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5조원이 넘는 매출 실적을 달성했으나 증권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증권사 8곳에서 평균 11% 목표가를 낮춰 잡았다. 대전점 영업중단과 예상보다 더딘 자회사 실적 개선으로 상반기까지는 실적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14일) 하루 동안 증권사 8곳에서 현대백화점에 대한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가 쏟아졌다.

가장 눈높이를 낮춘 건 대신증권이다. 올해 실적이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10만8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20.4% 하향 조정했다.

대신증권은 현대백화점의 주가가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지누스 실적이 연결로 반영되면서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으나 지누스 인수에 따른 영업권 상각(200억원)과 대전점 화재로 인한 영업중단 손실로 손익 부진이 나타났다”고 짚었다.

대신증권 이외에도 이베스트투자증권(18.9%↓), DB금융투자(12.5%↓), 한국투자증권(11.1%↓), 한화투자증권(10.3%↓) 등도 목표가를 두자릿 수 낮췄다.

특히 지난해 9월 발생한 현대프리미엄아웃렛 대전점 화재 사고 여파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전점의 영업 정상화 시점은 8월로 예상된다”며 “성장률이 둔화되는 시점이기에 대전점의 이탈이 상반기까지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면세점 또한 현재의 따이공향 알선수수료 조정 작업으로 1분기까지는 매출 부진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인적 분할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분할 공시 이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홀딩스(지주회사)를 신설법인으로, 현대백화점(사업회사)을 존속법인으로 나눴고, 신설 법인에 한무쇼핑·현대쇼핑 등 아울렛과 백화점 관련 계열사가 자회사로 편입되도록 했다.

하지만 존속법인 백화점이 기존 차입금을 떠안고, 한무쇼핑 등 알짜 회사는 대부분 지주사의 자회사로 편입된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무산으로 시장의 우려 요인은 해소됐다”며 “향후 주주환원정책의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2022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20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1.4% 늘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5조141억원으로 40.4% 늘었다. 지누스 편입 효과 등으로 매출 5조원을 넘어서면서 ‘연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865억원으로 20.1% 감소했다.

매출은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으나 영업이익은 추정치를 밑돌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매출 및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4조8060억원, 3584억원이었다.