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불발' 11번가, SK스퀘어 '발등의 불'
입력 : 2023.09.15 14:58:41
제목 : '매각 불발' 11번가, SK스퀘어 '발등의 불'
큐텐·아마존과 매각 협상 결렬…남은 약속 기한 단 2주[톱데일리] 11번가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한이 임박하면서 SK스퀘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이달 말까지 남은 2주 동안 11번가에 대한 재무적투자자(FI) 엑시트 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11번가 매각 추진이 난관에 빠지면서 자칫 FI들의 투자 손실을 떠안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가 해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큐텐(Qoo10), 아마존 등을 상대로 11번가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렬 수순으로 향하고 있다. 큐텐과 아마존은 최근까지 11번가 경영권 인수를 위해 협상을 벌여왔지만 끝내 SK스퀘어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는 회사로 티몬, 인터파크커머스에 이어 최근 위메프까지 인수한 곳이다. 협상이 완전 끝난 것은 아니지만 11번가 측과 협상 과정에서 양수도 거래 가격 부문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앞서 11번가와 제휴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의 시너지 확장에 집중할 전망이다.
앞서 11번가는 지난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할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 FI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5년 내 상장 조건이 붙었다. 오는 30일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FI는 보유 지분을 11번가가 거둬들이는 콜옵션(매수 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IPO 무산으로 11번가는 투자 원금에 내부수익률(IRR) 최소 3.5%를 더해 해당 지분을 되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FI와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약정도 걸려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최대주주 SK스퀘어 지분(80.26%)까지 묶어 제3자에게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스퀘어는 이런 상황에서 11번가 FI들 엑시트 완수를 위해 기존 11번가 IPO 대신 매각으로 선회했으나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이달 말이 지나면 약속 기한을 넘 기게 되고 SK스퀘어는 FI들 투자 손실을 떠안게 될 처지다.

SK스퀘어의 11번가 엑시트 전략이 좌절한 데에는 11번가의 기업가치 하락에 있다. 2018년 투자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매각 과정에서 적어도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수익 악화로 현재 몸값은 1조원 안팎이다. FI의 최소 수익률 보장은커녕 본전도 맞추기 힘든 상황이다.
11번가는 원래 SK텔레콤 자회사로 있었지만 2021년 인적분할한 SK스퀘어 밑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적자폭이 대폭 늘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올해 초 11번가 엑시트를 위해 해외 매각을 강조했던 만큼, 기한 내 최종 매각 불발 사태가 되면 박 부회장에게 실패에 대한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
11번가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올해 본격 활동한 안정은 대표 또한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지 못한 책임론에서 피하기 어렵다. 안 대표는 신규 서비스 기획 등으로 적자 수렁에 빠진 11번가의 플랫폼 경쟁력 강화라는 막중한 사명을 안고 하형일 대표와 함께 '투톱(two top)' 체제를 열었다.
실제 안정은 대표가 부임한 후에도 11번가의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기준 매출 7890억을 거뒀지만 영업손실이 1515억원으로 전년(694억원) 대비 2배 이상 손실폭이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11번가는 509억원의 순적자를 봤다. 지금까지 누적 적자만 3500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최근 11번가의 경쟁사들이 모두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SK스퀘어가 FI들과 협의해 IPO를 연기한다 하더라도 향후 상장 재도전 전략은 낙관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같은 시기에 IPO를 준비하던 SSG닷컴, 컬리, 오아시스 등 이커머스 기업들도 일제히 IPO를 취소하거나 보류했다.
현재 SK스퀘어는 다른 유력 원매자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과도 11번가 지분 매각을 논의하고 있으나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유력 해외 원매자들 사이 마지막 매각 기회인데, 알리바바도 최근 국내에 '알리익스프레스'를 직접 론칭하는 등 인수 가능성은 낮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가 큐텐, 아마존, 알리바바와도 11번가 매각 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 조만간 결론을 낼 수도 있다"며 "IPO 마감은 이번달이 맞는데 FI 쪽에서 SK스퀘어에 우호적으로 양해 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SK스퀘어도 현재 매각 진행 건 마무리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1번가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H&Q코리아의 펀드 청산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H&Q코리아는 지난 2018년 11번가에 투자하기 위해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했다. 이 과정에 서 운용하고 있던 H&Q코리아 3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1000억원을 투입했다. 3호 펀드는 올해 말 만기가 도래하는 10년짜리 펀드다.
물론 해당 펀드는 11번가에서 일부 손실이 발생해도 고수익을 유지할 전망이다. H&Q코리아의 3호 펀드는 그간 잡코리아, 일동제약, LS전선아시아,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 플레이타임그룹 등에 투자해 수익 성과를 냈다. 특히 잡코리아에서 투자원금(약 1145억원) 대비 8배가 넘는 9000억원으로 엑시트에 성공했다.
H&Q코리아 관계자는 "펀드가 만료했다고 해서 문제가 바로 생기는 게 아니라 펀드 만기되고 나면 청산 절차들이 있어서 시간적으로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에 (11번가 매각)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11번가 대주주(SK스퀘어)도 매각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이뤄진 건 없고 다각도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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