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테크 고수들 ‘이것’ 한다는데…엔화로 美국채 투자 나섰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입력 : 2024.02.06 13:57:07
입력 : 2024.02.06 13:57:07

엔화 가치 상승과 미국 금리하락에 동시에 베팅하는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엔화로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증권가에서도 중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아이셰어즈 미국 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ISHARES 20+ YEARS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를 7241만달러(한화 약 963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로 보면 테슬라(5억1836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3억2987만달러) 등에 이어 5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ETF는 도쿄증시에 상장한 종목이다. 순매수 상위 50개의 해외주식 가운데 일본 주식은 이 ETF가 유일하다.
일본증시에 상장된 미국채 ETF의 인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이 ETF를 3억8379만달러(5108억원)이나 순매수했다.
이 ETF는 잔존만기가 20년 이상인 미국 장기국채를 담고 있다. 일본 증시에 상장돼있기 때문에 엔화로 매수한다. 엔화로 미국채에 투자하는 것이다. 엔화만 들고 있자니 수익률이 아쉽게 느껴지고, 미국채만 사자니 엔화 투자가 아쉬운 투자자들이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일본증시의 미국채 ETF로 몰려든 것이다.
달러화에 대해서는 환헷지가 돼있기 때문에 달러당 엔화값의 변동은 수익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엔화 가치가 오르면 ETF를 매도하고 엔화를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환차익이 발생한다.
국내 증시에도 최근에 이와 유사한 ETF가 등장했다. ‘KBSTAR 미국채30년 엔화노출(합성H)’는 지난해 12월 27일 첫 거래를 시작한 따끈따끈한 상품이다. 콘셉트는 일본증시의 미국채 ETF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국내상장 ETF인 만큼 연금계좌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도 매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증권가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미국의 금리인하나 일본 엔화 가치 상승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점에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분기 중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2022년 1월까지 상단 기준으로 0.25%에서 현재 5.50%로 뛰었다. 고금리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거래소 페드워치(FedWatch)를 보면 오는 5월 FOMC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은 53.3%다. 연준이 올해 지속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올해 말이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0%까지 떨어질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4~5번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은 기준금리 전망은 미국과 정반대다. 일본중앙은행(BOJ)은 기준금리격인 단기정책금리를 -0.1%로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인하를 하지 않았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지난 2022년부터도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았다.
미국이 금리를 크게 올리는 와중에 일본의 금리는 계속 동결되자 일본 내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엔화값은 뚝뚝 떨어졌다. 현재 달러 대비 엔화값은 1달러당 148엔으로 지난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2021년 1월 달러당 102엔에서 3년여 만에 40% 이상 가치가 추락했다. 하지만 조만간 일본도 금리인상에 나서면 엔화 가치가 서서히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월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 회의록에서 일부 위원들이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위한 요건이 충족됐다”, “목표 달성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출구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등의 발언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오는 4월쯤에는 본격적인 금리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1월 회의는 이전보다 정상화에 대한 더 분명한 시그널을 보냈다. 올해 4~7월 경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엔화는 2분기 이후에 미국 정책금리 인하 및 일본 마이너스 금리 해제 속에 강세 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 BOJ의 추가 정상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상반기 내에 엔화 강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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