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울 장바구니 대결…10개 담았는데 한국이 싼 ‘단 한가지’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입력 : 2023.11.20 19:22:35
각각 마트서 필수식료품 구매했더니
한국, 뉴욕보다 평균 1.5배 더 비싸

美, 양파·감자 등 식자재 반값으로 ‘뚝’
韓 사과 가격 1983원...뉴욕의 2.5배
식품 물가 상승률 美 3.3% 韓 6.7%

韓美먹거리 물가가 양국 물가 갈라


◆ 뉴욕보다 비싼 서울 ◆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월마트 뉴욕 지점에 ‘롤백 세일’ 안내문이 걸려 있다. 월마트는 연중 최대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대대적인 먹거리·생활필수품 세일을 시작했다. [뉴욕 = 윤원섭 특파원]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으로 고물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도시생활자의 필수 식료품 가격만 놓고 봤을 때 서울은 뉴욕보다 살기 팍팍한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필수 식료품 가격의 하단이 이미 높은 편인데,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마저 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양국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할인마트 월마트 뉴욕 A지점, 평일 오전임에도 곳곳에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특히 ‘이전 가격 복귀(Rollback⠂롤백)’ 간판이 있는 곳은 여지 없이 붐볐다. 롤백이란 월마트가 추수감사절 연휴 등 매출 대목을 맞이해 벌이는 특별 가격 할인 행사다. 통상 3개월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연말까지 할인가격이 이어질 전망이다.

할인률이 큰 제품은 주로 먹거리들이었다. 양파 6개들이 한 망이 일주일 전 4.44달러(5758원)에서 2.18달러(2827원), 러셋 감자는 2.3kg당 5.27달러(6835원)에서 2.83달러(3670원)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월마트에서 만난 주부 엘리자베스 브라운 씨(42)는 “그동안 물가가 너무 올라서 뭘 사는 게 두려웠는데, 먹거리도 바닥나고 세일도 많이 한다고 해서 할인상품 위주로 사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 데이비드 밀러 씨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미리 대량 도매 구매를 기반으로 가격 할인행사를 지난 주 개시했다”면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고객들이 밀려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월마트가 통 큰 할인에 나선 것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매우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지난 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고객들이 할인 행사 없이는 지갑을 잘 열지 않고 있다. 몇 달 후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번 할인은 4분기 실적 둔화를 막아보려는 필사적인 안간힘인 셈이다.

한미 10대 장바구니 물가 비교. 품목별 가장 저렴한 브랜드 기준. 월마트는 온라인과 매장 간 가격 동일하고 뉴욕과 뉴저지는 식료품 면세. 1달러는 1296.9원 적용. 국민과자는 한국은 새우깡, 미국은 도리토스


서울 소비자들도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인데, 실제 먹거리와 생필품 절대 가격과 체감 물가 모두 뉴욕보다 더 비쌌다. 매일경제가 서울 이마트와 뉴욕 월마트를 찾아 10대 장바구니 품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뉴욕보다 평균 1.5배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탁에 자주 오르는 계란, 식빵, 닭고기, 우유 등은 모두 서울 가격이 뉴욕보다 1.5~2배 비쌌다. 가장 차이가 많이난 것은 사과였다. 서울이 개당 1983원으로 뉴욕(791원)보다 2.5배나 됐는데, 이는 국내 사과농가가 냉해피해를 입어 올해 수확량이 급감한 영향으로 보인다. 10대 물품 중 월마트에선 양파, 사과, 과자, 콜라가 이마트에서는 양파, 사과, 소고기, 우유가 할인중이었다.

19일 이마트에서 만난 40대 주부 신 모씨는 “역대급 세일 소식에 행사 상품 위주로 이것저것 담았는데 20만원이 넘게 나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물가 비싸다는 영국에서 온 친구도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빵 몇 개 담으면 3만원이 넘는다며 혀를 내두른다. 서울 체감물가가 훨씬 비싸다고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이충우기자]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가 더 비싼 것은 미국의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 중 식품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미국(3.3%)이 한국(6.7%) 절반 수준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식품 가격 상승률이 11%(전년대비)를 기록하면서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연간 식품 가격 상승을 겪었다.

하지만 식품 공급망 문제를 해소하고 특정 품목의 해외공급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식품가격을 안정시켰다. 필수 식료품 가격 상승은 식비가 소득의 평균 30% 이상을 차지하는 저소득 가구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4일 식품 인플레 관련 “10월 CPI를 보면 미국의 식료품 가격은 전월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팬데믹 영향이 한창이던 2022년 8월 최고치(13%)에 비하면 크게 안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필수 식료품인 먹거리 물가가 비싼 것은 도시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가 된다. 거주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이민자들이 정착하기에도 녹록치않은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추진중인 외국인 가사 관리사들이 들어온다고 해도,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원으로 생활하기에는 현재 서울 물가 수준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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