산업은 520억원에 달하는 결손금으로 완전자본잠식 위기까지 불거졌다.

신송홀딩스의 구제가 없었다면 신송산업은 심각한 재정난에 빠질 상황이었다. 지난 2020년 9월 신송홀딩스가 130억원 규모의 신송산업 유상증자 참여로 자본잠식 사태를 막은 이후에도, 신송홀딩스는 이달 2일 200억원을 추가로 긴급수혈했다. 모두 채무상환을 위한 지원이었다.

신송산업은 타피오카 사업 확장을 위해 캄보디아법인에 빌려준 금액도 회수하지 못할 처지다. 신송산업이 지금까지 캄보디아법인에 제공한 대여금 515억원 중 현재 497억원 상당이 대손충당금으로 인식된 상황이다. 대여금 대손충당금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로 지난해에만 79억원이 추가 상각됐다.

사실 신송산업이 타피오카 사업을 고집한 데에는 '썩은 밀가루 파동'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2016년 신송산업이 썩은 밀가루로 소맥전분을 만들어 납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 급락 등 신송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조 대표는 여론의 질타가 거세지자 결국 관련 소맥분 사업을 철수했고, 신사업 타피오카에 기대야만 했다.

타피오카 사업까지 부진하자 신송산업의 매출 급락을 막을 해법 마련은 필수였다. 한때 550억원 규모의 매출이 나던 소맥분 사업을 접고 타피오카 수익도 없었던 2018년 신송산업은 부동산 임대 수익으로 한 해를 근근이 버텨야 했다. 당해 식품 첨가물 매출 675만원(전체 매출의 0.2%)을 제외한 신송산업의 연매출(42억원)은 모두 임대 수익으로 채웠다.

조승현 대표는 쓰러져가는 신송산업 구제를 위해 신송식품까지 끌어들였다. 2020년 신송식품의 해외 무역 사업부를 신송산업에 넘겼고, 해당 사업 부문은 현재 회사를 먹여 살리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무역 사업부 이관 영향으로 신송식품의 매출은 2020년 731억원에서 지난해 622억원으로 줄은 반면, 신송산업은 매출이 115억원에서 277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신송산업 매출에서 해외 무역 사업 성과는 73억원으로 총매출의 26.4% 비중을 차지했다.

신송홀딩스 관계자는 "(타피오카 사업 부진은) 캄보디아 공장 준공 시부터 지속 중인 카사바 모자이크 전염병 유행에 따른 원료 가격 상승과 인근 베트남 전분 업체들의 출혈경쟁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종료에 따라 해외 바이어들과의 미팅이 재개됐고 이에 따른 경영 정상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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