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크래프톤, 불황에도 거침 없는 투자 행보

입력 : 2023.10.19 08:30:08
제목 : '현금부자' 크래프톤, 불황에도 거침 없는 투자 행보
반기 누적 투자금만 5000억 상회…게임 넘어 앱마켓도 투자 별도 기준 현금보유고 2.8조…현금·영업이익률 업계 최고 수준

[톱데일리] 게임 개발에 이어 유통(퍼블리싱)영역에서의 사업 강화를 선언했던 크래트폰이 업계 전반에 걸친 불황 속에서도 독보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 반기 누적 투자금만 벌써 5000억원이 넘는다. 크래프톤이 공격적 투자를 결정한 수 있는 근간은 대표 타이틀인 '배틀그라운드'로 오랜 기간 자본력을 축적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크래프톤은 최근 국내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의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2%를 확보했다. 크래프톤이 개발사가 아닌 마켓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원스토어에 선제 투자해 해외, 그리고 게임 유통시장의 흐름을 학습하기 위한 결정으로 업계에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각국에서 공정한 앱마켓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제3자 앱마켓 도입 의무화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추세라 원스토어 또한 이에 발맞춰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크래프톤은 원스토어의 기업공개(IPO) 재추진 가능성 등도 긍정적으로 본 것으로 분석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표 앱마켓을 넘어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원스토어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원스토어를 통해 해외 게임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상반기에만 해외시장 확대, 국내외 개발사 시드 투자 등 명목으로 총 5094억원을 투자했다. 이달에도 원스토어 투자를 비롯해 라인게임즈의 '언디셈버' 개발 주역인 구인영 대표이사 겸 EPD, 박병호 아트 디렉터 등이 설립한 신생 게임 개발사 '바운더리'에도 시드(Seed) 투자했다. 앞선 관계자는 "내부 개발력 강화는 물론 유망 IP를 보유한 외부 개발사 확보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의 공격적 투자 행보는 최근 대다수 게임사들이 실적 악화 장기화로 고강도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크래프톤 또한 올 상반기 연결기준 작년보다 매출(9257억원)과 영업이익(4144억원)이 작년보다 각각 3%, 13%씩 줄어든 상태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은 상반기 영업이익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에 사용했다.


크래프톤이 이 같은 투자가 가능한 이유는 안정적인 재무 상황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45%로 국내 주요 게임사인 3N·2K(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적자 상태인 넷마블을 제외하고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쓴 넥슨도 38%를 기록했으며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각각 12%, 7% 수준이다.

실적은 줄었어도 곳간은 여전히 넉넉하다. 크래프톤의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2019년 154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2조9114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2조7922억원으로 소폭 줄긴 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에 상장한 엔씨소프트(1조9935억원), 넷마블(643억원), 카카오게임즈(2693억원)와 비교하면 현금보유고가 월등하다. 올 상반기 크래프톤의 부채비율은 15%다. 40~50%대를 보이는 경쟁사와 비교해 유일하게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의 부채 상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순차입금도 2020년 -6468억으로 마이너스(-) 전환한 뒤 올해 상반기 까지 -2조6299억원으로 여유로운 상황이다. 차입금의존도 또한 2019년 43.7%에서 2020년 4.0%로 급감한 뒤 올해 상반기 기준 2.6%까지 떨어졌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펍지스튜디오(배틀그라운드 개발사) 등 내부 자회사 게임들을 직접 퍼블리싱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배틀그라운드의 효과가 감소하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며 기세가 꺾였다. 현재 크래프톤은 내부 개발사를 통해 '프로젝트 블랙버짓', '골드러쉬', '눈물을 마시는 새' 등 신작 개발이 한창이지만 이 게임들 모두 내년 하반기 이후 출시될 예정으로 신작 공백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크래프톤은 올해 초 외부 퍼블리싱 파트너사를 확대하는 '스케일 업 더 크리에이티브(Scale-up the Creative)' 전략을 선언했다. 자체 IP 퍼블리싱뿐만 아니라 넉넉한 자금을 바탕으로 유망한 외부 IP를 확보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2024년 신작 라인업이 추가되기 전까지 단기간 내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속적인 스튜디오 투자를 통한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 파이프라인 확보 등 글로벌 퍼블리셔로의 개편 방향성은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내년까지 총 24개의 퍼블리싱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크레이티브를 발굴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조직 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앞으로 보다 많은 게임을 타석에 세울 것"이라며 "높은 퀄리티의 신작 게임을 개발하고 내년까지 총 24개의 외부 퍼블리싱 라인업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글로벌 IP를 보유하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톱데일리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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