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가스요금 1천만원 올해 1월 사용한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고지서가 날아들면서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여의도 한 사우나 업체 관계자가 도시가스 청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월 요금은 1049만원으로 작년 12월 634만원에 비해 65%나 올랐다. <이승환 기자>
서울 송파구에서 23년 동안 여성전용 사우나를 운영해온 사장 이 모씨(70)는 폐업을 결심했다. 급등한 전기요금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가 받아든 1월분 전기요금은 489만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6만원과 비교하면 약 60%나 급등했다. 이씨는 "하루 매상이 30만~40만원인데 그 중 전기요금만 15만원을 넘는다"며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지서를 받은 이씨는 부동산중개소에 목욕탕을 매물로 내놨다.
급등한 난방비와 전기요금 부담에 취약계층과 소상공인들이 신음하고 있다. 지난달 난방비 폭탄에 이어 14일부터 2월 고지서가 발급되기 시작하면서 '2차 폭탄'이 터진 셈이다.
정부가 도시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을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올린 데다, 지난달 -10도를 밑도는 혹한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도시가스 요금을 2021년 내내 동결했다가 지난해 4, 5, 7, 10월 등 총 네 차례 인상했다. 1년간 메가줄(MJ)당 5.47원(42.3%) 오른 셈인데 한국가스공사는 올해도 최소 8.4원을 더 올려야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 또한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19.3원 올랐고, 작년 12월에는 올해 1분기 요금이 13.1원 더 인상되면서 1년 새 32.4원(32.6%)이나 올랐다. 같은 양을 썼다면 전기요금은 이달에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운영 살림이 빠듯한 보육시설이나 가스·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목욕탕·식당·화훼시설이 직격탄을 맞았다. 김수철 한국목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목욕탕은 손님이 오든 안 오든 탕이나 사우나의 온도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난방비가 굉장히 많이 든다"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주들이 탕을 하나씩 줄여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목욕탕에 한해 가스비나 전기요금를 낮춰주는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겨울철 난방이 필수인 화훼 시설도 울상을 짓긴 마찬가지다. 3년 만에 '대면 졸업식'이라는 특수를 맞았지만, 생산비용 증가로 꽃값이 비싸지면서 소비자가 줄어든 탓이다.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졸업식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장미는 1단 기준 올해 평균 단가가 1만6508원으로 지난해 평균 단가(1만2047원)보다 37%나 급등했다. 전기요금과 기름값 상승 여파로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