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 공개경쟁' 시작…구현모 정당성 찾을까

입력 : 2023.02.10 13:54:14
제목 : KT, 'CEO 공개경쟁' 시작…구현모 정당성 찾을까
20일까지 후보자 모집…현 정부 인선 자문단 참여 가능성 부각

[톱데일리] KT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전면 초기화하고 공개 경쟁으로 전환하면서 구현모 대표의 연임 여정은 더욱 험난해졌다. 구 대표가 공개 경쟁 과정을 통해 정치권에서 제기된 '셀프 연임' 논란을 해소하고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T는 10일 차기 대표이사 공개 모집 공고를 냈다. 응모 자격은 경영 경제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력을 지니고, 기업 경영 경험이 있으며, 최고 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도 요구됐다.

KT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는 오는 20일까지 모집된 대표이사 후보들의 심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대표이사 후보 심사 대상자를 심사한 후 후보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 9일 KT 이사회가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기종 공모 결과를 백지화하고 공개 경쟁을 통한 재공모를 의결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인선 자문단을 구성하고, 후보 명단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선 자문단은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분야 등의 외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대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KT 사내 이사진은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등 대표 후보 심사 과정에 일절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KT 이사회는 "현재까지의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도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했다"며 "이번 이사회의 결정으로 공개경쟁 방식 적용, 사외이사 중심의 심사, 심사결과 공개 등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보다 강화해 KT 대표이사 후보 선임 과정을 정기 주주총회 소집 공고 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대표도 후보로 참여해 차기 CEO 후보자로서 공정한 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KT는 "구 대표가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개선 방향에 부합하고자 기존 차기 대표 후보 권리를 주장하 지 않고 재차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대표는 앞선 이사회의 이례적인 결정에 대해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특히 KT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불식되기를 바란다"며 "공개 경쟁을 통해 투명성과 객관성을 증진하는 데 KT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사회 결정이 구현모 대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KT 이사회가 27명의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끝내고 구 대표를 최종 CEO 후보로 선출한 선례를 볼 때, 이번에도 구 대표 외 다른 후보를 적임자로 내세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치권과 대통령의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 요구가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명분 확보가 중요했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두 차례의 선임 절차를 거쳐 최종 차기 CEO 후보로 낙점돼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CEO 선출 과정에 대한 정부의 인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등은 소유분산기업의 CEO 선임절차와 방식의 투명성을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다"며 구 대표 연임에 반대 의견을 강하게 내비쳤고,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소유 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 다.

KT 이사회가 CEO 선출 과정에서 외부인으로 구성한 인선 자문단을 구성한 것 역시 정부로부터 대표이사 선임 절차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현 정권에서 KT 차기 CEO 후보자 선정 전 과정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가 지금까지 진행해 오던 노선을 바꾸고 구현모 사장의 연임안을 전면 폐지한 것이라기보다 주총 전까지 과정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절차로 해석할 수 있다"며 "구 사장 입장에서도 공개 경쟁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셀프 연임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다시 한 번 최종 CEO 후보로 선출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취임 기간 KT의 실적 개선은 구현모 대표의 핵심 성과다. KT 매출은 지난해 25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꾸준히 상승했다. 주가도 구 대표 취임 무렵보다 현재 70% 이상 오른 상태다. 탈통신 기조로 미디어콘텐츠와 B2B사업에 집중한 결과다.

다만 여전히 '쪼개기 후원' 혐의로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에 연루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은 구 대표에게 치명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최근 구 대표의 친형인 구준모 대표의 회사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대한 보은성 투자 의혹 등이 불거진 점도 연임 도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차기 CEO 선출 논의가 두 달 이상 제자리를 돌면서 KT는 경영 불확실성 여파가 계속될 전망이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가 미뤄지면서 상당수 임원이 계약기간 만료상태지만 재계약을 못 해 매달 임시 계약 연장을 하고 있다. 계열사와 신사업 추진도 멈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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