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컴퍼니·서울옥션, 투자계약서 '복붙' 논란

입력 : 2023.12.06 10:39:53
제목 : 열매컴퍼니·서울옥션, 투자계약서 '복붙' 논란
투게더아트 작성본 유출 가능성…"투자자 대상 안일한 대처 경고"

[톱데일리] 국내 투자계약증권 1호 경쟁에 나선 투게더아트, 서울옥션블루, 열매컴퍼니 사이 각각의 투자계약서 내용이 유사해 이른바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투게더아트의 투자계약서를 열매컴퍼니와 서울옥션블루가 사소한 구문까지 그대로 차용한 흔적이 확인됐다.

◆ 회사는 다른데 내용은 똑같은 계약서?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술품 조각투자 기업들인 투게더아트, 서울옥션블루, 열매컴퍼니가 최근 각각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선 묘한 공통점이 발견됐다. 함께 첨부된 투자계약서에 기재된 일부 내용에 똑같은 문구가 동시에 발견되고 있었다. 특정 조항에선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동일한 표현들이 반복해서 나왔다.

세 기업이 각각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제1장 총칭'에서부터 '제2장 증권의 모집과 청약', '제3장 증권의 취득과 양도' 등을 포함해 '제7장 청산'과 '제8장 기타'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청약 액수와 일정을 제외하면 투자계약서 각 장에 배치된 세부 조항 순서와 문구들은 표현 방식과 어미까지 대부분 동일하다.

예를 들어 세 기업의 투자계약서에선 "본 투자계약은 공동사업 운영자와 투자자 사이에서 공동사업 운영자가 수행하는 업무 및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부여되는 공동사업 운영자의 권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처분손익의 귀속, 기타 당사자의 권리의무를 정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등 증권의 성격을 설명하는 문구가 정확히 일치한다.

세 기업이 발행에 나서는 투자계약증권은 기존 시장에 유통되지 않던 유형의 증권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조각투자로 활용한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 기초자산이 되는 미술품을 활용하고 취득하는 방안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도 세 기업의 계약서 내 특정 조항에서 동일한 문구들이 발견되는 점이 눈에 띈다.

각 기업의 투자계약서 내 '기초자산 취득' 란에 있는 "투자자로 부터 모집된 총액이 기초자산 취득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공동사업 운영자는 기초자산의 취득을 완료하여 투자자에게 본 투자계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기초자산 소유권의 공유지분을 이전한다"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각 계약서 상의 투자계약 체결과 관련한 핵심 조항에서도 "청약과 승낙은 본 투자계약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방식, 또는 공동사업 운영자 또는 공동사업 운영자를 대리하는 금융투자업자 등의 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하여 전자적 방식으로 청약과 승낙의 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등 동일한 문구가 확인된다.



◆ 1호 제출자 투게더아트 계약서 참고했나

미술품 조각투자 3개 기업 중 가장 먼저 투자계약서를 작성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곳은 투게더아트다. 투게더아트는 지난 8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가격 산정의 객관성 확보 미흡 등의 이유로 20일 만에 자진철회했다. 이어 열매컴퍼니는 2달여 뒤인 지난 10월, 서울옥션블루는 11월 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연내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서둘렀던 열매컴퍼니와 서울옥션블루가 투게더아트의 투자계약서를 토대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 곳 모두 증권신고서 작성 과정에서 동일한 외부 기관의 법률 자문을 거쳤고, 해당 역할을 맡은 법무법인을 통해 투게더아트의 투자계약서가 공유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게더아트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내용을 포함해 우리가 공개한 투자계약서는 직접 작성한 것이 맞다"며 "동일한 문구와 오타까지 타 사의 투자계약서에서 확인되는 것에 대해선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투자계약서에 대한 저작권이란 게 없으니 타 사가 참고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투게더아트 투자계약서 내 제시된 특정 용어까지 열매컴퍼니와 서울옥션블루 계약서에 언급되고 있다. '청약증거금'이 대표적이다. 투게더아트가 마련한 조항 중 "청약증거금은 계약금이자 해약금으로 본다. 청약금을 전부 납입하는 경우에도 계약금이자 해약금으로 보는 청약증거금을 정할 수 있다" 구문에서 확인된다.

문제는 청약증거금 개념이 등장하며 타 사 계약서 내 일부 상이한 흐름의 구간도 발생했다는 점이다. 열매컴퍼니 투자계약서에 따르면 공동사업 운영자는 투자자로부터 청약금 또는 청약증거금을 지급받을 수 있지만, 별첨에선 공동사업 운영자가 본 청약과 관련해 청약증거금을 수령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열매컴퍼니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주체적으로 투자계약서를 작성하고 자문 형식으로 법률 검토를 받아 투자계약서를 완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리 위임 등의 계약서 작성은 없었고 타 사 계약서와의 유사성에 대해선 특별히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내부 증권신고서 태스크포스팀(TFT)이 정부 지침 등을 담아 1차 계약서 작성을 마친 후 외부 자문을 받아 완성했다"며 "기존에 없던 증권 형태라 유사한 양식의 계약서 유형에서 가감하고 차용해 새로운 투자계약증권 계약 형태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 안일한 계약서 접근 태도, '복붙' 작성 문제 없나

투자계약증권이 이제 막 국내 첫 탄생을 앞둔 만큼 표준계약서에 준하는 기준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조각투자를 투자계약증권이라고 정의하면서 미술품 조각투자 등 관련 사업 운영 회사는 자본시장법을 따르게 됐다. 증권신고와 함께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의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돼야 한다.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은 조각투자가 기존에 없었던 형태의 거래 방식이기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투자계약증권 설명회'를 열고 증권신고서와 투자 관련 계약에 관한 서식 작성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투자계약서 등 준비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내용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당부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계약증권 같은 경우 아직 국내 발행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표준계약서에 상응하는 양식은 없다"며 "결국은 투자계약증권 계약서 자체가 증권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심사 할 때 안 볼 수 없고 사실상 계약서를 빼면 증권신고서 평가 항목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시장의 관행이더라도 타 사의 계약서 내용을 무분별하게 차용하는 행위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계약서에 대한 안일한 접근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기업의 신뢰도에 흠집이 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투자계약서 자체가 법적 효력을 갖고 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규명할 핵심 근거이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술품 투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기업들이 조각투자를 추진하면서 법적인 근거와 경제적인 효과에 대한 반영을 꼼꼼하게 계약서에 제시하지 못하고 외부 자문 형식만 거친 셈"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대로 준비하고 있지 않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투게더아트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투게더', 열매컴퍼니는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서울옥션블루는 '소투'를 운영하고 있다. 세 기업 모두 현재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출시를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현재 금융당국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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