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 결산] [한화] ① 위기 계열사 '새단장'에 활용된 흡수합병

입력 : 2023.12.22 17:04:26
제목 : [30대 기업 결산] [한화] ① 위기 계열사 '새단장'에 활용된 흡수합병
갤러리아, 솔루션 품에서 상환 부담 해소하고 재무구조 환골탈태 건설·부동산 업계 위기인데…한화건설, ㈜한화 흡수 효과로 '굳건'

[톱데일리] 올해는 한화그룹이 계열사 흡수합병과 분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한 해였다. 최근 몇 년간 한화그룹 내 계열사들은 사업분야를 막론하고 서로 붙였다 떼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엔 건실한 계열사가 부실 또는 위기 계열사들을 흡수합병해 새 단장시키는 셈법이 녹아들어 있었다.

◆ 한화갤러리아, 한화솔루션에서 면세 '부실' 털고 독자체제 구축 완료

한화갤러리아는 그룹의 '붙였다 떼기' 전략으로 새단장에 성공한 대표적 계열사다. 2021년 4월, 케미칼 및 태양광 사업회사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됐던 한화솔루션 내 갤러리아 사업부문은 올해 초 1년여 만에 인적 분할해 분리 상장됐다.

1년여의 기간 동안 한화갤러리아에 일어난 변화는 간단했다. 중국 한한령 여파로 어려워진 면세점 사업에, 코로나19로 인한 백화점 사업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위기에 빠질 수 있었지만 한화솔루션 품 속에서 이 같은 악재들을 피해갈 수 있었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에 흡수되기 전까지 면세점 사업 악화로 골머리를 앓았다. 면세점 사업을 맡았던,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점 사업 손실로 인해 2016년 123억원의 영업손실, 2017년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2019년에는 면세점 사업을 중단사업으로 전환했고, 이때 누적 순손실만 699억원을 기록했다. 지속되는 손실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자본총계도 빠른 속도로 줄었다. 2017년 2410억원에서 2018년 2199억원, 2019년 1233억원으로 감소했다.

면세점 사업의 손실 여파는 모회사 한화갤러리아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면세점 부문(중단사업) 순손실로 인해 2019년 한 해에만 당기순손실 89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부터는 여기에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백화점 사업부문도 위험에 놓였다. 당시 각종 백화점 투자가 전개되고 있던 터라, 면세점 사업 손실을 감당하며 막대한 차입금에 대응해야 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영업이익률 1%대로, 한화갤러리아가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차입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2021년부터는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 합쳐졌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한화솔루션 자회사로 남았다. 한화솔루션의 케미칼과 태양광 사업 본업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사업과 백화점 사업에 한동안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해줬다.

세부 효과는 한화갤러리아의 합병 및 분할 전후를 비교해보면 파악해볼 수 있다. 2020년 말, 한화갤러리아의 '유동성 사채 및 차입금'은 5787억원, 비유동성 '사채 및 차입금'은 1367억원에 달했다. 사채의 만기구조가 단기에 집중돼 있었던 셈이다. 반면 2020년 기준 한화갤러리아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 기타금융자산)은 859억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유동성 위기는 합병 후 인적분할로 대부분 해소됐다. 한화갤러리아는 인적분할 직후인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1년 내 만기도래하는 부채가 유동성 장기부채(한국기업평가 수치 기준) 505억원이 전부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 규모는 984억원이다. 아울러 부채비율은 2020년 286.5%에서 2023년 3월 106.2%로 개선됐다.

한화솔루션은 완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21년 3월(한화갤러리아 흡수합병 전) 한화솔루션의 연결기준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각각 9조2473억원, 7조7669억원에 달했다. 한화갤러리아 인적 분할 이후인 올해 3월 기준 한화솔루션의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각각 12조7693억원, 9조3601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로 비교하면 2021년 3월 119.1%에서 136.4%로 17%포인트(p) 증가했다. 한화솔루션이 3조원 이상의 '솔라허브' 태양광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화갤러리아 완충역할에도 한화솔루션의 재무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건설업계 최악 업황에도 ㈜한화 방어막 두르고 있는 한화건설

올해는 한화건설이 ㈜한화 품에 안긴 지 1년 된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있었던 한화의 한화건설 흡수합병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했다. 지주비율 초과로 인한 한화건설의 강제 지주사 전환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했고, 한화건설 자회사인 한화생명에 자금 지원을 하기 위해 한화건설보다 더 큰 자금력이 필요한 데 따른 결정이기도 했다.(관련기사)

흡수합병 후 1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한화건설이 누린 이점들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건설업황 악화로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절체절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는데, 조달금리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터지면서 건설사들의 재무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국내 건설업체들이 신용등급 하락 또는 부도설에 휩싸이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화 건설부문도 한화건설 시절에는 위기의 상황이 계속됐다. 한화건설은 2020년 이라크 사업 공사비 회수 지연과 화성 향남 PF 차입금 대외변제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잉여현금흐름이 저하된 가운데, 1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까지 상환하면서 2020년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6000억원, 부채비율은 305.2%를 기록하며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었다.

반면 ㈜한화로 편입되면서 불안한 업황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특히 신용등급의 상승 효과가 컸다. 과거 한화건설의 신용등급은 A-로, 자칫 재무건전성 악화로 신용등급이 한 노치(Notch) 이상 하락하면 한화건설은 신용등급 BBB대에 머물 수 있었다. 기관투자가들이 BB+ 이하는 투기등급으로 분류해 투자를 실행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BBB대 역시 투기등급 직전 단계로 투자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간혹 투자자들은 투기등급과 가깝다는 이유로 BBB대 등급에 대한 투자를 피하기도 한다.

건설부문은 ㈜한화에 흡수되면서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두 노치 상승했다. 그 덕에 조단위 PF 우발채무 부담을 크게 덜었다. PF들의 신용등급이 올라 가면서 금리 인하 혜택, 자금 조달 규모 확대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감소하던 매출 규모도 빠르게 개선됐다. 최근 몇 년 새 한화건설의 매출 규모는 2019년 3조8234억원에서 2020년 3조2884억원, 2021년 2조6335억원 등 지속 감소했다. 올해부터는 2분기 누적기준으로 건설부문이 2조3735억원을 기록하면서, 2021년 온기 실적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거뒀다. 다만 2분기 누적 기준 건설부문 영업이익(한국기업평가 수치 기반)은 403억원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상반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이외 건설부문의 단기성 차입금, 장기차입금, 사채 등 세부적인 재무 및 손익 현황을 확인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2022년 이후 ㈜한화와 통합된 재무내역이 공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부문 역시 한화갤러리아처럼 새단장이 끝나기 전까지는 ㈜한화의 다른 사업으로 희석된 재무현황이 외부에 공개될 것으로 예견된다. 참고로 ㈜한화는 올해 9월 기준 총차입금 4조7250억원, 순차입금 4조4750억원, 부채비율 239.4%을 기록했다.

㈜한화 관계자는 "건설부문은 ㈜한화에 흡수합병됐기 때문에 세부적인 재무내역이 공시되지는 않는다"며 "아울러 ㈜한화에 속하게 된 건설부문을 다시 별도의 법인으로 분할할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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