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상장 철회 6개월, 달라진 점은

입력 : 2023.09.13 14:35:54
제목 : [케이뱅크 IPO] 상장 철회 6개월, 달라진 점은
중저신용자 대출은 늘려야 하는데 수익성·건전성 모두 '하락세' BIS비율 13.54%로 1년 새 2.23%p 하락…규제기준까지 여력 '3%' 불과

[톱데일리] 연초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했던 케이뱅크가 올해 안에 상장을 재도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순이익은 뒷걸음질치고 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상장 준비를 진행해왔지만 올해 2월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투자심리 위축 등 대내외적인 환경이 좋지 않아 케이뱅크의 성장성과 수익성 등을 인 정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케이뱅크는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적기에 다시 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케이뱅크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케이뱅크의 성장성이 지난해보다 주춤해진 탓이다. 케이뱅크가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공시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케이뱅크의 성장세는 매서웠다. 적자였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흑자전환했고, 여신 규모도 매년 수 배씩 성장해왔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상반기 실적을 비교해보면, 2019년 1조5000억원대에 불과했던 여신은 4년 뒤인 지난해 상반기 8조7000억원대로 5배 이상 성장했다. 2021년 상반기까지 적자였던 영업손익과 순이익은 2022년 들어 흑자전환했다.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던 2020년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 효과로 200만명대였던 케이뱅크 가입자수도 700만명대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눈에 보이는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순이익은 줄고 이익 체력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1205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순이익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457억원)보다 45% 이상 감소한 250억원을 기록했다. 충당금 규모는 같은 기간 동안 142.5%나 증가했다.

사실 인터넷은행 가운데 올해 실적이 악화된 곳은 케이뱅크가 유일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48.5% 증가한 1838억원을 기록했다. 토스뱅크 역시 지난해 상반기(-1243억원)보다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든 38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토스뱅크의 경우 올해 6월 말까지 적립한 충당금은 1509억원으로 케이뱅크(1205억원)보다 약 300억원 이상 더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 3사의 이자이익만 놓고 봐도 케이뱅크 성장세가 많이 꺾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5165억원의 이자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상반기 대비 23.6% 증가했고, 토스뱅크는 260억원에서 2438억원으로 838% 가량 늘었다. 반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상반기 1721억원에서 올해 2097억원으로 21.8% 증가에 그쳤다.

당분간 이익 체력 확대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6월 말 기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각각 0.86%, 0.98%로 1년 사이 각각 0.34%p(포인트), 0.38%p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저신용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5.1%에 불과하지만, 금융당국과 올해 연말까지 약속한 비중은 32%로 하반기 안에 중저신용자대출을 크게 늘려야 한다.

중저신용자대출을 늘리는 덴 두 가지 우려가 존재한다. 먼저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확대하려면 대출 문턱을 사실상 낮춰야 하는데 금리를 낮춰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상품별로 다르긴 하지만 최근 대출 금리를 최대 1%p 낮추는 행보를 보였다. 은행의 주요 수입원은 예대마진인데,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이상 예대마진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전성 관리도 어려워진다. 중저신용자의 경우 신용평점 하위 50%를 기준으로 하는데, 취약 차주가 다수 포함될 수밖에 없다. 취약 차주 비중이 늘어나면 자산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지는데,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구조로 흘러간다. 다시 말해 케이뱅크가 중저신용대출을 늘리는데 집중하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자본비율이다. 케이뱅크의 6월 말 기준 BIS비율은 13.54%로 1년 사이 2.23%p 낮아졌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통상 순이익이 줄거나 순이익 성장 대비 대출 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확대돼 BIS비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8조7264억원)보다 대출 잔액이 약 4조원 늘어난 12조6733억원이 증가했다.

BIS비율 규제기준은 10.5%라 아직 약 3% 가량의 여력은 있지만 케이뱅크의 경우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BIS비율 저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상장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상장 철회 전보다 수익성과 건전성 등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올해 안에 상장을 재추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톱데일리
윤신원 기자 yoo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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