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농심] ⑦ 신동윤 '율촌화학', 내부거래 늘려도 '적자 행진'

입력 : 2023.11.21 08:00:07
제목 : [유통진단] [농심] ⑦ 신동윤 '율촌화학', 내부거래 늘려도 '적자 행진'
내부거래 리스크 '발등의 불'…수익성 악화로 '배당컷' 한숨

[톱데일리] 농심그룹 핵심 계열사 율촌화학의 부진세가 심상치 않다. 연 매출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농심으로부터 끌어오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적자 전환 등 역성장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부진이 장기화 되면 율촌화학을 이끄는 신동윤 회장의 향후 계열분리 계획도 일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최근 3년간 이익 급감…'적자' 장기화 되나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 농심과 함께 그룹을 대표하는 상장사 3곳 중 하나다. 신동 원 농심 회장의 동생 신동윤 회장(농심홀딩스 부회장)이 율촌화학 대표이사 회장으로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가 모회사로 지배하고 있지만, 신동윤 회장과 그의 직계 가족 중심으로 주요주주 명단이 꾸려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지분 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분기 기준 율촌화학 최대주주는 지분 31.94%를 가진 농심홀딩스다. 신동윤 부회장은 19.36%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로 그의 아내 김희선 씨는 지분 0.41%를 가지고 있다. 차기 율촌화학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남 신시열 상무(4.64%)는 장자 승계 원칙을 반영하듯 누나 신은선 씨(0.03%) 지분을 크게 압도한다.

율촌화학은 최근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089억원으로 전년 5387억원 대비 5.5% 역성장 했다. 매출 감소는 회사의 이익 창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판매관리비가 446억원으로 예년보다 비용 부담이 커지자 영업손실은 4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율촌화학이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시작한 전자소재사업 부문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율촌화학은 미래 먹거리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적용되는 광학필름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1300억원대 매출을 올리던 해당 사업부가 스마트폰 시장 업황 둔화로 1년 만에 300억원 이상 수익이 빠지며 율촌화학 성장에 제동을 걸었다.

단순 적자 전환보다 중요한 문제는 최근 3년간 이익 감소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6년 전만 해도 영업이익 404억원(영업이익률 8.2%)을 기록하던 율촌화학은 이후 서서히 이익이 줄어들었다. 2020년 기점으로 영업이익 267억원에서 2021년 110억원으로 '반토막'으로 뚝 떨어졌다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올해 율촌화학의 상황은 더욱 여의치 않다.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3520억원을 거뒀는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0.5% 가량 액수가 빠졌다. 적자폭은 지난해 규모를 넘어섰다. 3개 분기 동안 율촌화학은 8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중 절반인 44억원이 3분기 도중 입은 손실이다.



◆ 현금 축소에 '배당컷'…신동윤은 급여로 만회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 지표보다 중요한 것은 현금 유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율촌화학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상 올해 상반기까지 약 96억원에 달하는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이후 일부 현금을 창출해 9월 말 기준 가까스로 1억6000만원의 돈을 손에 쥐었지만, 성적은 전년 동기(142억원) 대비 급감한 수준이다.

일부 지표가 뒷걸음질 치며 회사 내 보유 현금도 축소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율촌화학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 포함 152억원인데, 지난해 말 보유 현금 377억원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올해 들어 단기차입금 166억원 상당과 장기차입금 250억원 상당을 추가 대출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 150억원(이자율 4.21%) 외에 신한은행 베트남 지부에서 빌린 이자율 6.50% 상당의 21억원과 베트남 비엣콤은행(Vietcombank)에서 6.80% 이자율 상품으로 한도대출한 14억원 상당은 추가적인 재무 부담 요소다. 비엣콤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은 담보도 잡혀 있다.

수익성 악화로 나가는 돈이 늘면서 배당 정책도 뒷걸음질 쳤다. 율촌화학은 오랜기간 주당배당금 500원을 책정해 배당총액 124억원을 지급해왔다. 2021년만 해도 배당성향은 146.7% 수준으로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적자 전환 이후 주당배당금 250원에 배당총액은 62억원으로 절반 가량 배당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배당 정책에 칼을 대면서 신동윤 부회장 일가의 계열분리를 위한 자금 조달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신동원 부회장 4인 가족(보유 지분 24.44%)에게 그간 매년 총 30억원 상당의 배당금이 계좌에 꽂혔지만 지난해엔 15억원으로 줄었다. 당장 승계 자금 마련이 시급한 신시열 상무에게 돌아간 금액도 3억원이 채 안된다.

이런 가운데 신 부회장의 줄어든 배당 몫은 급여를 늘려 일부 상쇄시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율촌화학이 신동윤 부회장에게 지급한 보수는 14억5100만원 상당이 다. 수익성 후퇴 상황에서도 전년도 보수로 받았던 10억2700만원보다 무려 40% 이상 증액됐다. 특히 지난해엔 상여금 지급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 급여 폭은 더욱 늘어난다. 지난해 7억4800만원을 지급 받은 전문경영인인 송녹정 대표이사 사장은 2021년 대비 수령 보수가 줄었다.





◆ 매출 절반 농심이 '수의계약'으로 채워…수익성 개선 '고심'

율촌화학은 그간 농심이라는 안정적인 거래선을 중심으로 사업 활동을 펼쳤음에도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별도기준 율촌화학은 내부거래로 2225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총매출 대비 46.2% 상당이다. 올해는 3분기까지 내부거래 매출이 1673억원으로 비중이 거의 50% 수준에 육박했다.

율촌화학의 매출 신장에는 농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통상 농심(해외지사 포함)과의 거래가 율촌화학이 거두는 내부거래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봐도 율촌화학이 올린 내부거래 매출의 94.4%에 해당하는 2101억원이 농심에서 나왔다. 율촌화학과 농심 사이 주요 거래는 모두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사실 농심에 의존하는 율촌화학의 높은 내부거래 활동은 신동원 회장의 선대 고(故) 신춘호 회장 시대로 거슬러가는 전략이다. 일찍이 수직계열화 구조를 만들어 농심이 생산하는 제품의 원재료 수급과 유통 등을 계열사에 위탁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간 율촌화학이 농심 제품의 포장재 공급을 맡아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대기업 집단에 지정된 농심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율촌화학은 현재 대표적인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에 속한다. 율촌화학에 신동윤 부회장 가족 일가 지분이 모두 들어 있다는 점에서 정부 규제가 정조준을 가하고 있다. 내부거래 활동은 공정거래법 등 규제 리스크를 수반할 잠재적인 부담 요소다.

수익성이 흔들리면서 율촌화학이 향후 안정적인 매출 제공처인 농심의 의존도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농심을 제외하면 다음으로 내부거래가 잦은 농심태경이 약 100억원 수준이지만 율촌화학 연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하다. 시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연변 백산수에서 올릴 수 있는 매출은 연간 10억원대가 전부다.

농심 관계자는 "율촌화학의 경우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해 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다각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농심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 된 구조 하에 불가피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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