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신송식품] ⑨ '수익성 실종' 해외 곡물무역의 실체

입력 : 2023.09.08 16:08:53
제목 : [유통진단] [신송식품] ⑨ '수익성 실종' 해외 곡물무역의 실체
순적자만 남은 홍콩·싱가포르법인, 13년간 누적 손실 -8억 외형확대 성공 했지만 내실 제로…조승현, 반쪽 그친 성과

[톱데일리] 간장 등 식품 판매에서 기반을 쌓은 신송홀딩스가 곡물 트레이딩(무역) 전문 회사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격화된 식품시장 경쟁 속 정체된 본업 대신 해외 곡물사업으로 안정적인 외형 성장을 이루겠다는 전략이지만, 실질적 수익 창출 면에서 손해만 남기며 절반의 성과에 머무르고 있다.





◆ 식품업 입지 약화…해외 곡물 무역 우회

최근 3년간 신송홀딩스 매출 구조에서 쌀 등 곡물 해외 무역 사업의 비중은 70%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해당 사업 매출은 1435억원으로 총매출의 68.50%를 차지했다. 본업인 간장, 고추장 등 장류와 대용식 등 식품 사업 매출이 553억원으로 비중 26.43%를 차지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신송홀딩스가 상장 직전인 2012년 해외 무역 사업 매출이 310억원으로 비중 18.66%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사이의 눈에 띄는 변화다. 당시 총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식품 사업(858억원)이 비중 32.31%의 소재 사업(536억원)과 함께 신송그룹 매출 견인의 중심에 있었다.

무역사업 확장은 한때 연 1000억원이 넘던 신송식품 매출이 지난해 622억원까지 내려오는 등 성장 한계에 봉착한 식품사업을 보완하기 위한 일환으로 분석된다. 기존 장류 경쟁사인 CJ제일제당, 대상, 샘표식품 등의 공세로 시장 입지가 줄어드는 신송그룹에게 사업 노선 변경은 불가피했다.

신송홀딩스는 곡물 무역 사업으로 각광받으며 지난해에는 시장에서 '곡물 대장주' 타이틀을 얻으며 주가가 뛰는 등 효과도 거뒀다. 지난해 6월 신송홀딩스는 장중 1만9350원까지 주가가 뛰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식량 가격의 급등 현상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신송그룹의 해외 곡물 사업은 신송홀딩스와 신송산업이 이원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중 핵심은 신송홀딩스의 해외 자회사들이다. 신송홀딩스가 100%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홍콩법인(Singsong.(H.K.)Ltd.)과 싱가포르법인(Singsong Global Singapore Pte. Ltd) 중심으로 곡물 무역 사업을 키우고 있다.

◆ 누적 손실 '눈길'…'매출 부풀리기' 뒷수습은 신송식품

해외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해외 무역 자회사들이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수익 효율성은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두 개의 해외 자회사 중 먼저 곡물 무역 사업에 나선 홍콩법인은 지난해 매출 650억원을 거뒀지만 순이익은 1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익률로 보면 0.1%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 설립한 싱가포르법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싱가포르법인은 5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럼에도 적자를 피해가지 못했다. 순손실이 20억원이 발생하면서 재무 부담이 발생했고, 사업 개시 2년 만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사실 해외 곡물 사업은 지난 2010년부터 진행돼 왔지만 지금까지 신송그룹에 이익을 전혀 가져다 주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신송홀딩스에 무려 조 단위 매출을 제공했지만 손실도 같이 안겼다. 13년간 두 해외법인이 거둔 매출은 1조2024억원이지만, 그 기간 누적 순 손실은 -8억원이다.

올해 상반기도 수익성 제고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상반기 홍콩법인의 매출은 152억원인데 순이익은 3000만원 정도만 남겼다. 싱가포르법인은 매출 306억원을 올리고 순이익 6억원을 냈지만,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181억원에 달하는 부채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매출은 늘어나는데 나가는 비용이 많다 보니 그룹 차원에서 해외 무역 사업을 떠받치기 위한 부담은 상당하다. 지난 6월 신송식품은 KEB하나은행에게 자금을 빌린 싱가포르법인 대신 306억원 상당 채무보증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신송식품의 자기자본(967억원) 대비 31.65% 규모에 해당한다.

사실 신송식품은 앞서 홍콩법인에 대해서도 채무보증을 서 줬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조달한 대출 보증으로 채무보증잔액은 현재 258억원 규모다. 문제는 신송식품도 막대한 채무 부담을 질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송식품이 보유한 현금은 1억원 수준으로 상당한 재무 압박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두 해외 자회사의 곡물 무역 사업은 신송그룹의 외형 확장 역할에 그치며 실질적 수익 향상엔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곡물 무역을 펼치는 신송홀딩스와 신송산업의 자금력이 취약해 애꿎은 신송식품만 곡물 무역 사업의 뒷수습을 감당하며 재무적 부담을 떠안는 모양새다.



◆ '오너 2세' 조승현 직접 챙긴 신사업 '엇박자'

사실 해외 곡물 사업은 부친 조갑주 회장을 이어 신송그룹 차기 회장으로 유력한 장남 조승현 신송홀딩스 대표가 주도한 사업이다. 신송그룹이 2010년경부터 곡물 무역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하고 홍콩법인을 설립했는데, 조 대표가 직접 홍콩법인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이끌기도 했다.

현재 신송그룹 최정점에 있는 '옥상옥' 신송지티아이도 원래 해외 곡물 무역업을 위해 만들어진 법인이었다. 하지만 홍콩법인이 해당 사업을 도맡자, 역할이 사라진 신송지티아이는 오너 2세의 그룹 지배구조를 장악하는 용도로만 쓰이게 됐다. 신송지티아이는 조승현(74.31%) 대표와 조승우(25.07%) 사장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현재 홍콩과 싱가포르 두 곳에서 무역 사업이 나뉘게 된 것도 원래 예정에 없던 결정이었다. 싱가포르법인은 3년 전에 설립했는데 2019년 홍콩 지역 내 반정부 시위 등 정치적 불안감이 발생하면서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홍콩법인을 싱가포르로 이전하려 했지만 홍콩 내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 잔존하기로 결정했다.

싱가포르 확장으로 해외 곡물 무역 거점이 추가됐지만, 오히려 사업 성적은 예전만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두 해외법인에서 나온 합산 매출은 2021년 1118억원, 2022년 1205억원으로 싱가포르를 설립하기 직전 해인 2019년 홍콩법인이 단독으로 사업을 담당하며 1540억원 매출을 벌었던 것보다 30% 가까이 후퇴했다.

또 다른 해외 무역 축인 신송산업의 합류도 사실 경영 계획상 없었던 전개였다. 지난 2016년 '썩은 밀가루 파동' 이후 소맥분 사업을 정리하면서 주요 매출원을 잃은 신송산업을 위해 조승현 대표가 기존에 신송식품이 갖고 있던 해외 무역 사업부를 이관한 것이다. 해당 사업부 매출은 연 70억원 수준이다.

신송홀딩스 관계자는 "해외 곡물 무역은 통상적인 상품 트레이딩 수익률에 비해 높은 편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싱가포르법인은 기말 결산시 헷징 거래 평가손익 반영 시점에 따라 자본잠식 상태로 보여질 순 있지만 변동성 차이만큼 차기 결산시 차익이 발생하는 헷징 거래 특성 고려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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