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매각 불발' 11번가 품을까
입력 : 2023.11.29 15:42:24
제목 : SK스퀘어, '매각 불발' 11번가 품을까
FI 지분 되사기 '콜옵션' 고심…약속했던 5년 지났지만 오히려 밸류 하락[톱데일리] SK스퀘어가 투자 시장 침체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자회사 11번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최근 재무적투자자(F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과정에 제동이 걸리면서 손실을 감수하고 11번가 투자 지분을 되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의 기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이날 이사회를 개최한다. 안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1번가가 지난 2018년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에 프리IPO(상장 전 주식투자) 명목으로 투자 유치한 5000 억원 상당 지분가치에 대한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 FI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5년 전 5000억원을 투자하며 11번가의 지분을 취득했다. 당시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지난 9월 해당 기한을 넘기고 지분 매각으로 선회했지만 적정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SK스퀘어는 올해 하반기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보인 해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큐텐을 상대로 11번가 매각에 대한 협상을 추진했으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미국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 등도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매각은 불발됐다.
앞서 11번가가 IPO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FI가 SK스퀘어 보유 11번가 지분까지 매각하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SK스퀘어가 FI 투자 원금과 이자 3.5% 상당을 주고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도 부여됐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FI에게 약 5500억원을 주고 지분 18.18%를 사와야 한다.
SK스퀘어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1세대 이커머스로 그간 오픈마켓 강자로 꼽히던 11번가를 포기하자니 지금까지 투자해왔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기준 쿠팡(24.5%)과 네이버(23.3%) 양강구도 체제에서 점유율 확보에 부진한 11번가(7%)를 계속 품고 가는 것도 부담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11번가 가격에 대한 저울질을 했으나 5년 전 이상 금액으로 쳐 줄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고 적자 포트폴리오 11번가를 계속 품고 가는 것도 투자 전문 기업으로서의 경영 판단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물론 SK스퀘어가 당장 현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3분기 기준 SK스퀘어는 1조3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연결기준/별도기준시 566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11번가 기업가치는 5년 전 2조7500억원에서 현재 1조원 상당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FI에게 투자 원금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한다면 11번가 지분 처리에 대한 모든 권한은 컨소시엄이 갖게 된다. 현실성은 낮으나 FI가 드래그얼롱으로 11번가를 강제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적자가 불어나는 11번가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제3자에 5000억원 상당에 팔리기라도 한다면 SK스퀘어가 손에 쥐는 돈은 없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 7890억을 거뒀지만 영업손실(1515억원) 폭이 전년(694억원) 대비 2배 이상 불어났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까지 852억원의 순적자를 봤다. 지금까지 누적 손실이 4000억원 수준에 육박하는 만큼, 적자 규모는 향후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SK스퀘어의 콜옵션 행사 없이 향후 FI 주도로 지분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11번가가 5년 전 밸류 이상 기업가치를 받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 희망자들은 1조원 수준에서 11번가 경영권 인수 가격을 제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FI 지분에 대한 인수가도 원금 5000억원을 최소 지지선으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FI가 드래그얼롱을 행사해도 SK스퀘어가 꾸준히 협조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사실상 최근 6개월간 투자를 유치 해왔던 과정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며 "원매자가 나타나면 실사도 진행해야 하는데 시장 업황이 안 좋고 11번가 밸류가 계속 떨어지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이사회에서 당장 결론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SK스퀘어는 11번가 보유 지분 80.3%만해도 1조원 상당으로 책정해 왔는데 자칫하다가 손실이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콜옵션 행사 기한은 다음 달 4일로 현재 결정에 필요한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현재 SK스퀘어는 11번가 경영권 매각 쪽에 무게를 기울이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11번가는 지난 27일 2018년 신설 법인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상은 35 세 이상 5년차 이상 직원이다. 일종의 효율화 작업으로 매각 전 몸집 줄이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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